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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일본식 버블 붕괴 시작됐다?…3가지가 다르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9.03.09 04:00

서울 아파트값은 2013~2018년 5년간 46% 올랐다. 그러나 작년 말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거래는 ‘절벽’ 수준으로 급감했고, 서울 강남의 고가(高價) 아파트 중에는 작년 하반기 대비 2억~3억원씩 가격이 내린 아파트도 등장했다. 한국 집값과 땅값이 ‘일본식 버블 붕괴’를 시작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집값이 하락할 때마다 늘 일본식 버블 붕괴 우려가 나오는데, 집값 하락 폭이 클수록 이 주장은 힘을 얻는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일본식 집값 붕괴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진행될까.

일본 도쿄의 주택 가격을 나타낸 그래프. 버블이 절정이었던 1990년 대비, 2018년 현재 집값은 절반 이하 수준이다./자료=이코노미스트


일본 도쿄 중심부 긴자(銀座)의 토지 공시가격은 부동산 거품이 절정이던 1991년 3.3㎡(1평)당 1억1000만엔(약 10억원)을 웃돌았다. 당시 도쿄 번화가인 고쿄(皇居) 지역의 토지를 모두 팔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2019년 현재 일본 땅값은 20년 전의 절반에 불과하다.

일본의 도쿄의 야경./사진=블룸버그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던 1990년대 초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일본은 1986~1987년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5%에서 2.5%로 내려 급증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몰렸다. ‘부동산은 불패(不敗)’라는 믿음에 따라 너도 나도 빚을 내서 부동산을 매입했다. 한국도 지난해까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일본은 1990년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69.7%로 최고점에 달했을 때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해 장기 침체에 돌입했다. 우리도 생산가능 인구가 2017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일본처럼 집값이 폭락하는 일이 벌어질까.

■ 한국이 ‘일본식 버블 붕괴’와 다른 3가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집값이 일본식 ‘버블 붕괴’를 따라갈 것이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연도별 주요국의 실질 주택가격을 나타낸 그래프. 일본(파란 선)의 주택 가격이 얼마나 심각한 버블이었는지 보여준다./자료=키움증권


우선 한국 부동산 가격은 일본에 비하면 상승 폭이 크지 않다. 일본은 1985~1990년 대도시 땅값이 4배로 올랐다. 1987년 한해에만 도쿄, 오사카, 나고야, 요코하마, 교토, 고베 등 6대 도시 땅값이 평균 30.7% 올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8%, 땅값은 6% 각각 오르는데 그쳤다.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집값이 폭락했는데도 공급을 줄이지 않았다. 경기 부양을 위해 오히려 건설 투자를 늘렸고, 초과 공급 탓에 가격 하락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5년 이후 건설 투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1995년을 기준으로 2018년 실질 부동산 가격 상승률./자료=키움증권


마지막으로 대출 규제의 차이다. 버블 형성 당시 일본에선 대출 규제가 거의 없이 주택담보 대출이 이뤄졌다. 특히 당시 버블을 주도한 주체는 기업이었다. 일본 기업은 국내외 주식·채권 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부동산 시장에 투자했다. 종신고용제를 기반으로 한 직원 사택(社宅) 문화 탓에 기업들이 도심 부동산을 앞다퉈 구입했다. 결국 기업이 레버리지(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자 은행권 부실로 이어졌고 급격한 침체로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권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loan to value ratio) 규제 등을 통해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가계와 금융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낮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개인이 파산해도 금융권 부실 책임이 한정돼 일본 같은 ‘연쇄 부실’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 금리인상 속도와 글로벌 경기가 관건

변수는 금리 인상의 속도다. 일본은 과거 버블이 꺼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급격하게 진행했다. 1989년 일본은행 총재에 취임한 미에노 야스시(三重野康)는 1989~1990년에 거쳐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6%로 수직 상승시켰다. 집값 상승기 무리한 대출을 냈던 기업과 가계가 이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한국은행은 급격한 금리 인상이 주는 부담을 우려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운영위원회는 국내 경기 둔화 우려에 따라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후 3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연 1.75%)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집값이 붕괴된다면 주택 시장 자체 요인보다 국내 실물 경기와 글로벌 경기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산업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만큼 집값도 글로벌 경기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글로벌 경기가 나빠지고 수출이 꺾이면 국내 경기도 침체하고 서울 집값의 하락 속도 역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만큼이나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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