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경매 시크릿] 알짜 매물인데…지분매각 경매라면 낙찰받을 수 있나?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사는 H씨(43)는 지난 6개월 동안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경매를 배웠다.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세 차례 직접 경매에 참여하기도 해서 동네 친구들에게는 ‘경매 선수’로 불리기도 한다. 번번이 낙찰에 실패하긴 했지만 경매에 나온 좋은 매물을 물색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그는 다음달 7일 2차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의 ‘벽적골9단지주공아파트(수원지방법원 사건번호 2018-17951)’가 경매에 나온 것을 발견했다. 최저매각가는 9170만원으로 최초감정가 1억3100만원 대비 30%(3930만원) 떨어진 상태였다. 이 아파트 주변에는 4만명이 넘는 ‘삼성맨’들이 근무하고 있는 삼성디지털시티와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가 있어 전월세 수요가 풍부했다. 지하철 분당선 영통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역세권 단지기도 했다. H씨는 입찰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등기부를 보니 1순위 가압류, 2순위 경매개시결정(강제경매) 순이었다.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한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의 부동산 표시에 ‘김○○ 지분(1/2)만 매각’이라고 적혀있었다. ‘공유자 우선매수신고 제한’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공유자 우선매수’란 하나의 부동산을 여러 명이 공동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지분만 경매에 나올 경우 다른 소유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H씨는 경매 공부를 통해 ‘지분매각 경매는 일반 매수자가 낙찰받기 어렵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벽적골9단지주공아파트 입찰에 앞서 공유자 우선매수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졌다.
H씨가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지분매각의 경우 특수한 권리관계가 없어도 유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매수자들이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단정지어 생각하고 입찰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만약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해당 공유자가 자동적으로 낙찰을 받게 되고 자연히 최고가매수신고인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곤 한다. 그래서 일반 매수자들은 애초에 지분매각 경매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공유자들이 우선매수권을 무조건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지분매각 경매가 유찰되는 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일반 매수자와 공유자 모두가 경매에 나온 지분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유찰되는 것 뿐이다.
만약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했다면 매각기일까지 보증금을 제공하고 최고매수신고인과 같은 가격으로 채무자의 지분을 우선 매수하겠다고 알릴 수 있다. 이 때 최고가매수신고가 있더라도 그 공유자에게는 매각을 허가해야 한다. 즉 공유자는 매각기일에 집행관이 최고가매수신고인의 이름과 가격을 호창하고 매각 종결을 고지하기 전까지만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된다. 이어 즉시 보증을 제공하면 적법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대법원 99마5871 참조).
여러 사람의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신고한 경우에는 특별한 협의가 없으면 공유지분의 비율에 따라 채무자의 지분을 매수하게 해준다.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했다면 최고가매수신고인은 차순위매수신고인으로 본다(민사집행법 제140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