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달동네 좁은 골목길이 감정가 4배에 팔린 사연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8.11.24 05:02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은로초등학교 인근 좁은 골목길. 낡은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이 빼곡한 속칭 달동네로 차량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을만큼 좁고 경사가 급하다. 방과 후 아이들이 뛰어 노는 공간이자 별다른 쓸모가 없어 보이는 땅이다.

최근 경매에서 주인을 찾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3.9평짜리 골목길. 1억200만원에 낙찰됐다. /부동산태인 제공


그런데 최근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4월 이 골목길에 속한 약 4평(13㎡)짜리 땅이 법원 경매에 나왔다. 당연히 아무도 관심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28명이나 되는 입찰자가 뛰어들어 감정가의 4배 넘는(422%) 1억 200만원에 낙찰된 것. 이 땅은 소유주가 같은 바로 옆 89㎡(26.9평) 땅과 함께 경매에 부쳐져 같은 입찰자에게 팔렸다. 두 물건의 낙찰가를 합치면 6억1800만원에 달한다. 좁은 골목길 도로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걸까.

■흑석 3구역에 속한 대지로 분양권 받을 수 있어

경매에 나왔던 골목길 도로 땅은 동작구 흑석3재정비촉진구역 내에 있다. /네이버지도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이 땅은 재개발 지역인 동작구 흑석3재정비촉진구역에 속해 있다. 흑석3구역은 작년 8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같은 해 10월부터 이주를 시작했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아 1772가구의 아파트를 짓는데 흑석뉴타운 내 최대 규모다. 현재 이주를 마치고 철거를 앞두고 있다.

경매에 나온 골목길 땅은 현재 도로로 쓰고 있지만 공부상엔 대지로 올라 있다는 점이 포인트였다. 이 땅의 소유자도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전에 조합원 분양 신청을 마쳤다. 분담금만 내면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입찰자들도 이런 점을 간파하고 좁은 골목길 땅에 베팅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개발 입주권 관련 규정. /서울시


하지만 이 땅의 낙찰자가 이전 소유자와 마찬가지로 입주권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토지 소유자가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면 보유한 땅 면적이 90㎡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함께 경매에 나왔던 두 필지의 땅 중 한 필지만 낙찰받았다면 면적이 90㎡에 못미쳐 입주권 대신 현금 청산을 받아야 할 위험이 있었다.

■ 2위보다 2억원 더 써낸 ‘과감한 입찰’

이 때문에 낙찰자는 과감한 입찰 전략을 짰다. 13㎡ 땅에 1억200만원을, 89㎡ 땅에 5억1600만원을 각각 써냈다. 결과적으로 2위 입찰자와 각각 6000만원, 1억 5000만원 이상의 큰 격차로 낙찰을받았다. 입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두 필지를 동시에 낙찰받아야 했기 때문에 다른 경쟁자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적어낸 것이다.

경매에 부쳐졌던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골목길 도로 부지의 경매물건명세서. /부동산태인


결과적으로 합계 6억1800만원으로 두 필지를 낙찰받은 입찰자의 전략은 성공했다. 실제 낙찰 당시 흑석3구역 아파트 입주권 시세는 이보다 더 높았다. 흑석뉴타운에서 이달에 입주할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 전용면적 84 ㎡는 매물 호가가 16억원에 달한다.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당시 해당 아파트 분양권 매물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경매를 통해 과감하게 분양권을 획득한 공격적인 투자였다”며 “특히 물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돋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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