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작년 말 전국의 상가 공실률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곳곳에서 문 닫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땅집고는 ‘벼랑 끝 상권’ 시리즈를 통해 몰락하는 내수 경기의 현실과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전한다. 세 번째 현장은 인천 송도의 ‘커낼 워크’다.
[벼랑 끝 상권] ③ 입주한 지 10년 됐지만…사람 구경조차 하기 힘든 인천 송도 '커낼워크'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인천지하철 1호선 국제업무지구역 5번 출구로 나와 10분쯤 걸으니 5층짜리 건물 수십 채를 일렬로 배치해 마치 기차처럼 보이는 ‘커낼 워크(Canal Walk)’ 상가가 나왔다. 커낼 워크는 최고 5층 총 4개동에 353실 규모 건물이다. 1~2층은 상가, 3~5층은 오피스텔로 운영한다. 국제업무지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봄동(棟)’에 들어가자마자 단지 가운데 설치한 수로(水路) 옆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대여섯 명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봄동을 거쳐 여름동·가을동·겨울동으로 건너갈수록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다. 각 동에 입점한 카페를 방문하는 고객들은 한 두팀 정도 있었다. 그러나 옷가게·식당·골프장 등 다른 매장은 고객을 찾을 수 없었다. ‘임대·매매’ ‘영업준비 중’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전단이 붙은 채 텅 비어있는 1층 점포가 최소 3곳은 보였다.
2층으로 올라가니 빈 점포가 2~3개씩 잇따라 나타났다. 자물쇠로 출입문을 걸어 잠그거나 폐점 공사를 하느라 건축 자재를 쌓아둔 가게도 많았다.
커낼 워크는 송도국제도시 개발에 맞춰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2009년 분양했다. 2009년 10월 완공해 올해 입주 10년 됐다. 하지만 커낼 워크는 아직도 찬바람이 씽씽 불고 있다. 송도 개발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된데다가 인근에 대형 백화점까지 들어서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 최근에는 내수 불황까지 겹쳤다.
■ “좀 살아나나 했더니…코앞에 대형 아웃렛 개점”
커낼 워크는 2009년 분양할 때부터 성적이 저조했다. 입주 3년차인 2012년까지만 해도 커낼 워크 총 353실 중 85실만 분양돼 공실률이 75%에 달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2~3년 동안 점포를 비워둬야 했던 투자자도 수두룩하다. 송도 개발이 계속 늦춰지며 당초 예정했던 기업과 아파트, 오피스텔 입주 시기가 지연된 영향이 크다.
‘피겨 여왕’ 김연아(29)씨도 2009년 커낼 워크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 김씨는 ‘겨울동’ 1층 상가 1개와 2층 상가 2개 등 총 3개를 30억여원에 분양받았다. 김씨가 분양받은 점포 중 1개는 최소 3년간 공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부터 이랜드리테일이 커낼 워크 상가의 70%인 254실을 10년 동안 장기 임대하기로 하면서 공실률은 크게 줄었다. 현재 전체 공실률은 15%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6년 직선거리로 3㎞정도 떨어진 곳에 현대프리미엄아웃렛이 들어서면서 커낼 워크 상권은 또 한번 타격을 입었다. 커낼 워크에 입점했던 이랜드리테일 브랜드 의류 매장들도 2층 점포부터 하나 둘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가 고객 수요마저 옮겨간 탓에 공실이 발생했다”며 “커낼 워크 임대 계약을 연장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 “분양가보다 싸게 내놔도 매수자 없어”
커낼 워크 상가 임대료는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송도 일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여름동 1층 50㎡(15평) 상가가 보증금 2500만~3000만원, 월세 250만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이 점포는 직전 임대차 계약에서 월 320만원에 받던 것에 비해 월세를 70만원 내렸는데도 6개월 넘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매매가격은 분양가 이하로 추락했다. 상권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은 8억원선에 분양받았던 상가를 5억원, 9억원이던 점포를 7억원에 매물로 내놓고 있다.
송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5년 전 쯤 TV프로그램에 연예인 송일국씨 가족이 송도에 산다는 내용이 방송을 타면서 커낼 워크가 반짝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며 “당시 권리금이 1억원까지 올랐는데 이제는 권리금은커녕 월세를 낮춰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도 한 번 침체한 대형 상가를 살리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그나마 커낼 워크는 송도 개발 호재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에서 다행인 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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