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경매 시크릿] 대항력없는 임차인이 주택 인도를 거부하면?
증권사에 다니는 H씨(35). 그는 오는 12월 11일 2차 매각기일을 앞둔 빌라(서울남부지법 사건번호 2018-4274)가 경매에 나온 것을 발견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으로 최초감정가 2억5000원만원에서 5000만원(20%)이 떨어진 2억원에 경매가 시작한다.
처가가 있는 목동 인근에 신혼집을 구하려던 참에 종자돈까지 감안하면 매각금액도 적당해 보였다. 그는 예비 신부와 상의 끝에 신월동 빌라 경매에 입찰하기로 결정했다. 등기부등본엔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다. 등기부에 나온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하는 권리였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를 살펴보니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임차인이 있었다. 보증금은 1억5000만원. 다행스럽게도 임차인은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을 요구한 상태였다. 빌라의 낙찰금액이 2억원이 넘는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 전부를 배당받고 매수인은 임차인의 보증금을 걱정할 필요가 사라진다. 그럼에도 H씨의 부모는 경매로 신혼집을 장만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임차인에게서 집을 제때 넘겨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렇다. 임차인의 명도 문제는 당연히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매수인에게 부담이 없는 임차인인 경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H씨가 입찰하려는 신월동 빌라의 경우 임차인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배당요구까지 했다.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했다는 것은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주택을 넘겨주겠다는 뜻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항력이 없는 점유자가 주택을 인도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도명령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인도명령제도는 대항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주장할 수 없는 임차인, 소유자, 채무자 등이 매수자에게 주택 인도를 거부할 때, 법원이 점유자에게 주택 인도를 명령하는 것을 말한다.
인도명령 신청은 대금납부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만약 인도명령 결정 후에도 임차인을 비롯해 채무자나 소유자가 인도를 거부한다면 매수인은 민사집행법에 따라 집행관에게 그 집행을 위임하면 된다. 따라서 점유자의 대항력이 없다면, 점유자가 배당받고도 차일피일 인도를 거부할 것에 대비해 대금납부와 동시에 인도명령결정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참고로 경매로 매수한 주택이 빈집이어도 인도명령결정을 통해 집을 인도받는 것이 좋다. 전 점유자가 나타나 집안에 중요한 귀중품이 있다고 주장하면 예기치 못한 민·형사상 책임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는 경찰관이 아니라 집행관 입회 하에 들어가야 법적으로 효력이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