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셋값보다 7천만원 낮은 매물도…'깡통 오피스텔' 비상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9.05.30 06:23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신논현 마에스트로’ 오피스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이 오피스텔 전용 20.4㎡는 지난달 하순 1억8500만원에 전세로 거래됐다. 앞서 열흘쯤 전 같은 전용 20.4㎡가 매매됐는데, 그 매매 가격 역시 1억8500만원이었다. 전세를 끼고 매입한다면, 세금만 내면 오피스텔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신논현 마에스트로 오피스텔의 매물 목록. 똑같은 면적의 매매 매물과 전세 매물인데 호가 역시 1억7000만원으로 동일하다. /네이버 부동산


현재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이 오피스텔 전용 18.8㎡의 매매와 전세 매물이 각각 1건 나와 있다. 두 매물의 호가(呼價)는 1억7000만원으로 똑같다. H공인중개사무소 측에 “가격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물어보자, “원래 이 일대 오피스텔 전세 시세가 매매가격과 거의 차이가 없다”며 “요즘엔 급매로 나오는 매물은 오히려 전세 시세보다 더 낮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 오피스텔 . /네이버 거리뷰


서울 곳곳에서 매매가격과 전세금 차이가 거의 없는 속칭 ‘깡통 오피스텔’이 속출하고 있다. ‘깡통 주택’이란 전세금이 매매가격과 비슷하거나, 전세금이 더 비싼 집을 말한다. 통상 이런 집은 전세 세입자 입장에서 볼 때,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일이 생겼을 때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일이 벌어질 수가 있다. 깡통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 전세금보다 저렴한 오피스텔 매물 많아

부동산 임대인과 투자자를 위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갭)를 계산해주는 '복덕판'에서 서울 강서구 오피스텔 중 갭이 1000만원 이내인 매물을 검색한 결과./복덕판홈페이지 캡처


땅집고는 부동산 임대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복덕판’에서 제공되고 있는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투자 방식)’ 물건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서울 시내 오피스텔의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차이를 검색했다. 복덕판의 검색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에서만 매매가와 전세금의 갭이 1000만원 이내인 오피스텔이 75건(같은 단지·동일 전용면적을 1건으로 집계)에 달한다.

복덕판 맹난영 이사는 “최근 3개월 내의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차이를 산출하므로, 전세 낀 매물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1000만원 미만으로 매입할 수 있는 오피스텔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수익률 둔화, 공급 증가 등으로 오피스텔 가격이 약세를 거듭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오피스텔 매매가격과 전세금은 최근 모두 하락세다. 서울의 오피스텔 1실당 평균 매매가격은 작년 말 2억2735만원에서 올 4월 2억2659만원으로, 전세금은 1억7765만원에서 1억7704만원으로 각각 떨어졌다.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 추이. /한국감정원


문제는 오피스텔 매매가격 하락세가 전세금 하락세보다 더 가파르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전세가율)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복던판 정민하 대표는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통상 일반 아파트보다 다 10% 정도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4~5년 사이 오피스텔 공급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결과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추세가 더 강해져, 올 4월 말 기준 서울 오피스텔 평균 전세가율은 80%에 육박한다.

일부 오피스텔에선 매매가보다 전세금이 높아지는 ‘가격 역전’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땅집고가 올 1~5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오피스텔 전세금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깡통 전세’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직장인 수요를 겨냥한 오피스텔이 밀집한 강남권뿐 아니라 대학가·역세권 오피스텔 등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올해 매매가보다 전세금이 높아진 오피스텔. /한국감정원


서대문구 대현동 ‘신촌푸르지오시티’ 전용 23.7㎡는 올 1월 2억원에 매매됐는데, 비슷한 시기 그보다 400만원 높은 2억4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강서구 염창동 ‘진영리버타운’ 오피스텔 전용 33.9㎡ 역시 올해 3월 2억6900만원의 같은 금액으로 매매 계약과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 세입자 피해 우려…“전세금 보증상품 가입해야”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인기가 점차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10년째 줄곧 하락세다.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은 사상 처음 연 5% 이하로 떨어져 4.97%를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 추이. /심기환 기자


이는 투자 수익의 바탕이 되는 임대료가 과거 10년간 거의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오피스텔 신규 공급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금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오피스텔이 투자 상품으로서 인기가 더 식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깡통 전세’의 피해가 세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 대개 오피스텔을 전세로 얻을 때 집주인이 담보대출을 받았는지(선순위 근저당권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피스텔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에 선순위 배당 자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 매매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낙찰가격이 낮아져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오피스텔을 전세로 구할 경우 선순위 담보대출이 없는지 확인한 후 전입신고, 확정일자 등 대항 요건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면서 “보증료를 일부 부담하더라도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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