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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걸림돌 많아…서울 집값도 못 잡을 것"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18.12.20 04:21

“3기 신도시가 서울 집값을 잠재울 만한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겁니다. 발표와 별개로 실제 주택이 언제 들어설지도 의문입니다.”

2019 대한민국 재테크박람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대한민국 재테크박람회 사무국


조선일보가 개최한 ‘2019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 놓았다. 정부는 서울과 1기 신도시(분당·일산 등) 사이 지역에 대규모 택지(신도시) 4~5곳을 개발하고 20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 중 먼저 남양주·하남·인천 계양·과천에 신도시(총 12만2000가구) 입지를 확정해 19일 발표했다.

■ 3기 신도시, 과연 서울 집값 잡을까

홍 팀장은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결국 공급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재테크박람회 사무국


지난 20년 간 집값 추이를 보면 분당·일산·판교·동탄과 같이 서울 주변 지역에 대규모 신도시가 생기는 서울 집값이 하락하는 효과는 분명했다. 한국의 집값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까지 연 10%씩 역사상 가장 크게 올랐다. 이 가파른 상승세가 꺾인 것이 1991년부터다. 이 때 1기 신도시 건설로 대대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신도시가 건설되고 2~3년 지난 후 주택 가격이 안정됐다. /키움증권


그러나 홍 팀장은 과거 1·2기 신도시처럼 3기 신도시가 서울 집값을 끌어내리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3기 신도시 효과에 의문을 품는 첫 번째 이유는 과거와 달리 신도시 입지와 주변 지역 주민·지자체의 반대가 심해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지가 의문이라는 점이다. 이번 발표에는 제외됐지만 후보지로 거론됐던 광명시에서 지구 지정에 공식 반대 입장을 발표한 것이 그 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정부가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다고 해서 계획처럼 되는 것도 아니다. 2000년대 중반 발표한 2기 신도시 중에는 양주 옥정·파주 운정·오산 세교 신도시가 계획 발표 10년이 지나도록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다가 이제서야 주택이 조금씩 공급되고 있다. 신도시 계획 발표 이후 글로벌금융 위기 등의 영향으로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주택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발표한 대규모 보금자리지구도 계획은 발표했지만, 주택 경기 하락 등의 영향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계획이 취소됐다. 홍 팀장은 “3기 신도시 계획 발표 후 공급량 증가로 인해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대대적인 반발이 이어질 것”이라며 “과거처럼 정부가 주민과 지자체 반발을 무시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19일 발표한 3기 신도시 위치. / 조선DB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상황도 신도시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과거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로 나눠져 있을 당시 기관을 경쟁적으로 신도시·택지사업을 조성했고 그 과정에서 이자를 내야 하는 금융부채만 130조원(2013년 기준)까지 늘었다. 양 공사를 통합해 2009년 LH가 출범한 이후 부채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이 사업성이 떨어지는 신도시·택지지구 사업 중단이었다.

LH의 금융부채가 올해 10월말 기준으로 69조원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부채 규모가 천문학적 수준이다. LH는 현재 정부의 서민·저소득층 주택 지원 사업에 공격적으로 참여하면서 부채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팀장은 “LH는 2기 신도시를 추진하며 빚이 100조원까지 늘어 국가적인 문제가 됐다”며 “현재 LH의 자금 사정을 볼 때 정부가 시킨다고 해서 무조건 3기 신도시 사업의 총대를 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팀장이 과거 신도시 건설사업과 서울 집값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 신도시 착공 후 2~3년이 지나서야 서울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올해 9월 이후 경기 침체와 정부 규제로 집값 상승이 멈췄지만, 3기 신도시가 여러 가지 문제들로 지체되면 서울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 홍 팀장의 주장이다. 그는 “보통 새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고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 집값이 크게 하락하는데, 내년은 공급량이 많지 않아 집값이 하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고소득층은 별 타격없어…저소득층 주거비 부담만 늘어

상장기업 영업이익은 최근 3년 간 크게 증가했다. /키움증권


홍 팀장은 서울 핵심 지역의 집값이 폭등했던 이유로 서울 핵심지역 주택 공급 부족 외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를 꼽았다. 그는 “경기 침체 여파는 저소득층에게는 큰 타격이었지만 상장 기업의 이익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결과적으로 최근 3년 간 집을 살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의 소득이 더욱 증가했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정부의 대출 억제가 집값을 잡지는 못하고 오히려 오히려 저소득층의 주거 비용만 늘리는 역효과를 냈다”면서 “상위 20%의 고소득자들에게는 현재 금리는 아직도 싼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주택 가격이 상승한 이후 주택담보대출도 증가했다. /키움증권


■ “집값 조정 오래 안갈 것…실수요자는 지금이 기회”

홍 팀장은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고 대출 규제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지만,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 점에는 홍팀장은 오히려 지금이 실수요자의 주택 매수 타이밍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가 되면 서울에 다시 수요에 비해 새 아파트가 모자라는 상황이 올 것이고 공급 불균형에 따라 집값이 반등할 확률이 높다”며 “실수요자에게는 주택가격이 잠시 주춤한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가 주택 마련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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