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경매시크릿] ‘대지권 미등기’ 상태인 강남 아파트, 경매로 사도 될까
주부 S(59)씨는 남편이 곧 은퇴하는 김에 보금자리를 옮겨볼 생각이다. 그러던 중 다음달 18일 2차 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초포레스타 2단지(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8560)’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경매에 나온 것을 발견했다. 최저입찰가는 10억4000만원으로 최초감정가(13억원)보다 20% 떨어진 상태였다. 서초구 남쪽 끝자락이라 서울 치고는 동네 분위기가 비교적 한산한데다 구룡산, 대모산, 인릉산, 청계산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고즈넉한 은퇴생활이 가능해보였다. 단지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지하철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이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만약 최저가격 수준으로 낙찰받는다면 최소 5000만원 정도의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경매에 참여할 생각으로 등기부를 보니 1~2순위 근저당권, 3~12순위 가압류, 13순위 근저당권, 14순위 가압류, 16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다.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하며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등기부에 대지권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매각물건명세서를 살펴보니 ‘미등기 대지권 포함(2018년 11월 1일),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사실조회회신서에 의하면 ‘대지면적은 54.45㎡임’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S씨는 대지권은 무엇인지, 또 대지권이 미등기된 아파트를 경매로 매입해도 괜찮은 것인지 궁금해졌다.
‘대지권’이란 집합건물(아파트·연립주택·빌라 등)의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건물)을 소유하기 위해 건물의 대지에 대해 갖는 권리다.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에 따라 결정된다. 구분소유자는 소유하고 있는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을 분리해 처분할 수 없다(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 참조).
S씨처럼 집합건물인 아파트에 ‘대지권 미등기’라고 표시된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 아파트 소유자에게 대지사용권이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해당지역의 도시개발사업 또는 재개발사업에 따른 절차(토지구획정리·환지처분·지적정리 등)가 마무리되면 아파트 소유자는 자연스럽게 대지권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소유자에게 대지사용권이 없다면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추가로 대지를 매입해야 한다.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대지권 소유자로부터 매도청구를 당할 경우 아파트 소유권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544조 참조).
경매로 나온 아파트가 대지와 건물을 각각 분리해 감정평가한 상태라면 대지사용권이 있다는 것이다.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라면 분양계약서와 분양대금을 납부한 내역서에 대지에 대한 분양가격이 포함돼 있으면 대지권이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S씨가 관심을 가진 ‘서초포레스타 2단지’의 경우 아직 대지권 미등기 상태이더라도 대지면적(54.45㎡)에 대한 대지권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따라서 S씨는 미등기 대지권은 걱정할 필요 없이 경매에 참여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