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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속도 내는 성남 구도심, 분당·판교만큼 뜰까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18.12.17 04:13

지난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지하철 8호선 산성역 앞. 가파른 언덕 위 빌라들과 아스팔트가 부서져 뒹구는 도로 사이로 아파트 공사장 펜스가 보였다. 성남 구도심에서 처음 공급한 재건축 아파트 ‘산성역포레스티아’ 현장이다. 2017년 8월 전체 4089 가구(일반 1705가구)를 분양했다. 84㎡(이하 전용면적) 주택 평균 분양가격이 5억5000만원 정도였다. 내년 1월까지 전매를 못하지만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웃돈 2억5000만원 정도에 사겠다는 매수 대기자들이 많다”고 했다.

산성역포레스티아 아파트 건설 현장. /김리영 기자


이날 8호선 라인을 따라 구도심을 가로질러 이동하니 곳곳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낡은 주택과 아파트 공사 현장이 보였다. 재건축·재개발을 위한 이주가 진행 중이거나 헌 주택을 철거하고 새 아파트를 짓는 중이었다.

8호선 신흥역과 힐스테이트 아파트 사이에 위치한 중1구역(코오롱하늘채 입주 예정)의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김리영 기자


성남 구도심인 중원구와 수정구는 노후·불량 건축물 비율이 50%가 넘는다. 2020년 이 비율이 70%를 넘어선다. 같은 성남시인 분당신도시와 판교신도시, 위례신도시가 차례로 개발된 지난 30년 동안 구도심은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구도심 전역에서 재개발·재건축이 대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주민 이주와 아파트 공사를 시작한 곳만 5개 단지, 1만5000여 가구에 달한다.

■ 잠실까지 20분인데…‘위례·판교의 반값’

성남 중원구와 수정구는 분당과 판교가 들어서기 전 성남의 중심이었다. 성남시와 서울 송파구 경계에 속해 판교보다 서울이 가깝다. 특히 8호선이 도심 한복판을 지나기 때문에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5분 내 역세권 아파트가 많다. 산성역에서 8호선을 이용하면 잠실역(지하철2·8호선)까지 약 20분, 강남역(지하철2호선·신분당선)까지 약 40분이 걸린다. 지난 1일 지하철 9호선 3단계 연장 노선(종합운동장~보훈병원) 개통으로 전철을 갈아타면 여의도 등 서남권 각지로 전철로 이동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성남 구도심에서 잠실역까지 걸리는 시간. /네이버


행정구역상 같은 성남이라도 구도심과 분당이나 판교는 집값에서 큰 차이가 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지은 신축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성남 중원구 중앙동 아파트의 3.3㎡당 평균 시세는 1726만원으로 분당(2462만원), 판교(3825만원), 위례신도시(3267만원)와 비교해 크게 낮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2~3년 구도심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지역 주민들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성남 은행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구도심 아파트 분양 가격은 내년엔 평당 2000만원이 넘을 것”이라며 “결국 분당의 오래된 아파트 가격 수준까지는 따라갈 것”이라고 했다.

성남 구도심과 주변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 /KB부동산


구도심 재정비사업 중 신흥주공·금광3·신흥2·중1·금광1구역 등 5곳은 주민 이주 단계를 마쳤다. 은행주공아파트도 지난 2일 시공사를 선정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중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지난해 분양한 ‘산성역포레스티아’로2020년 7월 입주한다. 금광3구역을 재개발한 ‘한양수자인성남마크뷰’는 2021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신흥2· 중1·금광1 등 3곳도 늦어도 2020년에는 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다. 조합원 입주권에 최대 2억원 정도 웃돈이 붙어있다.

성남 중원구와 수정구의 주요 정비사업 구역.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는 3400여 가구 대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강세다. 전용 84㎡ 실거래 가격이 올 11월 초 6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4월 대비 1억3000만원 올랐다. 지난 2일 시공사로 GS·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성남 구도심에서 속도가 빠른 주요 정비사업구역. /성남시 제공


은행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이주·철거 중인 아파트는 산성포레스티아 일반 분양가(3.3㎡당 평균 1800만원)보다 높은 가격에 내년쯤 일반분양할 것”이라고 했다.

■ “개발 여부에 따라 가격 편차 커…구역별 사업성 따져야”

하지만 성남 구도심은 개발되는 곳과 안되는 곳이 섞여 있어 신도시처럼 주거 환경이 단박에 변하기 어렵다. 구도심 재개발 구역 중 현재 이주 단계에 있는 신흥2· 중1·금광1구역 등은 사업성이 좋은 곳으로 꼽힌다.

반면 이 구역들 사이에 낀 노후 주택들은 여전히 사업 추진이 어려운 곳이 많다. 성남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 용적률을 평균 250% 이하로 제한하는 상황에서 이미 기존 용적률이 200% 넘는 곳이 많은 탓이다. 일부 재개발 추진 지역은 지형이 가파르거나 지하철역 접근성도 떨어진다.

재개발 예정구역에 포함된 성남시 수정구. /김리영 기자


이런 이유로 2014년에는 수정구 태평동 태평2·4구역과 수진2구역 등이 재개발 정비사업을 포기하고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상대원3구역은 사업성 문제로 재개발이 무산됐다가 다시 추진하고 있다. 태평3·수진1 등도 아직 첫 단계인 정비계획 구역으로 지정조차 받지 못했다.

정비사업이 모두 끝나도 신도시 수준의 편의시설이나 생활 인프라가 부족할 전망이다. 기존 상권이나 도로·공원이 주택가와 함께 노후화한 것도 문제점이다.

성남시 중원구 단대오거리 일대. 2012년 입주한 롯데캐슬 아파트 옆으로 전통시장과 노후한 상가가 밀집했다. /김리영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 경기가 위축되고 있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구역들의 진행 속도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성남 구도심은 서울 접근성이 좋아 가격이 비싼 서울을 피해온 투자 수요가 많다”면서 “하지만 대지지분이 작은 빌라가 많고 용적률도 높은 편이어서 구역간 사업성 편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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