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슈퍼콘서트] “부동산 하락장, 경쟁자가 줄어든 지금이 경매로 집 살 기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것을 보고 서울 집값이 떨어지길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때가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싸게 내 집 마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최근 열린 ‘제 2회 조선일보 부동산 슈퍼콘서트’에서 “매수 심리가 냉각돼서 입찰 경쟁률이 떨어진 지금이 경매로 좋은 물건을 낙찰받기 가장 쉬운 때”라고 말했다.
고준석 교수는1990년 신한은행에 입사한 후 강남권 지점에서 근무하며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해온 부동산 전문가다. 지난 3월부터는 동국대에서 부동산·경매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고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경매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경매에 나온 알짜 매물을 구분하는 방법과 기본적인 권리분석 노하우를 설명했다.
¢부동산 하락장에는 경매 기피하란 말은 ‘헛소리’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굳이 경매로 살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아파트의 최초 감정가를 결정한 이후 부동산 시세가 하락하므로 최저 입찰가(감정평가금액)가 시가보다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락장에 접어들어 입찰 경쟁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좋은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낙찰받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라며 “예를 들어 부동산 활황이던 작년에는 서울 아파트 경매 입찰에 평균 8~9명이 몰렸지만 올해 2월은 5명 남짓 참여할 정도로 경쟁률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고 교수의 주장은 상승장·하락장이라는 것을 우선시 하기보다는 경매에 나온 매물의 최저감정가와 현재 시세를 비교해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는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고 상가·토지·오피스텔·연립주택 등 모든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고, 아파트만 놓고 보더라도 강남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지방 집값이 오르지는 않는다”며 “이처럼 경매에 나온 개별 매물별 가격이 오르는 시점과 변동폭은 각각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가치 높은 단지 골라내는 노하우는
그럼 어떤 조건을 가진 아파트를 골라야 이득일까. 고 교수는 ‘미래가치’가 높은 단지들이 갖는 공통점 몇 가지를 소개했다. 첫번째, 입지가 비슷한 아파트 단지라면 가구 수가 많은 단지를 골라야 추후 시세 차익을 조금이라도 더 남겨볼 수 있다. 고 교수가 제시한 기준은 최소 1500~2500가구 규모 단지. 이 정도 가구수로 이뤄진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져있고, 미래에 재건축을 할 때도 사업성이 높아서다.
둘째, 교육환경이다. 이 때 초·중·고등학교가 가까이 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주변에 학원가가 형성돼 있는지를 더 중요한 포인트로 체크해야 한다. 또 역세권 단지일수록 좋고, 지하철 노선을 많이 포함하는 아파트일수록 가치가 높다. 마지막으로 백화점·대형마트·종합병원·문화시설 등 편의시설이나 강·공원 등 녹지공간을 끼고 있을수록 미래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권리분석 어렵다고?…기준권리 4개만 알고 있으면 된다
고 교수는 “사람들이 경매를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권리분석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 것”이라며 “등기부에 공시되는 권리는 22개, 공시되지 않은 권리는 5개로 많지만, 모든 권리의 뜻을 일일이 해석하려고 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기준권리’ 4개만 알고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4대 기준권리’는 근저당권·저당권, 가압류·압류, 담보가등기, 경매개시결정등기 등이다. 경매로 나온 매물의 등기부에 수많은 권리가 표시돼 있어도, 이 4가지 기준만 파악하면 매수인이 실질적으로 신경써야 할 권리들만 간단하게 추려낼 수 있다는 것이 고 교수의 설명이다.
4가지 기준 권리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우선 ‘저당권’은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준 대신 담보로 제공받은 부동산에 대해 다른 채권자들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이며, ‘근저당권’은 채무자와 지속적으로 거래 계약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장래의 채권을 일정 한도 내에서 담보해주는 저당권을 말한다. ‘압류’는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 ‘가압류’는 강제 압류 조치 전 채무자가 재산을 미리 빼돌리지 못하게 막는 처분을 의미한다. ‘담보가등기’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서 임시적으로 등기 설정하는 것이다. ‘경매개시결정등기’는 채권자가 본인 소유의 부동산을 법원에 경매 접수하면 법원 직권으로 등기부에 기입되는 경매개시결정을 말한다.
그는 “일단 관심 있는 물건의 등기부를 떼서 네 가지 권리를 기준으로 매수인이 인수해야하는 나머지 권리들을 추려내는 식으로 경매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이 때 매수하는 권리들에 대해 전문가에게 문의하거나 따로 공부하면서 경매에 익숙해지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