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조성을 발표한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판매하는 2기 신도시 땅 매각이 잇달아 실패하고 있다. 3기 신도시가 상대적으로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자리를잡으면서 2기 신도시 공급 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3일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LH가 지난 4월 중순 이후 수도권에서 경매로 내놓은 주택·상가 용지 등 토지 78필지 가운데 59개 필지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유찰된 토지는 대부분 경기 화성·김포·고양시 등 2기 신도시나 그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입찰 공고한 화성동탄2 상가용지(근린상업용지 및 근린생활시설용지)는 총 7개 필지(7666㎡) 중 6개가 유찰됐다. 1필지만 단독 입찰로 입찰 예정금액(51억원) 수준에서 낙찰됐다.
경기 김포한강신도시 내 자족시설용지는 5개 필지(총 13만465㎡)가 모두 유찰돼 공개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예정이고, 화성 향남읍 행정리에 있는 1만4939㎡ 규모의 도시지원시설용지는 앞서 진행한 두 차례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이날부터 수의계약에 들어갔다.
올해 수도권에 공급한 8개 공동주택(아파트) 용지 중에서도 김포 마송과 안성 아양 등 2곳에서 유찰이 발생했다. LH가 공급하는 아파트 용지는 작년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입찰 경쟁률이 높았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주택 경기가 급속히 침체하는데다 정부가 작년 말부터 3기 신도시 를 비롯해 수도권에 30만 가구 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한 후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3기 신도시 추가 발표 이후 토지 수요 위축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3기 신도시가 2기 신도시보다 입지가 좋은데다 국토부가 3기 신도시 조성과 함께 교통망까지 대거 확충하기로 발표하면서 2기 신도시 주택 청약을 기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경기도와 인천시의 미매각 토지는 총 680만㎡로 위례신도시(677만㎡) 면적보다 크다. 미매각 토지 대부분이 2기 신도시 대상 지역인 파주(103만㎡) 김포(55만㎡) 고양(47만㎡) 평택(81만㎡) 화성(70만㎡) 등에 몰려 있다.
LH가 이달부터 연내 전국에 공급하는 토지는 3222필지(640만5000㎡)에 달한다. 수도권에만 1330필지(333만㎡)를 공급한다. 역시 상당수가 수도권 2기 신도시에 몰려 있다. LH에 따르면 이번 달에만 하남감일 공동주택용지 2만2000㎡를 포함해 인천검단 일반상업용지 2만4000㎡, 파주운정3 상업업무용지(일반상업·근린상업) 2만2000㎡, 양주회천 공동주택용지 5만8000㎡ 등 58만1000㎡ 규모의 땅이 매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