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멘토의 노하우] 임동우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도시와 건축 변화하는 모습, 일정한 패턴 갖고 있죠"
“공사비와 수익률을 단편적으로 계산하는 방식은 지금처럼 소비자의 니즈(needs·욕구)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맞지 않아요. 아무리 규모가 작은 상가 빌딩이라도 대형 쇼핑몰과 같은 상품 개발의 관점에서 봐야 하죠.”
임동우(42)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땅집고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무리 작은 현장이라도 도시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운를 뗐다. 중소형 건물을 짓는 데 ‘도시’라는 단어는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2003년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6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도시설계 디자인 석사 과정을 거치며 평양의 사례를 통해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도시가 변화하는 과정을 연구했다. 이렇게 탄생한 저서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로 2013년 뉴욕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그는 현재 프라우드(PRAUD)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뉴욕에서 일하면서 그는 부동산 개발의 관점에서 여러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한국보다 앞서 도시화를 겪은 세계 각지의 사례를 바탕으로 해당 시기와 지역에 가장 최적화된 건축 형태를 이끌어 내는 데 강점을 보였다.
“도시와 건축이 변화하는 모습은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수익형 빌딩 개발 사례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한 발 앞서 읽는 건축 노하우를 제시했다.
■“도시를 보면 성공할 땅이 보인다”
15년여 전부터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인기를 예감했다는 그는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첫째로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도시화가 정점을 이루는 단계에서 도심 내 공업 지역이 가장 활발하게 개발된다는 점을 꼽았다. 둘째로는 성수동 일대가 평지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공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심리적 요소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아무리 역세권 번화가라도 접근이 불편한 경사로에 있는 건물은 상품성이 낮은 반면 평지는 발전할 여지가 많다”고 했다.
임 교수가 말하는 ‘도시를 기반으로 한 건축’이란 이처럼 건물을 지을 때 유기적인 환경을 고려해 위치를 선정하고, 조건에 맞는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도시가 갖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지가(地價)의 변화로 읽기 어려운 부분을 건축적으로 해석하면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돈 버는 방식도 달라져야”
임대 수익을 겨냥한 상가 빌딩이라면 도시 환경을 고려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임 교수는 시대에 따라 수익을 극대화하는 건물 형태는 눈에 띄게 달라져 왔다고 한다. 서울의 천편일률적인 도시 풍경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임 교수는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게 나타난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예컨대 한때는 주어진 면적과 용적률을 최대한 끌어내는 설계가 인기였다. 일반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필로티 구조의 빌라가 대표적. 이는 최근 10여 년 동안 높은 수익률을 인정받는 최고의 사업 모델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공간을 덜어내더라도 건물에서 수익이 가장 극대화되는 지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도심에서는 4층짜리 건물 전체를 상업 목적으로 임대하는 일이 흔했지만 요즘엔 2층 이상 올라가면 주목받기 힘들다”며 “상층부는 오히려 도심 생활을 원하는 1~2인 가구를 목표 고객으로 하는 주거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건물 지으면 끝?…건축주는 상품 기획자이자 마케터”
임 교수는 건축주가 건물을 부동산으로서 ‘소유’하는 것이 아닌 사업가가 되는 것이 높은 수익률을 내는 노하우라고 했다. 임대할 업종과 목표 고객층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시내에서 차로 30분 이상 떨어진 산 속 카페가 매일 고객들로 북적이는 데는 맛있는 커피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사람은 언제나 무의식적으로 공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간이 주는 인상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묻지마’식 임대 방식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카페도 되고, 편의점도 될 수 있는 공간은 오히려 무미건조해지기 쉽다”며 “작은 상가라도 대형 쇼핑몰처럼 층과 동선(動線)을 철저히 분석해 어떤 매장이 입점할 것인지 정해놓는 상품 개발자로서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명확한 목적이 있는 건물일수록 세입자를 설득하기도 쉽고, 건축가 입장에서도 더욱 독특하고 특화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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