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기간 5년이 지나 임차인에게 더는 계약갱신 요구권이 없더라도 임대인은 임차인이 권리금을 되찾을 기회를 보호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기존 관행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상가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6일 상가 임차인 김모씨가 임대인 공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김씨는 공씨의 상가건물을 빌려 식당을 운영하던 중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게 되자, 제3자인 A씨와 식당의 시설, 거래처 등 모든 재산적 가치를 권리금 1억4500만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김씨는 공씨에게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리고 A씨와 상가임대차 계약을 새로 체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씨가 재건축을 이유로 거부하자 ‘권리금 회수기회’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임대차기간인 5년이 지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상가 시장의 거래 관행도 이와 같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결을 뒤집고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존 관행과 하급심의 판단을 완전히 뒤집어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의 권리금회수 기회 보호 의무를 계약갱신 요구권의 행사기간 범위로 제한하고자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 상가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하지 못하더라도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분명히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015년 신설된 상가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에 관해 판시한 첫 판결”이라며 “이와 상반된 하급심 판결이 다수 있었는데 향후에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조항에 대해 통일된 법해석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상가 임대차 시장의 관행과 엇갈리는 이번 판결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임대인이 건물 재건축을 위해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경우조차 권리금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가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물주 입장에서 받지도 않은 권리금을 물어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과도한 침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며 “위헌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