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블랙핑크 만든 YG 출신 디렉터의 파격적인 사무실

뉴스 최윤정 기자
입력 2019.05.09 06:07

[우리 회사 인테리어] “베일에 싸인 엔터테인먼트 업계…플랫폼으로 새로운 시도 꿈꾸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한 것 중 하나가 공간입니다. 자신이 즐겁지 않은 공간에선 다른 사람도 즐겁게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긍정의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무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액시즈 소속 아티스트 케이티(KATIE). /액시즈 제공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액시즈(AXIS)를 이끄는 신성진(36) 대표는 사무실의 첫째 요소로 ‘즐거움’을 꼽았다. ‘크리에이티브 플랫폼’은 다소 생소하다. 신 대표는 “음반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등 일반적으로 연예기획사가 하는 일을 한다”면서도 “한 가지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음반 제작자, 기획자, 가수 등 연예계 다양한 창작자가 모여 공동 작업으로 창작물을 만든다. 통상 연예기획사 소속 직원들이 철저하게 분업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그는 “다양한 개인 창작자, 중소 규모의 연예기획사 등 관련 분야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며 “현재 가수 헨리의 신곡 작업을 ‘디렉션’ 방식을 통해 함께 기획하고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신성진 액시즈 대표. /최윤정 기자


신 대표는 약 10년 동안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신시티(SINXITY)’라는 이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소속 가수들의 영상, 화보, 패션 등 창작과 관련한 기획, 제작, 실행 전 과정을 총괄했다. 악동뮤지션, 블랙핑크, 위너 등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음반과 뮤직비디오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런 그가 또 다른 도전을 꿈꾸며 지난해 ‘액시즈’를 통해 독립을 선언했다.

액시즈는 ‘K팝스타4’ 우승자인 가수 케이티(KATIE)를 포함 배우·가수·DJ·프로듀서 등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멤버들이 한 팀을 이뤄 활동하는 멀티 크리에이터 크루(Multi creator crew)인 앰비셔스 앰비션(ambitious ambition)이 소속돼 있다. 신 대표가 2018년 초 YG에서 함께 일했던 멤버 일부와 독립해서 네이버의 투자를 받아 회사를 만들었다. 액시즈(axis)는 영어로 중심, 축이다. 여러 분야의 창작자를 연결해 새로운 축을 만들어 나가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일반적으로 사무실이나 조직 문화가 폐쇄적이다. 독창성이 생명인만큼 자신들의 창작물을 다른 회사와 공유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기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틀을 깨고 새로운 ‘플랫폼’을 열겠다는 그가 선택한 첫번째 오피스는 여의도 위워크(wework)다. 서울 한복판이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에서 유쾌하면서 진솔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온라인 플랫폼, 블록체인까지…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진화 중”

다양한 창작자가 소통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액시즈는 IT 분야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디멘션(DIMENSION)’이라는 미디어 콘텐츠 채널 사업을 적극 진행한다. 소속 아티스트의 스케줄 관리부터 회계, 정산까지 온라인을 통해 제공하는 비즈니스 인프라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다양한 컬러와 소재로 풍부한 이미지를 연출한 액시즈 1층 라운지. /아파트멘터리


그는 “블록체인(Block Chain, 중앙 관리자 없이 사용자 간 거래 정보를 여러 컴퓨터에 분산 처리하는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창작자와 팬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며 “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그동안 볼 수 없던 새로운 창작 교류 방식이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위워크 입주한 첫 연예기획사…“커뮤니티가 강점”

액시즈는 연예기획사로는 국내 처음으로 공유사무실 위워크에 입주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자리한 HP빌딩 20층과 21층에 걸친 복층형 프라이빗 오피스를 단독으로 사용한다. 라운지와 사무 공간, 녹음실, 음악감상실, 체력단련실도 갖췄다.

화사하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액시즈의 2층 사무공간. /아파트멘터리


신 대표는 “독립을 결심하고 사무실을 구할 때부터 위워크를 눈여겨봤다”며 “행정 관리 업무나 세계 곳곳의 입주사 교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특히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창의적인 사고를 이끄는 높은 천장고와 탁 트인 경관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라운지에 공연이나 행사가 가능한 무대가 있고, 다양한 협업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소개했다.

■멋부리지 않은 편안한 사무실…“공간도 브랜드 일부”

여의도 위워크에 입주할 당시 대부분 인테리어가 갖춰진 상태였다. 추후 공간을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그러나 신 대표는 인테리어 전문업체 ‘아파트멘터리’를 통해 공간 스타일링을 의뢰했다.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동기로 오랜 인연이 있었다. 그는 “예전부터 공간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유튜브 같은 영상 콘텐츠 플랫폼이 발전할수록 공간은 브랜드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음악과 영상을 공유하는 감상실. /아파트멘터리


패션 작업이 이뤄지는 드레스룸. /아파트멘터리


이후 신 대표가 액시즈를 시작하면서 브랜드 철학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아파트멘터리에 공간을 맡겼다. 그가 디자이너에게 강조한 것은 “창작자들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요즘 연예계에 사건, 사고가 많다 보니 대중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대중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공간부터 달라져야 했다”고 했다.

아파트멘터리의 심지후·박세지 디자이너는 “위워크 규정상 내부 시공을 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스타일링에 중점을 뒀다”며 “햇빛이 풍부하게 들어오길 원해 얇은 속지 커튼을 달았고, 필요에 따라 차양을 할 수 있게 블루톤의 벨벳 커튼을 함께 사용했다”고 말했다.

커튼 레일을 곡선으로 처리해 부드러운 인상을 주면서도 공간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목재와 철재 등 다른 소재를 활용해 풍부한 이미지를 이끌어냈다. 신 대표는 “스타일링 덕분에 직원 반응도 좋고 방문객 중에는 인테리어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처음 시작하는 회사인 만큼 공간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성을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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