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건축가를 만나다] 강우현·강영진 아키후드 소장 “새로운 공간 경험 만드는게 중요”
밖에서 보면 벽으로 막힌 공간. 벽을 따라 들어가는 순간 산과 하늘, 물소리만 남은 공간이 나타난다. 회색 벽을 마주한 방문객은 내부에 새롭게 펼쳐지는 풍경에 어딘가 모를 친숙함과 생경함을 동시에 마주한다.
올해 신진건축사상 대상을 받은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건물은 자연에서 일상을 뺀 펜션으로 호평받고 있다. 문을 연지 1년도 안 돼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2000여개를 기록하는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심사단은 “철저히 계산된 시퀀스와 동선을 통해 개별 공간으로 향하는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건축적 내러티브가 인상적”이라 평가했다.
땅집고가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의 건축가 부부 강우현(40), 강영진(36) 소장을 만나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물었다. 신진건축사상은 만 45세 이하 젊은 건축사가 설계한 작품 중 준공된 작품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이다. 2013년부터 시행해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Q. 올해 신진건축사 대상을 받았고, 작품은 방문객들로부터도 사랑을 받고 있는데 비결이 무엇일까?
<강영진> “이번 작품은 무주에서도 관광특구로 지정될만한 풍광과 산세를 지닌 구천동에 있다. 덕유산 국립공원 인근에 있고, 덕유산 자연휴양림이나 스키장 등 관광명소가 많은 곳이다. 이 장소의 자연환경은 정말 훌륭하다. 덕유산이 있고, 배경이 되는 뒷산도 있고, 계곡도 흐른다.
최대한 이러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밖에선 벽 밖에 안 보인다. 안에 무엇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없다. 시각적으로 아무런 기대를 못하는 것이다.
철저히 짜여진 동선을 따라 벽을 돌아들어오면 리셉션 공간이 보인다. 그 안에 들어서는 순간 ‘와’하는 소리가 날만큼 기대하지 못한 공간이 짠하고 나타난다.
인근엔 자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사람, 약간은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주택들이 보이는데, 내부 공간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들은 벽에 막혀 사라지고 산과 하늘, 물소리만 남는다. 심사평처럼 건물 안에 들어오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공간의 시퀀스를 짰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Q. 설계를 할 때 건축물의 형태 뿐 아니라 다른 부분도 고려하는가
<강우현> “부동산의 시대에서 건축가는 아파트나 상가를 지을 때 수익성을 맞춰주도록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하지만 건축가의 본업은 ‘공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바탕과 터전을 만들어 주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건축가가 설계하는 것이 단순히 벽체나 천장, 바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구에서부터 작은 소품까지 공간을 채우는 모든 것에 해당하게 된다. 인테리어는 물론, 가구, 조명, 조경, 심지어 공간에 도달하기 전 사전 경험까지를 고려한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요즘은 건축설계 외에도 외연을 넓히는 젊은 건축가들이 많은 것 같다. 인테리어나 가구는 물론이고, 공간 브랜딩이나 소규모 건물들의 사업 타당성 플랫폼 제작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Q. 건물을 짓고 아쉬운 점은 없는지?
<강우현> “럭셔리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우리는 한정된 예산의 건물주를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뭔가 더 멋지고 아름다운 장치를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땐 건축주에게 인테리어를 더 이상 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예산에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건물을 짓고 무조건 인테리어를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비싼 돈 주고 건축설계를 맡기고 마지막엔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싼 값에 인테리어 마감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면 원래 건축가의 의도도 해치고 공간도 망치는 일이 생겨 아쉬움을 남기곤 한다.”
Q. 건축가로서 영감을 받는 곳은 어딘지?
<강우현> “최근 경험했던 공간 중 기억에 남는 곳은 최근 여행을 갔던 일본 나오시마 섬과 조병수 건축가가 설계한 헤이리 ‘카메라타’라는 공간이다. 나오시마는 ‘건축의 섬’이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많다. 헤이리 카메라타는 국내 건물 중 첫인상이 가장 좋았던 건물이다. 2층짜리 음악감상실인데, 벽에 어마어마하게 큰 스피커가 다섯대 정도 달려 있다.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주는 공간이 기억에 남는다.”
<강영진> “이번 작품처럼 동선이 잘 짜여진 건물들을 좋아한다. 국내에선 담양 소쇄원, 해외에선 피터 줌터의 발스 온천 건물이 기억에 남는다.
스위스에 있는 발스 건물은 올라가는 길이 높고, 꼬불꼬불한 거리를 지나야 한다. 그 길을 힘들게 지나고 나타나는 건물은 외부의 복잡함과는 달리 너무나도 단순하다. 갑자기 새로운 곳에 온 기분을 들게 한다.
소쇄원도 마찬가지다. 숲속에 있는 정원인 이곳은 꽤나 울창한 숲길을 지나면 짠 하고 나타나는 넓고 고즈넉한 공간을 볼 수 있다. 그런 공간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 없이 새로운 공간을 마주하는 경험은 꽤 즐겁다.”
Q. 젊은 건축가 입장에서 바라보는 미래 건축과 도시의 모습은?
<강영진> “최근 소규모 건축들이 많이 행해지는데, 그런 건축들이 늘수록 도시가 예뻐지지 않을까 싶다. 큰 건물들을 아름답게 지어놔도 사람들, 도시 거주자들이 보는 건물은 집 앞의 건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우현> “근본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경계가 모호해질 것 같다. 먼저, 기술이 발달해 인공지능(AI) 건축가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한다. 설계도 자동으로 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더 발달하면 수익률은 물론 미적 감각까지 갖춘 컴퓨터 건축가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뭔가를 잘하는 일보단 뭔가를 망치고 잘못하는 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새로운 미학을 낳을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