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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직장인도 내려와요" 찬밥 취급 받던 기흥의 반란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18.12.04 04:12

[발품리포트│기흥역세권지구]
아파트 5100가구 이달 입주 마쳐…분양가 대비 2억 뛰기도
'강남 40분·강북 1시간' 뛰어난 교통 인프라가 성장 발판
학교시설 부족 아쉽지만…"저평가 지역이라 급락은 없을 것"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의 지하철 분당선 기흥역. 3번 출구를 빠져나오자 역을 둘러싸고 6개 블록에 들어선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가 보였다. 역사(驛舍) 바로 앞에는 백화점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내부에는 막바지 마감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 19일 이 건물 5층에 영화관 롯데시네마가 문을 열었고, 12월에는 AK플라자와 롯데마트가 입점할 예정이다.

기흥역세권지구에 들어선 상업시설. 올 12월 AK플라자와 롯데마트가 입점한다. /김리영 기자


이날은 기흥역세권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분양한 ‘기흥옆 더샵 아파트’ 입주를 시작했다. 이 단지 입주가 마무리되면 2010년부터 진행한 ‘기흥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이 끝난다.

기흥역세권지구는 당초 주택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우선 용인 내에서도 기흥구는 수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지역이다. 기흥역세권지구가 착공할 무렵 경기 남부지역에선 광교·위례신도시 등 입지가 우수한 신도시를 대거 개발해 관심받기 힘들었다.

■ ‘찬밥’ 기흥역세권지구, 입주 앞두고 웃돈만 2억원

이런 탓에 기흥역세권지구 아파트의 분양가격도 주변보다 저렴했다. 2015년 기흥역세권지구 아파트 분양가격은 84㎡(이하 전용면적)가 평균 3억원대 중후반에서 4억원대 초반이었다. 비슷한 시기 바로 옆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광교 중흥S클래스(2015년 8월 분양) 84㎡ 분양가격이 5억4000만원, 용인 수지구 성복역 롯데캐슬골드타운 84㎡ 분양가격이 5억원 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억원 이상 저렴했다.

기흥역세권지구 아파트 시세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오르더니, 개발 완료 시점인 올해 중반에는 분양가 대비 50%까지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힐스테이트기흥 84㎡는 올 8월까지 5억7600만원(41층)에 계약한 것이 최고가였는데, 지난 11월 초 6억2400만원(37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달 입주한 기흥역 더샵 84㎡는 지난 10월 말 6억6420만원(14층)에 팔려 분양가보다 2억원 정도 올랐다.

기흥역 인근 만남부동산 관계자는 “기흥역 주변 6개 블록 아파트가 동시에 빠른 속도로 들어서 순식간에 아파트 타운이 형성됐다”며 “9·13 부동산 대책 이후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분양가 대비 2억원 이상 비싼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기흥역세권지구 아파트 분양가격과 입주일. /땅집고


■ 입주 초부터 교통·상업시설 등 인프라 갖춰

기흥역세권지구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요인은 ‘교통 환경’이다. 최근 개발하는 택지지구와 신도시에선 아파트가 입주하고 한참 지나서 광역교통망이 갖춰진다. 하지만 기흥역 주변은 이미 교통 인프라가 풍부했다. 전철은 분당선 기흥역에서 40분이면 서울 강남역에 닿을 수 있다. 기흥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분당선이 더 편리하기는 해도 분당선 역시 강남역까지 40분이면 간다”며 “서울과 강남·판교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새 아파트를 찾아 기흥역 주변으로 많이 내려왔다”고 했다.

광역버스 노선도 많다. 기흥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5000번·5005번·5001번 등을 이용하면 강남과 서울 강북 도심까지 1시간 안팎이면 갈 수 있다.

기흥역세권 도시개발사업 개요. /땅집고


주변에 개발 사업이 끊이지 않는 것도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이유다. 기흥역에서 3㎞, 지하철역 두 정거장 거리인 분당선 구성역에 GTX-A(용인역) 환승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인근 수원CC방면으로 600m 떨어진 곳(구갈동 259-1 일대) 4만2000㎡ 부지에는 ‘기흥ICT밸리’도 짓고 있다. 기흥역세권 동쪽 약 9만3000㎡(구갈동 459-3일대)에는 2100가구(예정)의 ‘용인 기흥역세권2 도시개발사업’도 추진 중이다.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기흥ICT밸리 조감도. /SK건설


■ 중학교까지 도보 20~30분 통학하기엔 불편

단점도 있다. 지구 내에 아직 학교가 부족하다. 기흥역파크푸르지오 아파트 뒷편 한얼초등학교 하나 뿐이다. 중학교는 큰 문제다. 지구 내 학생들은 신갈중학교와 구갈중학교로 배정받는데, 중부대로를 건너 20~30분쯤 걸어가야 한다.

아파트 주민들은 관할 교육청에 “단지 내에 중학교를 신설해달라”는 민원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지만 교육청은 반대한다. 용인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기흥역세권지구가 속한 학군을 전체적으로 보면 정원이 남아 돌고, 버스로 30분 이내에 중학교가 있으면 새로 학교를 지을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며 “중학교를 새로 지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흥역세권지구 아파트 가격이 9·13 대책 여파로 당분간 약보합세를 보이겠지만, 주변보다 여전히 낮은 편이어서 가격이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장은 “정부 대책 영향을 거스르기는 힘들겠지만 집값이 저평가된 지역이어서 급락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GTX-A 용인역이나 기흥역세권 2 지구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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