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경매 시크릿] 매각금액 대비 보증금 비율 높은 아파트, 유찰되기 십상인 이유
초등학교 교사인 M씨(33). 올해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지만 결혼자금을 넉넉하게 마련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따라서 예비신랑과 의논한 후 신혼집은 경매를 통해 장만해보기로 합의했다. 경매 공부를 하던 M씨는 다음달 12일 3차 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경기 화성시 능동 ‘동탄푸른마을 모아미래도(수원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509207)’ 아파트가 경매에 나온 것을 발견했다. 최저매각가는 1억1858만원으로 최초감정가 2억4200만원 대비 51%(1억2342만원)나 떨어진 상태였다.
곧바로 등기부를 확인해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임차권, 3순위 가압류, 4순위 경매개시결정(강제경매) 순이었다. 매각물건명세서의 부동산 표시에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임차인 지○○가 있었다. 다행히도 이 임차인은 보증금 2억3000만원에 대한 배당 요구까지 한 상태. 또 지○○는 경매신청 채권자인 서울보증보험에게 임차권자의 지위를 양도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등기부에 공시된 권리관계는 모두 경매로 소멸하기 때문에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는 없었다. 임차인이 배당 요구를 했으니 보증금도 배당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왜 유찰된 것인지 대해 M씨는 의문이 생겼다. 경매개시결정은 2018년 7월 6일이었는데, 임차인의 배당요구는 이보다 앞선 2017년 11월 6일이란 점도 의아했다. 경매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배당요구를 어떻게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우선 이 아파트가 유찰된 이유부터 보자.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하면 당연히 보증금을 배당받는다. 이 때 보증금보다 낙찰금액이 더 많아야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매각금액이 보증금보다 항상 더 많은 것은 아니다. 만약 매각금액이 보증금보다 적으면 임차인이 배당받지 못한 잔여 보증금은 고스란히 매수인이 부담해야 한다.
‘동탄푸른마을 모아미래도’ 아파트 경매의 경우 최초감정가(2억4200만원)와 임차인의 보증금(2억3000만원)의 차이는 1200만원이다. 최초감정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95.41%로 상당히 높다. 보통 최초감정가는 시세의 95~100% 선에서 결정된다. 만약 1차 매각기일에 최초감정가 이상으로 낙찰되지 않는다면 임차인은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을 수 없고, 여기서 발생하는 잔여보증금은 매수인이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최초감정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을수록 시세 수준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 경매가 유찰되기 쉽다. 만약 3차 매각기일에 최저감정가(1억1858만원) 수준으로 매수한다고 해도 매수인은 임차인이 배당받지 못한 잔여 보증금 1억1142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매수인은 총 2억3000만원에 이 아파트를 매수하는 셈인 것.
임차인의 배당요구일이 경매시작일에 앞설 수 있는 이유도 알아보자.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는다. 이 임차권 등기가 첫 경매개시결정 등기 전에 이뤄졌다면 저당권·전세권과 그 밖의 우선변제청구권 역시 첫 경매 시작일 전에 등기된 것이다. 모든 권리가 매각으로 소멸하면 임차인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당연히 배당받을 권리가 있는 채권자가 된다. 임차권등기 일자가 곧 배당요구일이 되는 이유다(대법원 2005다33039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