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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아파트가 10만원?…화폐 개혁이 불러올 대변화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19.06.07 05:16

최근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이른바 ‘화폐 개혁’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화폐 가치를 그대로 둔 채 액면가만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원화 화폐의 숫자가 달러 등 선진국 화폐에 비해 커서 실생활이나 무역 등에서 불편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화폐 개혁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3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한 것. 이후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원론적인 이야기였을 뿐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드는 배경에 리디노미네이션 설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란 화폐 단위를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pixabay


화폐 개혁이 예상될 때는 현금보다 금이나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전 국민의 실물자산 7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얼핏 화폐의 숫자만 바꾸면 될 것 같은 일이 실물자산, 특히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폐개혁설이 나오면서 대표적 실물자산인 금 거래량도 늘었다. 최근 5개월새 시중은행 금 판매액./조선DB



■ 1억원 아파트가 10만원…리디노미네이션의 ‘착시효과’

화폐 단위가 낮아지면서 마치 상품 가격, 상품의 실제 가치가 하락한 것 같은 착시효과가 일어난다. /조선DB


우선 리디노미네이션이 단행돼 화폐 단위가 낮아지면 마치 화폐 가치가 함께 하락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1000원이 1원으로 단위가 바뀌면 1억원이던 아파트는 하루 아침에 10만원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화폐 단위가 10 배 낮은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 때 우리 돈으로 1000원 값어치를 하는 ‘100엔’이 ‘100원’처럼 가볍게 느껴져 동전을 쉽게 소모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볼 수 있다. 이는 다시 소비 증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지하자금 양성화 효과’로 아파트 수요 늘어나기도

하지만 아파트값의 경우 착시효과 때문이 아니라 실질적인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화폐단위의 불편함 때문에 자생적인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절하)이 일어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서울 강남 한 카페의 메뉴판에 2500원 대신 2.5라고 적혀 있는 모습./조선DB


화폐 개혁이 이뤄지면 현금 부자들이 그동안 장롱 속에 보유하고 있던 숨은 돈이 세상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 지하자금이 양성화하는 것. 정부는 화폐개혁을 단행해 수면 위로 드러난 돈의 출처를 묻고, 때에 따라서 세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꺼려하는 현금 부자들은 자신의 돈을 실물 자산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실물자산 중 가장 단위가 큰 대표적 상품이 바로 부동산이다. 수익률과 환금성이 좋은 강남권 재건축, 오피스 빌딩, 상업용 부동산 등에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실제로 화폐개혁이 이뤄지기는 어렵고, 이뤄지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겠지만 가능성이 거론된 것만으로도 현금 부자들의 부동산 매입을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당장 화폐개혁 시행될 가능성 낮아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정책 목표를 두고 있는 만큼 당장 화폐개혁이 시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는 3월 이후 화폐개혁 논란이 거세지자 이를 공식적으로 일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 23일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해 여러 추측과 논란이 일고 있는데, 리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주의할 점은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한 여러 억측과 가짜 뉴스가 판치고 있다는 것. 당장 부동산 가격이 수십배로 급등할 것이라는 주장이나 정부가 북한과 화폐 단위를 맞추기 위해 고강도 화폐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 등이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폐개혁이 당장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 /조선DB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최근 인터넷상의 각종 억측들은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과 맞물려 현 정부가 다른 경제 정책들을 과격하게 펼치는 것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해프닝일 뿐”이라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고 시스템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일을 단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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