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신도시 대환영" 들뜬 계양 "죽으란 거냐" 뿔난 검단

뉴스 이상빈 기자
입력 2019.01.05 04:00

[땅집고, 3기 신도시를 가다 I ② 인천 계양]
335㎡에 1만7000가구…기업 유치 등으로 '자족 도시' 계획
산업·주거·광역교통망 갖춘단 소식에 주민들 기대감 팽배
검단·김포 등 주변 2기 신도시 "미분양 무덤에 폭탄" 격양

인천도시철도 1호선·공항철도 계양역 입구에 계양테크노밸리 확정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상빈 기자


“미분양에 마이너스피(분양권 가격이 분양가격 아래로 떨어지는 것) 얘기 나오는 판에 바로 옆에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건데, 정부가 무슨 심보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인천 검단신도시 주민 A씨)

“계양신도시에 마곡처럼 대기업이 들어 오지 않을까요. 신도시로 수용되는 지역 주민들도 반기는 분위기 입니다.” (계양신도시 인근 동양동 B공인 관계자)

정부가 19일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이후 서부권의 신도시인 계양신도시 예정지와 주변 지역은 주민들의 분위기가 극과 극이었다.

■3기 신도시 들어서는 계양신도시 ‘자족도시 환영’

계양신도시 부지. 뒤쪽으로 산업단지가 보인다. /이상빈 기자


정부는 지난 19일 경기 남양주·하남·과천·인천 계양 등지에 ‘3기 신도시’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계양신도시(계양테크노밸리)는 인천시 계양구 귤현동·동양동·박촌동·병방동·상야동 일대 약 335㎡(100만여평) 규모다. 1만7000여 가구가 이곳에 들어설 예정이다. 신도시급은 되지 않고, 중형 택지지구 규모에 가깝다.

계양신도시는 초입에 있는 당산초등학교를 기준으로 계양역에서 차로 10여분, 김포공항까진 20여분 걸린다. 원래 이곳은 첨단기술 기업을 위주로 하는 국가산업단지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미 ‘계양테크노밸리’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으나 각종 제한에 걸려 개발이 무산된 터였다.

하지만, 이번에 국토부가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계양테크노밸리 부지를 3기 신도시 예정지로 정하고, 판교와 같은 테크노밸리 형태로 개발해 ‘자족도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계획을 발표했다고 해서 정부 말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3기 신도시로 확정 발표된 이상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다. 동양동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단순히 베드타운이 아니라 기업들이 들어오고, 광역 교통대책까지 마련된다고 해서 주민들이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위치도. /조선DB


정부의 토지 보상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양신도시 예정지 원주민과 현지 부동산 업계에선 토지보상 가격이 공시지가(3.3㎡당 35만~40만원)의 3배 수준인 110만~120만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도시 예정지 일대는 대부분 절대농지로, 개발제한구역이어서 이 정도 수준의 보상가격은 괜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다.

계양신도시 주변의 부동산 시장도 벌써부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H공인 관계자는 “계양신도시가 성공적으로 조성되면 이곳 근무자를 대상으로 전세를 줄 수 있다고 보고 갭투자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호가도 뛰고 있다. 이 지역도 9·13 대책 이후 이 지역 부동산 경기도 가라 앉았다가, 불과 일주일 사이에 시세가 1000~1500만원 정도 올랐다는 것이다. 현재 박촌한화꿈에그린 84㎡의 매도 호가가 3억1000~2000만원에서 신도시 계획 발표 이후 3억3000만원~4000만원으로 올랐다.

■유탄맞은 인천 검단·청라, 경기 김포 ‘미분양 무덤에 폭탄던진 꼴’

그러나 계양신도시와 맞닿은 ‘2기 신도시’인 검단신도시와 김포한강신도시 분위기는 침울했다. 김포와 인천이 맞닿은 유현사거리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경기 서부와 인천 지역은 그렇지 않아도 집값이 싸고 미분양도 많은 동네인데, 여기에 신도시를 또 지으면 어떻하냐”고 말했다.

2기 신도시 중 하나인 검단신도시 위치도. /조선DB


계양신도시 발표로 직격탄은 맞은 곳은 검단신도시다. 검단신도시는 계양신도시와 직선거리로 5㎞ 가량 떨어져 있다. 신도시 지정 이후 10여년 째 사업이 중단됐던 검단신도시는 지난 10월이 돼서야 분양이 시작됐지만, 첫 분양에서 3개 단지 중 한 곳에서 미분양이 터졌다.

첫 분양에 나선 3개 단지 중 ‘검단호반베르디움’과 공공분양 아파트인 ‘검단신도시금호어울림’은 미분양이 없었지만, ‘검단신도시 유승한내들에듀파크’(919가구, 특별공급 제외) 중 157가구(17%)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1개 단지를 제외한 다른 단지도 청약률은 높았지만, 실제 계약이 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문제는 내년이다. 유현사거리 Y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검단신도시 첫 분양 아파트는 전매제한 1년 짜리여서 그나마 찾는 사람이 있었는데, 앞으로 분양할 전매제한 3년 짜리 아파트는 미분양이 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내년 초에는 검단신도시에는 ‘검단신도시푸르지오’(1540가구), 검단신도시우미린더퍼스트’(1268가구) 등 총 1만가구 이상의 분양 예정 물량이 있다.

인천 서구 유현사거리 일대 '검단신도시금호어울림' 청약 결과를 알리는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검단신도시는 최근 반짝 분양흥행에 성공했다. /이상빈 기자


계양신도시 인근에 있는 김포한강신도시나 공항철도 검암역 남쪽 청라신도시 등도 유탄을 맞을까 걱정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김포도시철도나 인천1호선 연장 등 교통대책이 조기 안착되지 않는 한, 공급량 증가에 따른 계양신도시 주변 지역의 가격 하락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2018년 검단신도시 분양 아파트 목록. 10월 분양 예정이었던 세 아파트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내년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부동산114


수도권 서부지역은 주택 경기와 장기 침체된 지역이어서, 계양신도시 사업 자체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정부는 2020년 지구계획을 수립하고 보상에 들어가 2021년부터는 주택공급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땅을 사지 않으면 신도시는 계획은 중단돼 버린다. 실제로 2기 신도시와 영종도 개발 때도 이런 일이 벌어졌고,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검단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바로 옆 검단신도시도 12년째 버려져 있는데, 계양신도시는 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계양신도시의 경우 신도시 규모가 1만7000가구 규모로 크지 않은데 정부 계획처럼 광역교통망이 시간에 맞춰 개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처럼 기업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계양신도시에 기업들이 입주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검단신도시에서 처음으로 분양된 ‘검단신도시 호반베르디움’의 견본주택. /호반산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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