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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심해지고, 현금부자 방긋…청약시장 新풍속도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19.04.22 10:55 수정 2019.04.22 11:07
청약통장./ 연합뉴스


정부의 강력한 청약 및 대출 규제로 올해 청약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청약불패’로 통했던 서울에서 미분양이 나고, 분양가가 싼 곳에만 청약통장이 몰리는 반면 나머지 단지는 미달을 겪는 등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또 미분양 물량을 대상으로 하는 무순위 청약에는 유주택·다주택 수요가 몰리는 현상도 함께 나타나는 추세다.

■’돈 되는 곳’에만 청약 통장 몰리며 양극화 심해져

지난해에는 분양만 하면 ‘완판’되던 서울 아파트 단지들의 청약 결과 온도차가 심해졌다. 정부 규제로 집값이 약세로 돌아서자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해 차익을 기대할 수 없는 아파트들은 미분양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조감도./ 효성


지난 3월 분양한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분양가는 3.3㎡(1평)당 2469만원이었다. 고분양가 논란이 생기면서 일반분양 물량(263가구)의 41.5%인 174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남았다. 1순위 경쟁률도 평균 11대 1로 과거 서울 아파트 분양 성적보다 저조했다.

반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 청약에는 신청자가 쏠리는 현상이 올해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인기 공공택지인 위례신도시가 대표적인 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30~40%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8년인데도 수요자들이 대거 몰렸다.

지난 1월 위례신도시 ‘위례포레자이’ 487가구를 모집하는 데 6만3472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130대 1을 넘어섰다. 이달 초 분양한 ‘북위례 힐스테이트’에는 939가구 모집에 7만2570명이 청약했다.

한편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대방노블랜드’ 등은 수도권 공공택지이고 분양가 상한제 대상인데도 1순위에서 대거 미달됐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돈 되는 곳’에만 청약통장을 쓰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도 분양 성적 갈라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도 분양 성패를 가리는 새로운 요인이 됐다.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원칙적으로 중도금 대출이 금지되기 때문에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만 청약할 수 있게 되서다.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조감도./ 대림


지난 1월 말 분양한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일부 중대형은 2순위에서도 미달이 발생했다. 입지는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전체 주택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이 불가했던 것이 청약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한편 분양가가 9억원 이하인 아파트를 분양받는다고 해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미 다른 대출을 받은 상태거나 상환 능력이 안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등에 걸리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우려해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건설사 신용으로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주고 있지만, 역시 개인의 상환 능력이 충족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애초에 정부가 강남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중도금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인데, 최근 강북 아파트 분양가도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현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미계약분 아파트 선점하는 ‘무순위 청약’ 인기지만…사실상 현금 부자들을 위한 제도

올해 처음으로 시행하는 ‘무순위 청약’에는 청약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부터 다주택자까지 다양한 신청자들이 몰리고 있다. 무순위 청약이란 말 그대로 순위 없이 청약 신청을 받은 후, 아파트 미계약 물량이 발생하면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청약 통장이나 주택 여부와 상관 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청약 당첨되더라도 기록이 남지 않아 재당첨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견본주택./ 연합뉴스


지난 12일 분양한 동대문구 ‘청량리 한양수자인 192’ 1순위 청약자수는 4857명, 평균 경쟁률은 4.64대 1이었다. 반면 이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는 1순위 청약자의 약 3배에 달하는 1만4000여명이 몰렸다. 지난 16일 분양한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미계약분 174가구를 분양하는 무순위 청약에도 5835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33.6대 1에 달했다.

하지만 무순위 청약 제도가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에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반 청약과 똑같은 대출 규제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현금 부자들만 미계약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구조라서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청약제도 개편으로 가수요가 사라지면서 ‘미분양 사냥’이 다시 주목받는 것 같다”며 “서울에서 무주택자의 청약기회는 점점 더 좁아지고, 현금 동원이 가능한 부자들에게만 청약기회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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