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에 따라 서울 주요 입지의 재건축 아파트들이 잇따라 재건축 추진을 잠정 중단하고 있다.
29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이달 8일부터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추진위원회 운영 중단에 대한 소유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25일까지 839명의 참여자 중 91%가 잠정 중단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구정 3구역은 현대 1~7차, 10·13·14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단지 내에 공개했다. 입주자대표회는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은 가운데 추진위가 올해 설계비 등으로 4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데 반대하며 주민 대상의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조사 기간이 아직 남아있지만 재건축 추진 잠정 중단에 대한 찬성 표가 절대적이라 결과가 바뀌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최고 아파트 입지로 불리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재건축 잠정 중단 요구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국토부와 서울시의 각종 규제 탓에 제대로 된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는 전망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이후부터 초과이익환수제 도입, 서울시의 재건축 아파트 층수·디자인 규제 등 각종 규제가 쏟아지면서 재건축 사업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압구정뿐만 아니라 강남구 대치동 등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도 사업 중단이나 변경 요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 강남구 '대치쌍용2차'는 27일로 예정됐던 시공사 본계약을 위한 2019년 정기총회와 대의원회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 자리에서는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과 본계약을 최종적으로 마무리 짓기로 돼 있었다. 조합은 지난 24일 주민공고를 통해 “조합원들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총회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대치쌍용2차’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 대표적인 초과이익환수금 부과 대상 단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시공사 본계약 체결 후 관할 구청인 강남구청과 본격적으로 초과이익환수금 예상액 산정을 위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었다.
올해 들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서울 주요 대형 재건축 사업이 서울시의 인허가 지연으로 줄줄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도 임대주택 비율 상향 등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 공급을 가로막을 수 있는 규제들이 줄줄이 시행되고 있다”며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계속해서 지연되면 공급 부족으로 아파트 값이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