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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옆, 집값은 절반…13년만에 완성된 배곧신도시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19.05.12 21:20

“진짜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딱 들어맞죠. 뻘밭에 화약 펑펑 떠트리던 곳에 고층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걸 보면 느낌이 남다르죠.”

인프라가 대부분 갖춰진 배곧신도시. /김리영 기자



지난 2일 인천 소래포구에서 차를 타고 소래대교를 건너 월곶입구삼거리에서 정왕IC 방향으로 5분쯤 이동하자 북쪽으로 바다를 끼고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줄줄이 눈에 들어왔다.

옛 한국화약 성능시험장에 개발한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다. 시흥시 정왕동 1771-1 일대 490만여㎡ 규모인 배곧신도시는 2006년부터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아파트 첫 분양은 2013년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개발의 닻을 올린 지 13년만인 올해 총 2만가구의 주택 입주가 모두 마무리된다. 신도시에서 만난 ‘부동산명가’ 이루리 대표는 “3년전만 해도 고층 아파트 2~3곳만 우두커니 들어서 썰렁했다”면서 “이제는 상가, 공원같은 생활인프라가 속속 갖춰져 신도시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곧신도시 내 한울공원. /김리영 기자



■ 사통팔달 도로망 갖춰…길건너면 송도국제도시

배곧신도시가 자리한 시흥시는 수도권의 대규모 공단 밀집 지역인 인천과 안산 사이에 있다. 북쪽으로는 광명시와 서울 구로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수원과 연결된다. 서울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경기 남부권의 주요 지역 어디로든 20분이면 이동할 수 있어 교통 중심지로 꼽힌다.

실제로 군자대교를 넘어가면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남동공단로 이어진다. 제3 경인고속화도로, 영동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정왕IC, 안산 방향으로 가는 시화대교 진입로가 배곧신도시를 거쳐간다.

배곧신도시 주변 도로망. /시흥시



배곧신도시에는 서울보다 경기 남부권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이 산다. 배곧신도시에서 인천과 부천까지 차로 각각 20분, 광명과 수원까지 30~40분이면 도착한다. 한라부동산1번지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출퇴근 시간 도로 정체가 덜해 인천과 부천·수원·안산 등 주변 도시로 이동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했다.

서울 직장인도 거주한다. 배곧신도시 주민 김동주(46)씨는 “매일 아침 승용차를 이용해 배곧신도시에서 용산까지 출퇴근한다”며 “이동 시간은 총 1시간 반 정도지만, 서울 구로동까지는 차량 정체가 심하지 않아 30분이면 도착한다”고 했다.

배곧대교 건설예정지. 건너편으로 송도국제도시 건물들이 보인다. /김리영 기자


여기에 송도국제도시를 직선으로 잇는 배곧대교(1.89㎞) 건설 사업이 완공되면 도로 이용은 한결 편리해질 전망이다. 배곧대교가 뚫리면 송도까지 차로 10분안에 갈 수 있다. 배곧대교는 2020년 착공해 2023년 개통하기로 확정됐다.

다만 지금도 불편한 철도 이용은 향후에도 크게 나아지기 힘들 전망이다. 정호기 시흥시청 교통정책과장은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배곧신도시 내부로 지하철을 연결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대안으로 추진한 오이도역~배곧신도시를 잇는 트램(노면전차) 사업도 불투명하다. 경기도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했지만 비용편익비율(B/C)이 1보다 낮은 0.74로 나와 사업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 주택·쇼핑몰 올해 모두 입주 완료

배곧신도시는 2015년 7월 ‘시흥배곧SK뷰’ 아파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1개 단지가 입주를 마친 상태다. 올 7월 시흥배곧 C1·2블록에 짓고 있는 ‘호반써밋플레이스 1·2차’ 주상복합만 들어서면 아파트 입주는 100% 끝난다.

상가와 쇼핑시설도 대부분 준공됐다. 2017년 ‘시흥프리미엄아웃렛’과 신도시 내부 중심 상가 거리에 ‘롯데마트’, ‘베니스스퀘어’가 문을 열었다. 올 7월 ‘호반써밋플레이스’ 아파트에 광장형 스트리트몰 ‘아브뉴프랑’만 오픈하면 상가 입점도 모두 끝난다.

배곧신도시 중심 상가가 몰려있는 거리. 롯데마트와 베니스스퀘어가 들어섰다. /김리영 기자


아직까지 남은 알짜 부지도 있다. 신도시 한가운데 있는 66만2009㎡로 2025년까지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부지에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다. /김리영 기자


캠퍼스 조성사업은 지난 몇 년간 서울대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쳐 부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서울대 연구센터가 순차적으로 완공할 예정이다. 현재 이 부지에는 교육협력지원센터, 무인이동체연구소, 교직원숙소, 미래모빌리티센터 등의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육협력지원센터는 공정률이 50% 안팎이어서 내년 상반기쯤이면 완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캠퍼스 부지에 ‘서울대 시흥병원’ 유치도 논의되고 있으며 이달 중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 송도 집값의 절반 수준…“서울대 캠퍼스가 집값 좌우할듯”

배곧신도시 집값은 분양 이후 꾸준히 올랐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도권 남부의 다른 지역 새 아파트보다 저렴한 편이다. 주변 도시로 이동하기 편리하고 집값이 낮아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변영신 한신더휴공인중개사사무소 이사는 “현재는 분양가보다 8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올라 전용면적 84㎡가 3억원대 후반에서 4억원대 초반을 오가고 있지만 송도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고 주변 신도시 분양가격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곳에 처음 분양한 시범단지 ‘호반베르디움센트럴파크’와 ‘시흥배곧SK뷰’는 전용면적 84㎡ 분양가 3억원 수준이었다. 시흥시가 보유한 땅에 개발한데다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돼 분양가가 저렴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부지에 건물이 세워지고 있다. 뒷편으로 한라비발디 아파트 1~3단지가 들어섰다. /김리영 기자


비슷한 시기에 인천 송도에 입주한 ‘송도센트럴파크 푸르지오(2015년 7월 입주)’ 전용 84㎡는 분양가가 3억7000만원에서 4억3500만원이었고 현재 7억5500만원(2019년 4월, 21층) 수준에 실거래된다. 시흥시의 또 다른 신도시인 장현지구 ‘시흥장현리슈빌(2020년 7월 입주 예정)’ 분양가는 3억4000만~3억9000만원으로 배곧신도시 현재 집값과 비슷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집값도 저렴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향방과 송도국제도시 등 주변 업무 지구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향후 집값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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