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홍대·강남에 유행처럼 번지는 '1인 미용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8.12.31 05:01

지난 2년간 서울에서 상권이 가장 빠르게 성장했거나 쇠퇴한 지역은 어디일까. 땅집고는 삼성카드와 함께 2015년과 2017년 2년간 업종별 가맹점 수와 건당 거래 금액 등을 바탕으로 최신 상권 트렌드를 집중 분석했다.

[빅데이터로 본 상권] ⑤ 나만을 위한 서비스…홍대 앞에 늘어나는 ‘1인 미용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1인 미용실 내부. /한상혁 기자


헤어 디자이너 이아람(30)씨는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 ‘1인 미용실’을 열었다. 실내 면적은 10㎡ 정도로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한다. 이씨는 ‘박승철 헤어’ 등 대형 헤어숍에서 11년 간 일했다. 그는 “요즘 고객들은 번잡한 대형 미용실보다 편안한 공간에서 헤어 디자이너가 상담부터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이런 곳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1인 미용실은 직원없이 디자이너 혼자 운영한다. /한상혁 기자


서울 최대 상권 중 한 곳인 홍대 앞에는 요즘 ‘1인 미용실’ 창업이 유행이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홍대 앞 상권인 마포구 서교동 일대 헤어숍 수는 2015년 188곳에서 2017년 236곳으로 48곳(25%) 늘었다. 이 기간 서울에서 증가 폭이 가장 크다.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도 있지만 절반 정도는 디자이너 1~2 명이 직원 없이 운영하는 ‘개인 미용실’이거나 ‘1인 미용실’로 추정된다.

■ 디자이너들이 홍대 앞으로 모이는 이유

헤어디자이너 새나(27)씨와 바로(28)씨는 서울 명동 대형 헤어숍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였다. 이들은 올 9월 서교동에서 직원 없이 둘이서 운영하는 개인 미용실을 열었다. 이들은 왜 홍대 앞을 택했을까. “동네 미용실은 단골 손님으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지만 고객 확장에 한계가 있다”면서 “홍대 같은 전국구는 잘만 하면 훨씬 많은 고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1인 미용실을 운영하는 헤어 디자이너 새나씨가 동료인 바로씨의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다. /한상혁 기자


홍대처럼 대형 상권 미용실에는 어떤 손님들이 찾아갈까. 우선 쇼핑 등 다른 목적으로 찾은 김에 미용실에 들렀다가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단골이 되는 경우다.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미디어)에서 원하는 스타일을 찾다가 후기나 광고를 보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새나 씨는 “최근 한류 영향으로 동남아나 중국인 관광객이 관광하다가 머리하러 오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했다.

서울 홍대 인근 헤어숍 분포도. /네이버 지도


최근 미용실은 서울 홍대·강남 등 번화가 중심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서울 전체 헤어숍 가맹점 수는 2015년 1만5515곳에서 2017년 1만6892곳으로 9% 늘었다. 이 중 서울의 대표적 번화가 10곳의 헤어숍 가맹점은 같은 기간 12% 늘었다. 서교동(25%)을 필두로 강남구 신사동(11%)과 역삼1동(9%), 청담동(10%) 등지에서 헤어숍 가맹점 수 증가율이 컸다.

다만 번화가도 미용실 수는 상권 흥망에 영향을 받는다. 중국과 외교 분쟁 탓에 상권이 축소한 명동2가가 대표적. 미용실 가맹점이 28곳에서 26곳으로 줄었다. 삼성카드 강소라 프로는 “미용실 때문에 상권이 커지는 경우는 없지만 상권 크기가 미용실에 주는 영향은 직접적”이라며 “상권이 확장하는 곳일수록 미용실 영업도 잘 된다”고 했다.

2015년 대비 2017년 서울 번화가 10곳의 헤어숍 수와 매출액 변화. /삼성카드


■주택가 미용실, 번화가보다 증가율 낮아

번화가뿐 아니라 주택 밀집지역도 헤어숍 가맹점이 많다. 번화가를 찾는 고객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집 근처 미용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124곳)과 강남구 대치4동(91곳) 등이 주택가 미용실 밀집지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주택가 미용실 가맹점 증가율은 번화가보다 떨어진다. 삼성카드가 분석한 주택가 인근 10개 동(洞)의 헤어숍 가맹점 증가율은 7%에 그쳤다.

번화가와 주택가 밀집 지역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건단가(1건당 매출). 2017년 기준 번화가 10곳의 헤어숍 건단가는 8만7800원, 주택가는 4만6800원 정도였다. 번화가 미용실의 가격 자체가 더 높기도 하지만, 큰 돈을 써야 하는 서비스를 받을 때는 실력이 더 좋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번화가 상권을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5년 대비 2017년 서울 주택 밀집지역 10곳의 헤어숍 가맹점 수와 매출액 변화. /삼성카드


■ “맞춤 서비스 수요 갈수록 늘어날 것”

헤어숍 전체 매출액은 증가 추세다. 2015년 대비 2017년 서울 전체 헤어숍 가맹점은 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매출액은 27% 증가했다. 그러나 서울 전체 평균 건단가는 4% 증가에 그쳤다. 1인 미용실이 늘어난 서교동은 2015~2017년 헤어숍 전체 매출이 25% 늘었지만 가맹점 당 매출액은 오히려 2.5% 감소했다.

헤어숍 중에서도 1인 미용실이 급증하는 이유는 손님들이 ‘공장식 서비스’보다 디자이너의 세심한 전담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형 미용실에는 머리 모양을 책임지는 디자이너와 단순 작업을 하는 인턴 미용사가 따로 있지만 개인 미용실은 디자이너가 단순 작업까지 모두 책임진다.

헤어숍 가맹점 수나 매출액 증가는 최근 자기 관리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풍토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카드가 분석한 업종별 조사에서 2015~2017년 먹고 소비하는 업종인 식당(-3%), 의류잡화(-1%), 유흥업소(-7%) 가맹점은 줄었다. 반면 카페(36%)와 헬스클럽(82%)은 급증했다. 삼성카드 강소라 프로는 “미용에 관심을 갖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헤어숍은 전체 시장이 커지고 있다”면서 “1인 미용실처럼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점차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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