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 짓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협소주택이나 미국 주택은 TV나 영화를 통해 종종 소개되지만 그 의도와 철학적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땅집고는 월간 건축문화와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주택을 소개한다.
[세계의 주택]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으로 설계한 포르투갈 ‘언덕 위의 집’
포르투갈의 조용한 시골 마을 언덕 꼭대기에는 산과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단독주택(GR HOUSE)이 있다. 이 집은 내부에서는 바깥을 쉽게 내다볼 수 있지만 바깥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차고가 있는 집 뒷편으로 나가면 다른 집들로 연결된다. 집을 둘러싸고 녹지로 자연스럽게 정원 겸 울타리를 형성하면서 밀폐된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반면 내부에 들어서면 외부와 차단된 느낌이 나지 않는다. 언덕 끝에 지어진 이 집의 다른 한편은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곳곳에 창을 만들어 안에서는 창밖으로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다. 또 내부에 충분한 빛을 유입하기 위해 천창(天窓)도 만들었다.
◆ 건축개요
설계: 파울로 마틴스 ARQ 디자인(PAULO MARTINS ARQ&DESIGN)
위치: 포르투갈 세베르 뒤 보우가
연면적: 696㎡
대표 건축가: 파울로 마틴스(Paulo Martins)
준공연도: 2018년
사진: 이보 타바레스 스튜디오(Its.Ivo Tavares Studio)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건축주 요구에 따라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으로 설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경치를 집 내부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것이 핵심이다.
건물 형태를 비뚤비뚤하게 만들고 외관도 주변 토지 색깔로 마감해 언뜻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집인지 땅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외부 벽면의 일부인 듯 꽁꽁 숨겨진 현관문
집으로 들어가려면 경사 지형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길 양쪽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녹지공간이 펼쳐져 있다. 집은 대지의 끝부분에 숨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출입문은 외벽과 그대로 연결돼 입구를 구분하기 어렵다. 외벽과 출입문 모두 같은 재질의 목재로 시공했는데 문과 벽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주보는 외벽과 비슷한 크기의 커다란 문을 밀어젖히면 마치 내외부 공간이 전환하는 듯한 느낌이 난다.
■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으로 환한 거실
빛의 유입을 위해 천창을 설치하고 내부 공간 벽은 유리로 시공한 곳이 많다. 빛과 창 때문에 전혀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으며 오히려 탁 트인 공간이 펼쳐진다.
천창은 중정과 방 옆 좁은 베란다 위에 있다. 높은 담장으로 인해 다소 어두울 수 있던 실내를 환하게 밝혔다. 집의 형태가 정사각형이 아니어서 집안 곳곳에 모서리 공간이 생기는데, 이런 곳에 창을 두어 외부 시선으로부터 방해를 최소화했다.
낮에 천창은 마치 거실의 큰 조명등처럼 집에 불을 켜지 않아도 될만큼 충분하게 생활공간을 밝혀준다. 주요 생활공간은 거실과 주방이 합쳐진 형태로 설계했다. 8인용 다이닝 테이블과 아일랜드 식탁, 그리고 주방 조리공간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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