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수백억 자산가 '을지면옥' 지키려고 서민들이 피 흘려야 하나"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9.02.15 14:44 수정 2019.02.15 15:45

“수백억대 자산가인 을지면옥 같은 노포를 지키기 위해 600여 서민들이 피를 흘리게 되었습니다.”

서울시가 14년간 추진한 중구 ‘세운3구역’ 재정비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영세 토지주들이 반발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서울시 결정을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세운3구역 영세 토지주들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청와대 홈페이지


세운재정비사업은 옛 세운상가와 주변 공구거리에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2006년부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철거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해 1월 세운3구역에 포함된 평양냉면집 ‘을지면옥’이 재개발로 이주할 처지에 놓였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포’(老鋪)를 보존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을 받아들인 것. 그는 “을지로 일대 재개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을 도심 전통 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된 것.

서울 세울재정비촉진지구와 을지면옥 등 노포의 위치./조선DB


그러자 영세 토지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서울시가 그동안 을지면옥 등 노포의 존재를 알면서도 재개발을 허가했다가 일부 비판 여론에 따라 말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직후인 2011년 세운지구 재정비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가 2014년 계획을 바꿔 사업을 재개했다. 2017년 4월엔 철거 직전 단계인 사업시행인가까지 마쳤다.

세운3구역 토지주들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지난 6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법령에 따라 수백여 차례 서울시 협의를 거쳐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했다”면서 “박원순 시장은 과거 자신이 직접 변경하여 결정한 것을 노포 보존을 위해 손바닥 뒤집듯 또다시 뒤집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올해 1월 서울 중구 입정동 을지면옥과 주변 세운3구역에 속하는 점포들./김연정 객원기자


이들은 “우리는 평균 15평 내외 토지를 소유한 서민층”이라며 “박시장의 노포 보호 정책으로 을지면옥 등 수백억 자산가들이 오히려 더 큰 이득을 보고, 600여 서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됐다”고 했다.

세운3구역 토지주들은 을지면옥(대지 137평)이 토지 보상가로 평당2억원, 총 274억원을 요구하고 있고, 인근 조선옥(대지 107평)도 평당3억원, 총 321억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노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합법적으로 추진했던 세운지구 재개발이 중단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을지면옥 건물이 인근 주민들을 희생시킬 만큼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재개발로 이전한 수많은 다른 가게들처럼 새로운 점포에서 전통을 잇는 것에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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