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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눈판 사이에…땅값, 집값보다 더 올랐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8.11.19 04:00

서울 서초구와 맞닿아 있는 경기 과천시 과천동·별양동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지정돼 있고, 구릉지 사이로 비닐하우스와 논밭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은 올해 3기 신도시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집값이 급등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곳 땅값은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는 땅도 도로와 가까운 경우 3.3㎡(1평)당 400만~800만원 정도. 주거 지역에 속하는 대지는 지주(地主)들이 평당 3000만원까지 가격을 부르기도 한다.

경기도 과천시 주변 구릉지의 모습(2008년 당시)./조선일보DB


인근에서 작년 말~올해 초 거래된 땅값은 개발제한구역 평당 250만~600만원, 주거지역 대지는 1500만원 정도였다. 과천시 별양동 황금공인중개사무소 황수빈 사장은 “3기 신도시 얘기가 나오면서 과천시 땅값이 올해 들어 30% 정도 올랐다”며 “특히 아파트가 각종 규제에 묶이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택지지구 조성 예상 지역 토지를 선점하려는 이른바 ‘큰 손’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땅값 상승률이 심상치 않다. 올해 연초부터 3분기까지 전국 토지 매매가격은 10년만에 최대 폭으로 폭등했다. 일반 주택 수요자와 정부는 집값에만 신경이 곤두서 있어 체감을 못하지만, 올해 토지 시장의 가격 상승은 주택 시장을 뛰어넘을 정도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의 땅값이 치솟고 있다.

문제는 지금 치솟는 땅값이 머지 않아 집값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땅은 집을 지을 때 가장 비중이 크고, 중요한 ‘재료’다. 상품을 만들 때 재료 값이 오르면 가격이 오른다. 집값의 절반 이상을 땅값이 차지하는 구조여서, 이 땅에 아파트가 들어서 분양 시점에는 집값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땅값 상승률, 3년째 집값 상승률 추월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전국의 누적 땅값 상승률은 3.33%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2.92%)보다 오름폭이 0.41%포인트 커졌다. 상승률이 높은 순서대로 보면 세종(5.4%)·부산(4.5%)·서울(4.3%)과 제주(4.1%)·대구(3.5%)·광주(3.5%) 등,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땅값 상승세는 전국에 땅값 광풍이 불었던 노무현 정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3분기까지 전국 땅값 상승률은 2006년 4.1% 급등한 데 이어 2007~2008년에도 각각 2.7%, 3.9% 상승했다. 특이한 점은 2006~2008년에는 땅값 급등보다 집값 급등이 훨씬 더 심각했던 반면, 최근에는 땅값이 오히려 집값보다 더 높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도별 전국 땅값 상승률과 집값 상승률 비교(%). 2006년과 2018년 땅값 상승률은 비슷하지만 집값 상승률에 큰 차이가 있다./자료=한국감정원


2000년 들어 땅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2006년과 비교해보자. 2006년에는 전국 집값이 11.58%(1년 누적) 올랐고 땅값은 4.0%(3분기 누적)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전국 집값이 0.98%(3분기 누적) 오르는데 그쳤는데도 땅값은 3.3%(3분기 누적)나 올랐다. 2016년 이후로 땅값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을 뛰어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안정적 투자’ 주거지 땅값 상승률 특히 높아

땅값 중에서도 특히 주거지역 땅값 상승률이 높다. 2018년 3분기까지 누적 지가 변동률은 주거지역이 3.75%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계획관리지역(3.3%), 상업지역(3.16%), 농림지역(3.15%) 순이다.

2017~2018년 3분기까지 전국 평균 및 용도지역별 땅값 상승률(단위:%)./자료=한국감정원


지난해 3분기까지도 마찬가지로 주거지역(3.3%) 상승률이 평균(2.9%)을 웃돌면서 가장 높았다. 다음은 상업지역(2.9%), 계획관리지역(2.8%) 순이었다.

시·군·구 중에서는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경기 파주시(8.14%)의 경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지하철 3호선 등의 개발 호재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에서는 한남뉴타운과 흑석뉴타운 개발 기대감에 용산구(6.50%)와 동작구(6.05%)가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 부동산 개발회사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주택 시장에서 호황이 이어지면서 주택 사업만큼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땅값 상승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땅값 상승 지속될 것…집값 상승 압력”

경기 성남시 금토동 판교창조경제밸리 조성 현장(중앙 건물) 주변 그린벨트 지역.(2017년 당시)./조선DB


현재 토지 시장은 혁신도시·세종시 등으로 토지 개발 수요가 넘쳤던 노무현 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개발 압력이 낮다. 그럼에도 땅값 상승률은 당시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정부가 집값에 대해선 연일 규제을 쏟아내 인위적으로 집값을 끌어내리고 있지만, 국민들이 당장 체감하지 못하는 토지 시장은 내버려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정부는 땅값이 오를 만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토부는 내년에는 대규모 신도시와 공공택지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부동산 개발정보 전문업체인 ‘지존’에 따르면 내년 전국적으로 25조원 규모 토지 보상금이 풀릴 전망이어서 땅값 상승세는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땅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저금리·통화량 증대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에 따라 실물 자산, 특히 개발에 의한 가치 상승 기대가 큰 토지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어 땅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 기준으로 주택 원가의 50% 정도가 땅값이어서 땅값 상승이 결국에는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집값에만 매달리지 말고, 중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토지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도 적절한 정책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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