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서부의 대표적인 도시 안산시의 중심가에 있는 ‘안산고잔푸르지오5단지’ 84.9㎡ 아파트는 작년 6월 전세금이 4억8000만원(11층)이었다. 하지만 6개월 뒤에는 무려 2억원 전세금이 반토막이 나 2억3000만원(7층)에 거래됐다.
경기 남부의 가장 끝도시인 안성시 공도읍. 이 지역 ‘금호어울림1단지’ 84.7㎡(이하 전용면적)는 지난해 12월 말 1억3000만원(19층)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2007년 10월에 입주한 이곳 전세금은 2017년 초 2억원을 호가했다. 그러나 지난 2년 사이 전세금이 35%가 하락했다.
경기도 외곽 도시에서 전세금 폭락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4~5년간 주택경기 호황기에 대규모로 공급된 아파트 단지 입주가 시작된 여파다. 부동산 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해 경기도 안성 전세금은 11%가 떨어졌고, 안산시(-10.44%), 평택시(-8.11%) 전세금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기도 신도시 중에선 파주 운정신도시가 -5%를 기록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역전세난’이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전세금 하락 폭이 큰 지역은 공통적으로 서울에서 먼 수도권 외곽에 있고, 해당 지역 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도 아파트가 대규모로 들어섰다는 특징이 있다.
■ 주변 도시 ‘공급폭탄’…예정된 철도 5개 호재도 소용 없어
전세금 하락폭이 큰 안산시의 경우 전철·철도 노선 개통 호재에도 불구하고 전세금 하락폭이 컸다. 안산시에는 지난해 6월 소사~원시선이 개통했고, 시흥·안산 스마트허브 2개 노선이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얻었다. 올해에는 신안산선은 올해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수원~인천선(2019년 예정)이 개통할 예정이다. 안산시 공인중개사무소 A씨는 “안산에선 개통하거나, 건설 하겠다고 하는 전철·철도 계획이 5개나 되지만 공급량이 너무 많다보니 전세금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안산에는 재건축 단지가 작년 한 해에만 4276가구가 입주했다. 주변 지역에도 입주량이 많다. 안산과 가까운 부천옥길·시흥은계·시흥목감·시흥배곧에도 대규모 택지지구가 조성되고 있어 안산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성시도 대규모 아파트 입주 쇼크를 받고 있다. 안성시는 최근 3년간 7307가구가 입주했고 같은 기간 안성과 맞닿아 있는 경기도 오산(9062가구)·화성(6만7797가구)·평택(2만2382가구)에는 입주 가구가 총 10만에 달한다. 또 안성시는 신규 주택시장도 위축됐다. 안성시는 2016년 10월부터, 평택시는 작년 6월부터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 3기신도시 들어서면 외곽은 더 떨어질 것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도 전세금이 폭락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경기도 외곽지역에도 아직도 입주 예정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2021년부터 공급하기로 계획한 총 12만 가구 물량의 3기 신도시 계획도 수도권 외곽 시장에는 악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3기 후보지들은 2기 신도시보다도 서울이 더 가까운데다 신도시 조성 단계부터 교통망 계획이 수립됐다”며 “더 좋은 입지에 공급이 늘어나는만큼 향후 2~3년 간은 외곽지역의 전세금 하락세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