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건축] “후미진 땅도 살아나게 하는 설계, 따로있죠”
서울 강남 영동대로와 올림픽대로 진입로가 교차하는 인적이 드문 도로변에 오랫동안 운영이 중단된 듯한 모텔이 있었다. 모텔 양 옆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있고 뒤로는 고층(高層) 아파트가 있어 꽉 막혔다.
이 땅은 속칭 ‘진상’으로 취급받았다. 주변에 고층 건물이 많아 한강변이란 입지적 장점을 살릴 수 없고, 아파트나 오피스텔로 신축 후 분양해도 집이 잘 팔릴지 불확실했다. 그런데도 모텔 주인은 땅값을 3.3㎡(1평)당 1억원 가까이 불렀다. 신축을 한다고 해도 주변 건물과 비슷한 마감 수준을 갖추려면 공사비도 만만찮았다.
그러던 중 이 땅에 건물을 짓겠다는 사업자가 나타났다. 그는 현상일 구도건축 대표 앞에서 3600㎡(1089평) 규모의 오피스텔 24실(다가구주택 3가구)로 건축심의를 받은 허가 도면을 펼쳤다.
김 대표는 “열악한 조건이지만 반드시 분양에 성공하도록 설계해달라”고 요청했다. 열악한 조건이었지만 현 대표는 건물 높이와 가구당 면적을 조정해 적절한 분양가를 맞추면서도 주변 오피스텔에 못지 않은 품질의 공간을 고안해 냈다.
◆건축 개요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용도 : 오피스텔·다세대주택
완공 연도 : 2018년
건물 규모 : 지상17층, 48가구
대지 면적 : 535.80 ㎡
건축 면적 : 290.30 ㎡
연면적 : 3599.92㎡
건폐율 : 54.18%
용적률 : 519.27%
건축사무소 : 구도건축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이 땅은 지상 19층 아파트와 15층 오피스텔이 병풍을 두른 듯 들어선 사이로 비좁게 끼어있는 듯한 형태로 자리하고 있었다.
큰길을 따라 설정된 일정 폭의 상업지역 구간과 일반주거지역이 복합된 부지로 높은 용적률(519.97%)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장점이 거의 없었다. 영동대로보다 2m 이상 지대가 낮고, 한강변으로 12층 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사방이 막힌 듯 답답했다.
북쪽과 동쪽에 있는 아파트는 전용 84㎡ 이상 고급주택과 규모가 큰 단지형 공동주택이었고, 남쪽 오피스텔은 사무실이 복합된 주거·사무복합 용도였다. 분양이 잘 되려면 차별화한 설계가 필수적이었다. 내부 면적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했지만 최대한 좁아보이지 않도록 층고(層高)를 높여 최적의 주거공간을 제안했다.
■ 크기 줄이는 대신 ‘복층’서비스…거주자 선호도 높아져
가구당 면적은 줄이되 실사용 공간을 넓히기로 했다. 당초 건축주는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을 합해 총 27가구를 계획했다. 하지만 이 정도 가구 수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가구당 면적을 전용 49㎡(15평)로 줄이는 대신 서비스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27가구에서 복층(複層) 오피스텔 36가구와 동일 면적의 다세대주택 12가구, 총 48가구 구성된 복합건물을 계획했다.
복층 공간은 건축물 면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복층이 있으면 거주자들이 짐을 보관해둘 수 있고, 나머지 공간을 더 쾌적하게 쓸 수도 있어 선호도가 높다. 복층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상대적으로 개방감도 좋아진다. 실사용 공간을 최대한 더 만들면서도 전체 면적은 줄어 분양가도 낮출 수 있었다. 더욱이 주변 오피스텔들은 복층이 아니어서 경쟁력을 갖게 됐다.
■ 12층 이상만 보일뻔 했던 한강이 6층에서도 보여
한강변이지만 주변에 고층 건물이 많아 어설픈 설계로는 자칫 전망이 나빠질 우려가 있었다. 이 오피스텔은 지상 17층으로 만약 주변 건물 층고와 비슷하게 설계했다면 12층 이상에서만 한강 조망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땅은 영동대로변으로 지상 50~70m로 제한된 건물 높이를 최대 80m까지 높일 수 있었다. 현 대표는 건물의 높이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2층 바닥 높이를 10m로 대폭 올렸다. 일반 건물 4층 높이에 2층이 오도록 하고, 각 층의 높이를 4.3m로 계획했다. 내부 공간이 훨씬 넓어보이는 효과가 나면서 한강을 볼 수 있는 가구가 훨씬 늘었다.
현재 이 건물은 6층 이상에서도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부지 구입에 큰 돈이 들기는 했지만 차별화한 설계로 한 달 만에 48가구 모두 분양에 성공해 기대 이상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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