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철의 절세캅] 증여 시 현금·아파트·상가보단 생활형숙박시설?
경남에 사는 조세기씨는 집안 큰 어른이다. 종중 소유 토지는 모두 조씨 명의다. 하지만 큰 아들이 변변치 못해 문중 땅을 물려주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고등학교 3학년인 장손이 전교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 조씨는 아들보다 손자에게 증여하고 싶다며 아내와 상의했다. 그러자, 아내는 “종중 토지보다 요즘 최고 알짜인 강남 아파트를 사서 장손에게 물려주자”고 제안했다.
강남 아파트는 한 채에 20억원이 훌쩍 넘는 소위 ‘등골브레이커 부동산’인데 철없는 아내의 조언에 실망한 조세기씨는 절세캅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 “아파트는 현금 증여와 비슷…세금 혜택 없어”
손자녀에게 물려줄 경우 가장 흔한 방식이 현금 증여다. 10년에 한번씩 20세가 될 때까지 4000만원을 증여하고 20세 이후 추가로 3000만원을, 30세가 될 때 5000만원을 증여해 결혼 자금으로 1억2000만원의 종잣돈을 만드는 것이 이론상 증여 공제를 최대한 활용한 방식이다.
하지만 현금 증여는 가성비(價性比)가 떨어진다. 오죽하면 금전으로 상속받을 때 해당 금액의 20%를 상속 공제해 주겠는가.
현금이 아니라면 부동산을 증여할 수도 있다.
부동산은 종류가 다양하다. 아파트, 땅, 상가, 오피스텔, 빌딩…. 어떤 것이 손자녀에게 가장 유리할까?
우선 아파트를 보자. 아파트는 주택이다. 증여하면 손자녀의 부모가 보유한 주택 수와 합산해 다주택자가 된다. 즉, 다주택자로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세를 각각 적용받는다. 또 다른 문제는 아파트는 시세로 증여해야 한다는 것. 사실상 현금 증여와 다를 바 없다. 현금은 상속공제 혜택이라도 있지만 아파트는 전혀 없다. 다만 현금보다 좋은 점은 향후 미래가치 상승이다. 과거 수십년 시세 상승 추이를 볼 때 서울, 그 중 투기지역 내 아파트가 의미있는 숫자를 보여준다. 하지만 향후에도 집값이 오를 지는 미지수다.
아파트를 증여하면 거액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특히 조부에게 증여받으면 할증 과세(1.3배)도 문제다. 그나마 증여세를 내기 위해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최근 대출 규제로 소득없는 자의 주택담보대출은 불가능하다. 결국 증여세를 내려면 추가적 증여가 필요하다. 전세 낀 증여도 장래 손자녀가 실입주하면 자금출처를 위한 추가 증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 “상가건물은 증여 가성비 좋지만 매물 없어”
토지 증여는 어떨까. 대개 수도권 외곽의 땅을 증여하면 손자가 다시 그들의 손자에게 물려줘야 할 부동산이 된다. 살아 생전에 그 땅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면 세금을 내면서 증여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차라리 상속을 통해 부모 세대의 8년 자경(自耕) 기간을 가져오고 비사업용토지에서 제외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활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상가 건물은 그나마 증여에 따른 가성비가 존재한다. 일단 월세 수익이 나온다. 기준시가로 증여할 여지도 있다. 월세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재산세 등도 감당할 수 있다. 대출받아 증여세 납부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 출처로도 활용 가능하다.
건물 수익금을 어린 손자녀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마음에 걸려 증여자 명의로 통장 관리를 하면 추가적인 증여세 문제가 발생한다. 손자녀 명의로 금융재산을 관리토록 해야 한다. 이 경우 민사신탁을 활용해 수익자는 손자녀이지만 운영과 처분 권한을 조부에 유보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상가 건물 증여에서 가장 큰 세금상 이익은 추후 매각시 발생할 시세차익을 증여세없이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양도세가 발생하지만 양도하지 않으면 양도세는 없다. 상가건물을 수십년후 상속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동안 보유 이익 또는 개발 이익의 50%를 상속세로 부담해야 한다.
상가건물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문제는 가성비 좋은 상가건물을 운좋은 소수만 보유하고 있다는 것. 손자녀에게 증여하기 위해 거액 상가건물을 새로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 ‘규제 사각지대’ 생활형 숙박시설, 절세에 유리
오피스텔은 어떨까. 원래 업무용인 오피스텔은 요즘 주거용으로 많이 쓴다. 아파트와 다른 점은 투자용이 아닌 수익용이라는 점. 즉, 투자 원금은 보전할 수 있겠지만 아파트처럼 가격 상승을 바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아파트보다 저렴하다.
주거용으로 쓰는 오피스텔이 아파트나 집단 상가보다 좋은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파트보다 싸고 대출 규제가 덜하다. 상대적으로 소액 구입이 가능하다.
둘째, 월세 수입을 통해 향후 손자녀의 자금출처 대비 및 학자금 지원이 가능하다.
셋째, 집단 상가보다 공실(空室) 위험이 덜하다.
넷째, 아파트는 시가로 증여하지만 오피스텔은 기준시가로 증여가 가능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첫째, 입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주택임대사업자등록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양도세 계산 때 주택 수에 포함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 주택이 있다면 오피스텔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지 않는 한 거주주택을 양도할 때 주택 수에 산입되고, 해당 오피스텔 양도시에도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또 조정대상지역에서 2018년 9월 14일 이후 추가로 오피스텔을 취득하면 임대주택으로 등록해도 양도세가 중과세되고, 종부세 산정 시에도 주택 수에 포함한다.
세금 측면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상품으로 생활형 숙박시설이 있다. 흔히 레지던스라고 불리는데 오피스텔과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첫째, 생활형 숙박시설은 업무용 시설로 재산세가 과세된다. 오피스텔은 준주택으로 분류해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지만, 레지던스는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없다. 즉, 업무시설이어서 별도 합산 과세 대상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주택에 적용하는 종부세 합산 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
둘째,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거 전용으로 쓰면 신규 분양계약자들은 취득세 85% 감면 혜택이 있다. 레지던스는 감면 규정이 없다. 다만, 분양 계약시 부담한 부가가치세는 환급받을 수 있다.
셋째, 레지던스도 개인이 주거용으로 장기 임대하면 주택으로 본다. 따라서 운영사업자에게 숙박시설로 위탁 운영을 맡겨야 주택이 아닌 업무시설로 인정받고 부가가치세 환급도 받는다.
[절세캅의 한마디]
다주택자 중과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증여에 최적화된 부동산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수익형 부동산을 취득할 때 소득이 없는 자녀나 배우자를 활용해 종합소득세를 절세하고 향후 수증자의 확실한 자금 출처도 만들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