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링 with 리빙센스] 사계절 변화를 큰 창으로 만끽하는 '마음이 쉬는 집'
서울 북한산 자락, 능선을 따라 지붕이 이어진 타운하우스 몇 채가 서 있다. 자연을 건축에 담고, 사람과 자연이 소통할 수 있는 건축으로 유명한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이곳에 살고 있는 가족을 만났다
■자연을 모으는 집
‘거주 공간은 자연을 공간 안에 모아두는 곳이어야 한다’는 건축가의 철학대로 지어진 이 집에 강수연 씨 가족이 살고 있다. 전주에서 공수한 한지 소재 섬유를 나주 천연 염색 공장에서 쑥물로 염색해 벽지로 사용하고, 일본에서 자란 한국 건축가답게 다다미 방에서 모티프를 얻은 디테일도 눈에 띈다.
“10년 넘게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살았어요. 서울의 야경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이곳에서 살고부턴 산과 함께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게 됐죠.” 이들 가족은 베란다를 넘어 창가까지 와 닿는 모과나무에 열매가 맺히는 걸 세 번이나 봤다. 사계절의 변화는 인테리어를 바꾸지 않아도 공간의 표정을 달리 보이게 한다.
그녀와 가족이 이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것은 2층에 위치한 거실과 주방으로 넓게 난 창 그리고 북악 스카이웨이를 바라볼 수 있는 테라스 덕이다. ‘건축은 사람과 자연이 소통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다리’라는 건축가의 철학에 기반한 공간 속에 가족의 하루가 있다. 사람들을 좋아해 집에서 자주 포틀럭 파티를 하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과도 더없이 어울리는 집이다. “이 공간이 사람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여백이 많을 거예요. 유지하기도 쉽지 않겠죠. 마실 것과 먹을 것을 나누는 동안 손 갈 데가 많아지면 더 즐거워요.”
■시선이 머무는 곳에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는 남편과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아내. 문화적 코드가 잘 맞는 부부가 사는 집의 곳곳에는 공간에 어울리는 그림과 조형물이 자리한다. 공간의 동선을 따라 시선이 닿는 곳마다 새로움이 있는 곳. 건축가가 그린 배경지 위에 취향을 세밀하게 그려나가는 것은 이들 부부의 삶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2층 다이닝 룸 겸 주방에 위치한 이명호 작가의 작품은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평소 좋아하던 작가를 지인의 소개로 집에 초대하게 되었고, 작가가 직접 작품도 추천해주고 위치도 선정하는 데 도움을 주어 더욱 뜻깊다고.
백윤기 작가의 조소 작품 역시 부부에게 소중한 의미가 있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첫째 딸과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기 때문. 아이들 방이 있는 1층 복도에 자리하고 있는데, 공간이 한층 생기 넘친다.
■공간의 존재감에 관하여
한 집에서 아이들과 부모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의 공간이 따로 존재해도, 마음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책이며 옷가지 그리고 장난감들이 집 안 곳곳으로 흩어지기 쉽기 때문. 부부는 아이들과 오랜 시간 삶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부모로서도, 개인으로서도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부가 미식을 즐기다 보니, 새로 문을 연 스폿이나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음식점을 찾아가 보는 콘셉트 여행을 떠나기도 해요. 아이들과 함께 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죠.” 부모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도 아이들은 스스로의 자리에서 생활할 수 있다. 떠나봐야 아는 일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영유하는 가족이기에,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도 어른과 아이의 영역을 잘 나눈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두 아이의 방이 나란히 놓인 1층과 부부가 휴식할 수 있는 공간만을 둔 3층은 개별로 존재한다. 가족 모두 눈으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집. 라이프스타일과 어울리는 공간을 찾은 가족의 하루는 조금 더 여유롭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