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링 with 리빙센스] 결혼 1년차 부부의 30평대 아파트, 취향의 발견
결혼 1년 차 부부의 33평 아파트. 취향을 발견하고, 단단히 다져나가는 두 사람의 공간.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 그 끝에 우리 집
큰 차이 없어 보이는 수십 개의 ‘화이트’를 마주하면 인테리어 초심자의 마음은 조금 착잡해진다. 단순히 ‘예쁜 것’을 구별해낸 것과 내가 살아갈 집에 대한 디테일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일이다.
최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신혼집을 꾸린 신유진, 윤지원 씨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예쁘게 꾸며진 집을 보면, 그 누군가의 취향이 부럽기만 했어요. 너무 많은 정보 속에 있다 보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뭔가를 골라도 확신이 별로 없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여행과 책, 공원에서 보내는 한적한 오후를 좋아하는 부부.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아내 신유진 씨가 콘셉트를 정하고, 디자인을 공부한 남편 윤지원 씨가 톤&매너를 맞춰 그녀의 생각을 현실에 옮겼다. 푹신하고 폭이 넓고 깊은 소파와 따뜻한 느낌을 주는 우드 플로어, 모던한 패브릭으로 마무리한 거실은 군더더기 없이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하며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 그 끝에 완성된 신유정, 윤지원 씨 부부의 집이 있었다.
■우리 결혼했어요
인테리어 결정 과정에서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합리적이면서도 자신들의 취향을 정확히 이해하는 디자이너를 찾기 위해 여러 디자이너와 미팅을 진행했던 부부는 아파트멘터리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디자이너와의 소통 과정에 만족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따뜻한 분위기의 집을 완성해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호주 유학 중 스무 살, 스물두 살에 만나 15년의 연애 끝에 결혼한 부부는, 집 안을 어떻게 꾸밀지에 관한 얘기를 자주 나눴다. 집에서 머무는 동안은 가장 편안한 느낌을 받기를 바랐던 신유진 씨, 그리고 채광에 가장 많이 신경 썼던 윤지원 씨는 무엇보다 거실의 활용법을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거실 창가에 널따란 식탁을 두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는 디자이너의 추천 팁이 큰 도움이 됐다. 식사, 독서, 컴퓨터 등 부부가 즐기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 거실은 지금 부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기분 좋은 공간
자신만의 주방을 갖고 싶어 했던 신유진 씨는 주방 이야기가 나오자 밝게 웃는다. 그녀에게 주방은 아직은 서툰 요리와 베이킹을 연습하고, 둘만의 소박한 식사를 준비하기도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아끼는 식기와 찻잔을 모아두는 공간이기도 하다.
주방은 거실과 마주 보는 대면형으로, 벽을 마주하는 구조라 집안일을 하는 동안 답답한 느낌을 받지 않도록 상부장을 과감하게 없애고 하부장을 촘촘히 배치하는 한편 화이트 컬러 도장으로 마무리해 현관에서 바라보면 거실이 한층 넓어 보인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안방에는 아내의 취향이 반영됐다. 그녀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한 공간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모던한 톤으로 스타일링한 침실과 달리 화장대와 욕실엔 각각 핑크와 청록색의 컬러 포인트가 눈에 띈다. “집 안에 핑크컬러를 들인다는 생각은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컬러를 좋아하는 줄도 인식하지 못했죠.” 취향을 찾아가는 두 사람의 여정은 공간마다 그 색채를 달리하며 더욱 반짝인다.
■집 속의 작은 문화 공간, 서재
“우리 집인데도 가끔 신기해요. 너무 좋아서요.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 중에도 집 생각이 나고요(웃음).”
집을 꿈꾸던 공간이라 부를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따로 마련한 서재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결혼 전부터 ‘결혼하면’이라는 전제를 달 때에도 서재에 대한 꿈은 꼭 끼워 넣었다고. 소설과 고전, 인문학 도서를 즐기는 신유진 씨와 자동차와 잡지, 여행 관련 도서를 좋아하는 윤지원 씨가 함께 꾸린 책장은 삶에 꼭 맞게 큐레이션한 독립 서점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서재를 단순히 책을 보는 곳이 아닌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가장 만족스러운 공간이에요.” 신혼집을 꾸린 지 7개월, 시끄러운 도심보다는 한적한 둘만의 공간을 갖고자 했던 부부는 삶의 완성품 같은 그들의 집에 무한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망가지면 속상하고, 떠나면 보고 싶은 ‘우리 집’. 15년지기 연인이 서로에게 그러했듯, 집은 두 사람의 삶에서 가장 큰 선물이자 사랑의 느낌이 가득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