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 2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설치된 펜스가 보였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 현장이다. 남색 작업복을 입은 인부들이 “지금 한창 철거 중이라 관계자가 아니면 못 들어간다”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둔촌주공아파트가 지난해 1월 이주를 마친 후 1년 3개월 만인 지난 11일, 본격적인 철거에 들어갔다. 당초 지난해 11월 철거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발암 물질인 석면 장판 신고 누락 때문에 5개월 정도 늦춰졌다. 절차가 정상화함에 따라 이르면 오는 7월 철거를 마치고 9월부터 일반분양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면’ 신고 누락으로 올해에서야 철거 시작
둔촌주공 아파트 철거 작업을 늦춘 것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었다. 1980년에 입주한 둔촌주공에는 17만7000㎡에 달하는 석면이 쓰였다. 석면을 해체하려면 고용노동부에 해체신고·계획서를 제출한 후 석면 해체필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감리업체측의 과실로 아파트 2개동에서 석면 장판 신고가 빠진 것이 문제가 됐다.
조합은 석면문제연구소·석면협의회·보건대학원 관계자들을 자문위원으로 선정하고 석면재조사를 지난 3월 말 마쳤다. 조합 관계자는 “아무래도 석면 해체 작업이 동네 주민들에게 가장 예민한 문제였는데, 이제 재조사 후 필증까지 받았으니 본건물 철거도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아파트를 이루고 있는 건물은 총 145개 동으로, 단지 내 상가와 기타 용도 건물까지 합하면 155개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 이은주 서울시 맑은환경과 주무관은 “단지가 워낙 크다보니 공구를 나눠 석면 해체와 아파트 철거를 병행하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5층짜리 아파트 1개 동에 있는 석면을 제거하는 데는 1주일 정도가 걸린다”라고 말했다.
■올해 9월 분양 예정…“서울 분양 시장 뒤흔들 것”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은 강남 핵심 입지에 흔치 않은 대규모 물량이란 점에서, 조합 예상대로 9월 일반 분양이 진행될 경우 올해 주택 분양 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새로 짓는 1만2032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만 5056가구에 달한다. 일반 분양가는 3.3㎡(1평)당 3500만원 정도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용 59㎡기준으로 분양가가 9억원을 넘지 않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분양은 최근 입주를 마무리한 송파구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 ‘헬리오시티’와 종종 비교된다. 둔촌주공아파트가 강동구에 위치하긴 했지만 사실상 송파구 바로 옆에 붙어있고, 두 단지 사이 직선거리도 4km 정도로 가깝다. 헬리오시티는 총 9510가구 중 일반분양은 1558가구였다.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이 일반분양 물량은 헬리오시티보다 3배 이상 더 많다.
헬리오시티는 2015년 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가 3.3㎡(1평)당 2626만원으로, 1순위 청약에만 4만1908명이 몰렸다. 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일반 분양이 만약 헬리오시티처럼 분양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동안 정체됐던 주택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도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로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아져 9억원을 초과한다면 대출 규제에 얽혀 5000가구가 넘는 분양 물량을 전부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는 기존 주택 시장이 더욱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조합측 계획대로 평당 3500만원에 분양한다면 주변 시세와 미래 가치를 감안했을 때 저렴한 축에 속하기 때문에 청약 통장이 몰릴 수밖에 없다”라며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청약 결과는 서울 새아파트 수요를 파악하는 지표로도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