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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눌렀더니…1기 신도시로 번진 집값 광풍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18.11.10 04:00

최근 문재인 정부의 잇단 ‘집값 잡기’ 대책 영향으로 서울 주택가격은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잡힌 대신 서울 외곽의 1기 신도시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특정 지역의 집값을 억누르면 인근 지역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불거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집값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기록한데 이어, 신도시 집값까지 급등하면 서민·중산층 주택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찾아간 경기도 중동신도시의 A공인중개사사무소는 오전부터 수시로 전화벨이 울리며 분주했다. 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새 아파트 가격이 강세이고, 서울이나 다른 외곽 지역에서 중동신도시 분양권 매수를 문의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실제로 중동신도시 집값은 기존 주택과 분양권 모두 강세다. 2016년 부천 중동에서 분양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의 경우 84㎡(이하 전용면적 기준) 분양가격이 6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 9월 7억2896만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기존 아파트 가격도 강세다. 부동산 리서치회사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중동신도시의 10월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0.65%로 2016년 10월(0.56%) 이후 2년 만에 변동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 규제하자 1기 신도시로 번지는 집값 급등세

1989년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조성한 1기 신도시는 분당·평촌·산촌·중동·일산신도시 5곳을 말한다. 5곳 중 서울 주택시장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분당신도시다. 분당 아파트 값은 올해 1~2월 2개월만에 무려 6.12% 올랐다. 8월 이후에도 분당 집값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1~10월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 /부동산114 제공


다음은 평촌신도시다. 평촌신도시 아파트 값은 2월 0.62%, 3월 0.48%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이어 8월부터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3개월 사이에 2.54%가 뛰었다. 평촌의 B은행 지점장은 “올 들어 평촌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서울 ‘큰손’들이 평촌으로 몰려 주택담보대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솔직히 평촌에도 투기꾼들이 몰렸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분당·평촌에 이어 경기 남부권 1기 신도시였던 산본과 중동신도시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이 지역들은 서울 집값이 폭등했던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집값이 거의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8월 이후부터 상황이 돌변했다. 3월 이후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상승세를 기록했던 산본신도시 집값은 8월부터 갑자기 강세로 돌아서 8월 0.36%, 9월 1.24%, 10월 0.61% 각각 상승했다. 중동신도시와 일산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은 기록적으로 올랐다. 올 9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6.8% 치솟았다. 이는 정부 출범 후 같은 기간을 놓고 볼때 노무현 정부 시절(17.9%)보다 더 높다. 서울 집값에 이어 신도시 집값까지 폭등세로 이어질 경우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정(失政)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부천 중동신도시 아파트. /김리영 기자


■ 실수요자가 많아…분양권 프리미엄만 최대 1억원

1기 신도시 중에도 산본과 중동신도시는 서울 접근성과 인프라가 우수하면서도 분당·평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서울 강남까지 거리가 중동신도시는 약 20㎞, 산본신도시는 23km 수준으로 신도시 중에서도 가까운 편이다. 전철 교통도 우수한 편이다. 산본은 지하철 1·4호선, 중동은 1·7호선을 이용해 서울 도심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부천 중동신도시의 중심지인 지하철 신중동역 일대. /김리영 기자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아파트 가격은 산본이 3.3㎡(1평)당 1115만원, 중동이 1129만원이다. 분당(2167만원), 평촌(1731만원)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서성권 연구원은 “산본과 중동은 서울 접근성이 우수하면서 서민·중산층이 스스로 돈을 벌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지역으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이라고 말했다.

부천 중동에 짓고 있는 '센트럴파크푸르지오' 아파트와 '힐스테이트 중동' 부지. 센트럴파크푸르지오 아파트가 먼저 착공해 골조가 올라가고 있다. /김리영 기자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산본과 중동신도시에서도 집값 급등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중동신도시는 주로 7호선 신중동역~부천시청역~상동역 라인을 따라 입주한 소형 아파트와 새로 들어설 분양권 단지가 주도하고 있다. 부평구청역 인근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전매 제한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올 8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중동의 경우 84㎡ 저층 프리미엄이 2000만~3000만원, 중고층은 6000만원이 각각 붙었고, 센트럴파크 푸르지오는 1억원이 넘게 붙어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중동신도시 분양권 가격과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 변화. /국토교통부


■ 노무현 정부 닮아가는 문재인 부동산 정책

서울에 이어 1기 신도시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하자, 국토부는 신도시에도 규제를 쏟아내며 집값 잡기에 나섰다. 지난해 8·2부동산 대책에서 분당을 투기과열지구, 일산은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각각 지정했다. 올 8월 27일에는 평촌신도시를 청약조정지역에 포함시켰다.

주택시장에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행태가 노무현 정부 시절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는 서울 강남과 목동, 용인 등 집값이 급등한 수도권 도시를 ‘버블 세븐’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규제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국 집값 폭등을 잡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이 당시에도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다.

시장에선 정부가 3기 신도시 추가 지정 대책까지 발표한 이상 경기도권으로 집값 폭등세가 확산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서울 집값이 기록적으로 폭등한데 이어 실수요자들이 찾는 경기도 신도시 집값마저 치솟으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며 “시장 현실과 원칙에 부합하는 정책으로 경기도 집값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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