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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美사무실이 부럽다고? 한국과는 맞지 않죠"

뉴스 최윤정 기자
입력 2019.03.05 13:23 수정 2019.03.06 14:06

[우리 회사 인테리어 뽐내기] "미국 공유 오피스 문화, 한국과는 맞지 않아…그래서 가라지(GARAGE) 만들었죠"

“미국 공유 오피스에선 사무실에서 맥주도 마시고, 다른 회사 사람과 게임도 하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도 찾습니다. 자유로워 보이고, 멋있어 보이기는 하죠. 하지만 한국에선 적합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공유 오피스의 장점은 인정하지만, 낯선 사람과 수시로 어울리는 것을 힘들어 하는 사용자가 더 많거든요.”

서울 강남권에 근거지를 둔 공유 오피스 ‘가라지’(GARAGE). 한국형 공유 오피스 문화를 내세우는 회사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금융경제학) 재학 중 미국 공유 오피스 위워크(wework)에서 창업한 경험이 있는 백기민 대표가 2016년 창업했다. 백 대표는 “세계 최대의 공유 오피스 위워크는 ‘오락적’인 문화와 개방적인 사무 환경을 지향하는데, 한국의 사무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면이 많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공유 오피스의 강점과 한국형 오피스 문화의 ‘니즈’를 결합해 가라지를 창업했다. 서울 강남구 선릉역 주변에 1호점을 열어 성공한 뒤 지난해 12월 교대점, 올 2월 중순 3호점으로 강남점을 개점했다.

2월 중순 가라지 3호점으로 강남점을 열었다.


■ “위워크 멋있어 보이지만 불편해 하는 한국 이용자도 많아”

백 대표는 2012년 게임 콘텐츠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가 사업을 시작한 곳이 학교 인근 위워크 사무실이었다. 냉장고에 술이 있고, 공용 사무실 가운데 다트게임기와 당구장 등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미국 젊은 창업자들과 만나 교류하고 일 했지만, 천생 한국사람이었던 그에게도 좀 아쉬운 면이 있었다. 백 대표는 “사무 공간과 네트워크 공간이 뒤섞에 있다보니 다른 창업자들과 네트워킹하기에는 좋았지만 일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게임회사에 취업했다가 콜럼비아대학 동창 박우준씨(현 가라지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함께 다시 게임콘텐츠 회사 창업에 도전했다. 창업과 동시에 공유형 오피스 형식의 사무실 구하기에 나섰다.

“게임 회사는 직원들이 창의력을 풍부하게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근무 환경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우리나라 게임 콘텐츠 회사 사무실은 공장처럼 경직된 분위기가 강했어요. 창업을 준비하면서 국내 공유 오피스 업체를 돌아다니며 적합한 사무실을 물색했는데 ‘우리와는 뭔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한국의 공유 오피스에서 ‘미국 스타트업 창업가 흉내내기’를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런 장면을 보고 ‘창작 활동을 위한 한국형 공유 오피스’로 창업 방향을 바꾸었다. 가라지는 공유 오피스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과 사업 구조를 따르지만, 공간 콘텐츠는 한국형으로 바꾸었다. 두 창업자는 한국형 공유 오피스인 가라지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노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의 분리’라는 원칙을 세웠다. 박우준COO는 “우리나라는 ‘일은 일’ ‘노는 것은 노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일을 할 때는 분리된 공간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쉴 때는 편안하게 오픈 된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충분히 교류하고 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네트워킹 라운지와 사무공간의 분리

작년 말 문을 연 교대점에 두 창업자의 사업 방식을 구현하려고 했다. 박 대표는 가라지 교대점 공사를 인테리어업계 스타트업인 ‘아파트멘터리’에 의뢰했다. 아파트멘터리 심지후ㆍ박세지 디자이너는 ‘일과 휴식이 분리된 공유 오피스’라는 가라지 창업자들의 주문을 받아 공유 오피스의 환경을 만들기로 했다. 공유 오피스의 특징을 살려 이용자들이 네트워킹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주면서, 일할 때는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파트멘터리 심지후 디자이너는 “개인 성향에 따라 여러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즐기는 이가 있는 반면 피하고 싶어하는 이용자도 있다는 점을 실내 인테리어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가라지 교대점은 1층 전체는 입주 기업들이 교류하는 ‘네트워킹 라운지’로 꾸미고 2층부터 4층까지 독립 사무실과 회의실 등을 배치해 층별로 업무와 교류하는 공간을 분리했다. 2~4층 업무 공간의 사무실 사이에는 비즈니스 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만들었다.


공간의 특성에 따라 사용하는 소재도 달리 했다. 심지후 디자이너는 “1층 커뮤니티 라운지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조금 투박하지만 자유로운 멋이 느껴지는 나무, 벽돌, 철재 등의 소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일하는 곳’으로 정한 2층 이상의 업무 공간은 회색과 흰색으로 간결한 느낌을 살렸다. 자연광이 풍부하게 들어 올 수 있도록 했다. 각 층의 사무실 가운데에는 작은 라운지를 확보해 별도의 휴식 공간을 두었다.


■단점을 장점으로…소통 이끌어 낸 계단식 좌석

아파트멘터리는 오래된 건물의 내부를 인테리어 하면서 건물의 구조적인 단점으로 남아 있던 부분의 가라지 교대점의 최대 매력 포인트로 만들었다. 가라지 교대점 1층 동쪽 부분은 원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어 1층이지만 바닥이 경사져 있어 버려진 공간이었다. 가라지와 아파트멘터리는 이 공간을 계단식 좌석으로 만들고 나무로 마감을 했다.


그 결과 1층 라운지에 대학 운동장의 스탠드 같은 느낌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박세지 디자이너는 “설계 과정에서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오히려 가라지 교대점을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나무 계단은 가라지 교대점에서 가장 자유로운 공간이 됐다. 이곳에서 입주자들이 대화하고, 놀고, 가끔은 드러누워 낮잠도 잔다. 가라지 박우준 최고운영책임자는 “처음 생각했을 때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가라지를 찾아 각자의 공간을 활용하고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라지가 지점을 하나씩 만들 때마다 한국형 공유 오피스의 새로운 모델과 실험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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