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집 그렇게 지었는데…왜 집 없는 사람은 늘어난 걸까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8.12.22 05:10

“집을 그렇게 지어 공급했는데 서울의 무주택자가 왜 늘었을까?”

통계청은 최근 가구·주택과 관련한 ‘2017년 주택소유통계’를 발표했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끈 내용은 전체 가구 중에서 주택을 가진 가구의 비율인 ‘주택 소유율’이다. 서울의 경우 주택 소유율이 2016년 49.3%에서 49.2%로 떨어졌다. 달리 말하면 무주택 가구 비율이 50.7%에서 50.8%로 0.1%포인트 높아진 것.

지난해 서울에서 공급한 주택은 총 6만8782가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서울에서는 주택을 지어도 무주택자보다 다(多) 주택자들이 소유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집값이 오르는 이유가 주택 공급 부족 탓이 아닌 유주택자들이 집을 더 사들였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통계를 잘못 해석한 결과다. 주택을 공급해도 무주택자가 늘어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 “무주택자는 늘어도 주택 소유율은 높아져”

전국 가구별 주택소유 현황. /통계청


먼저, 2017년 국내 무주택 가구는 867만 가구로, 1년 전보다 5만가구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택 소유 가구는 25만 가구가 늘어 증가 폭이 더 컸다. 그래서 전체 가구 중 집을 가진 가구의 비율인 주택 소유율은 55.5%에서 55.9%로 높아졌다. 이렇게 보면 ‘무주택자가 늘었다’는 것도 맞고, ‘주택 소유율이 높아졌다’는 것도 맞는 말인 셈이다.

전국적으로 무주택 가구와 주택 소유 가구가 동시에 증가하는 것은 가구수 자체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출생자 수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긴 하지만 가구 수는 1년 사이 30만가구 정도 늘었다. 일반적으로 가구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자녀 결혼이나 1인 가구 형성(독립)으로 인한 것이다. 가구 수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무주택 가구와 유주택 가구 모두 증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주택 소유 가구와 무주택 가구 중 어느 쪽이 더 많이 증가하느냐다. 전국적으로 보면 유주택 가구 증가 폭이 더 컸다. 주택 소유 가구 증가율(2.3%)도 무주택가구 증가율(0.5%)보다 높았다.

■ 서울에서 늘어난 가구 수는 대부분 1인 가구

서울의 가구별 주택소유 현황. /통계청


하지만 서울의 주택 소유율은 49.3%에서 49.2%로 떨어졌다. 바꿔 말하면 무주택 가구 비율이 높아진 것. 서울 전체 가구수는 2017년 약 2만8000가구(0.74%) 늘었다. 이 중 주택 소유 가구는 1만1000가구, 무주택 가구수는 1만7000가구다. 무주택 가구수가 더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새로 공급한 주택을 무주택자보다 기존 주택 소유자가 더 많이 사들였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무주택 가구 증가 이유는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는 부모와 떨어져 자취하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대부분이라서 주택 소유율이 낮다. 특히 서울의 1인 가구 중 30세 이하 비율은 25%로 전국 평균(18%)보다 훨씬 높았다.

서울의 가구원 수별 주택 소유현황. /통계청


땅집고가 통계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서울의 1인 가구 수는 118만 가구로, 전년보다 약 4만1000가구가 늘었다. 1인 가구를 제외한 2인 이상 가구 수는 오히려 1만3000가구 줄었다. 즉, 서울의 무주택자가 늘어난 것은 주택 소유율이 가장 낮은 1인 가구가 급증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 서울 2인 이상 가구는 주택 소유율 상승

서울 2인 이상 가구의 주택소유 현황. /통계청


그렇다면 서울의 2인 이상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어떨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2인 이상 가구 수 중 주택 소유 가구는 그대로이지만, 무주택 가구 수는 1만 가구 줄었다. 당연히 주택 소유율도 61.4%에서 61.7%로 0.31% 높아졌다.

이는 공급된 주택을 무주택자가 유주택자보다 더 많이 사들였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무주택자에서 주택 소유자가 된 사람은 98만1000명, 1주택자에서 다주택 소유자(2채 이상)가 된 사람은 37만9000명이다.

물론 서울의 무주택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거비 부담이 높아지는 건 심각한 문제다. 다주택자가 1년 전과 비교해 14만명 증가한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주택을 공급해도 무주택자보다 다주택자가 더 많이 구입한다거나, 최근 집값 상승이 다주택자가 주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라고 보는 해석에는 무리가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2015~2016년 가구 수가 1.3% 늘어나는 동안 주택 소유 가구는 0.4% 증가하는데 그쳤는데, 2016~2017년에는 가구 수가 1.5% 늘어나는 동안 주택 소유 가구가 2.4% 늘었다”며 “주택 공급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무주택자의 주택 보유 효과가 더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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