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로 경기 고양시 창릉지구(813만 ㎡)를 확정해 발표하자 인근 지역에서는 완전히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일산신도시는 주민들이 신도시 지정을 취소하라며 연일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면 창릉지구와 붙은 향동지구에서는 신도시 발표 2~3일만에 아파트 호가(呼價)가 5000만원씩 치솟았다.
신도시가 발표되면 주변 부동산 시장은 좋든 싫든 한바탕 홍역을 치르게 마련이다. 집값도 출렁거린다. 일산신도시와 향동지구처럼 전혀 엉뚱한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신도시는 과연 주변 지역에 악재일까, 호재일까.
■ ‘곁불 효과’와 ‘빨대 효과’ 동시에 가진 신도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신도시는 그동안 기반시설이 없던 주변 지역에 큰 호재가 된다”면서 “반면 주택 수요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지역에는 악재가 된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기준은 신도시가 주변에 어떤 효과를 미치느냐다. 한마디로 신도시에 따른 인프라 개선으로 이른바 ‘곁불 효과’를 보는 지역에는 호재로, 신도시가 주변 주택 수요를 빨아들이는 ‘빨대 효과’가 나타나는 지역에는 악재로 각각 작용한다.
창릉신도시가 대표적 사례다. 창릉신도시는 일산신도시보다 서울과 가깝다. 경전철 고양선 등 교통 시설이 확충되면 서울 접근성은 창릉이 일산보다 객관적으로 더 좋아질 전망이다. 일산신도시는 서울 서북부나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거주 수요를 창릉신도시에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하철역은 없어도 지리적으로 서울과 붙은 고양 향동지구는 고양선이 놓이면 서울에 가장 빨리 닿을 수 있다. 더욱이 창릉신도시에 들어설 상업·문화시설 등 다양한 인프라도 공유할 수 있다.
■ 검단은 울고, 미사는 웃고…신도시 입지에 희비 엇갈려
부천 대장신도시와 하남 교산신도시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천 대장지구(343만㎡)는 인천 검단신도시에 초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검단 역시 3기 신도시보다 서울에서 지리적으로 멀고, 인프라가 열악해 일산처럼 주택 수요를 빼앗기는 쪽에 속한다.
반면 하남 교산신도시(649만㎡)는 광역교통대책으로 지하철 3호선 연장안이 함께 발표되면서 그동안 대중교통 여건이 미비했던 인근 하남 미사·감일지구에 큰 호재가 됐다. 특히 미사지구는 5호선 연장이 추진되고 있어 서울 접근성이 한결 나아지게 됐다.
신도시가 새로 만들어지면 양쪽 모두 좋아지는 경우도 간혹 있다. 대표적인 예가 1기 신도시인 분당과 2기 신도시인 판교다. 판교 개발 당시 인접했던 분당 주민들은 신도시 개발 반대를 외쳤다. 실제로 판교신도시 입주 이후 분당신도시 집값은 몇 년간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판교에 새로 깔린 각종 인프라(기반시설)를 분당이 공유하고, 판교가 기업 유치까지 성공하면서 결과적으로 분당과 판교 집값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가 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