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만 개 대리석 조각으로 지은 거대한 연꽃 건물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18.11.07 05:00

[세상을 뒤흔든 新 랜드마크] ⑩세상에서 가장 큰 연꽃, 인도 델리의 ‘로터스 템플’

인도 델리에 들어선 연꽃 모양의 바하이교 예배당 '로터스 템플'. /ArchDaily


인도 최대 도시인 델리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순백색 연꽃 모양 건물. 바하이교(Bahai敎) 신도들을 위한 성전(聖殿)인 ‘로터스 템플(Lotus Temple)’이다. 로터스 템플 방문객은 하루 평균 1만명, 누적 방문객은 이미 1억명을 넘었다. 2001년 미국 CNN방송은 “세계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건물”이라며 “인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타지 마할’ 방문객마저 능가한다”고 소개했다.

바하이교 신도들은 종교 창시자이자 신의 가르침을 전달하는 중간자 바하올라(Baha’u’llah, ‘하느님의 영광’이라는 뜻)를 통해 하느님을 믿는다. 전 인류를 하나로 모아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 바하이교의 목표다. 600만 신도들 중 절반 가량이 인도에 거주한다. 우리나라에도 용산구 후암동에 본부가 있다.

로터스 템플 설계를 맡은 이란 출신의 캐나다 건축가 파리보즈 사바. /Medium.com


바하이교 인도 중앙회 측은 점점 늘어나는 신도들을 수용하기 위해 새 예배당을 짓기로 했다. 성전 건축 설계는 이란 출신의 캐나다 건축가 파리보즈 사바(Fariborz Sahba)가 맡았다. 그는 아이디어를 얻고자 인도 곳곳의 사원 수백개를 방문했다. 교리에 충실하면서도 인도인들의 정서에 맞는 건물을 짓기 위해서다.

그러던 중 캄루딘 발탈(Kamrudin Bartar)이란 신도에게 ‘연꽃은 인도 신화의 중심이자, 인도인들에게 신성한 선(善)의 상징’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에 영감을 얻은 파리보즈 사바는 1980년 연꽃 모양 성전 설계를 시작해 1986년 건물을 완공했다. 공사에 동원한 인력은 800명, 건설 비용은 155억원 정도다.

1겹당 9개의 꽃잎이 총 3겹으로 건물 중심축을 둘러싸고 있다. /Indyatour.com


로터스 템플 구조는 숫자 ‘9’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바하이교에서 9는 완성·단일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터스 템플을 보면 9개의 꽃잎이 3겹으로 건물 중심축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안쪽에 있는 중앙부 꽃잎 높이는 40m, 이를 둘러싼 꽃잎들은 34m다.

콘크리트 구조에 흰색 대리석 조각을 덧입혀 하얗게 연출한 외관. /Nativeplanet.com


각 꽃잎은 콘크리트 구조다. 여기에 그리스산 흰색 대리석을 입혀 순백색 외관을 만들었다. 곡선을 포함한 꽃잎 골조를 덮기 위해 대리석을 각기 다른 모양으로 조각내야 했는데, 여기에는 총 1만개 정도의 대리석 조각이 사용됐다.

9개의 연못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연잎처럼 보인다. /triphobo.com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연못도 9개다. 연못들은 꽃봉오리를 떠받치는 연꽃잎처럼 보이면서 건물이 물 위에 둥둥 떠있는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준다. 연못은 건물 온도를 낮추는 역할도 한다. 파리보즈 사바는 언론 인터뷰에서 “델리의 습한 기후를 이겨내려면 에어컨을 설치해야 하는데 에어컨에만 의존할 경우 건물 유지·보수 비용이 막대해져 연못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연못과 정원 부지를 포함한 건물 면적은 총 10만5000㎡다.

아치형으로 된 골격이 드러나 있는 로터스 템플 내부. /Pinterest


우아한 외관과 달리 건물 내부는 소박하다. 곡선으로 이뤄진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건물 정중앙 천장에는 빛이 잘 들어오도록 구멍이 뚫려 있다.

내부에 신도 2500명을 한꺼번에 수용하는 의자가 있다. /Pinterest


다른 종교 예배당과 달리 제단이나 우상이 없는 것도 로터스 템플 내부의 특징이다. 성전을 장식하는 것은 빛과 물 뿐이라는 교리를 반영하고, 종교를 막론하고 누구나 기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방문객들이 앉아서 명상할 수 있는 의자가 중앙 공간을 채우고 있는데 한번에 2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밤에 본 로터스 템플. /worldarchitecture.com


김형수 서울시건축사회 홍보이사는 “한국에서는 종교 건축물을 지을 때 신도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고 소리가 고르게 퍼져야 하는 등 특정 사항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종교 건축물 설계를 담당하는 건축사무소가 많지 않아 외관이 천편일률적인 경향도 있다“고 했다. 이어 “파급력이 큰 종교일수록 독특한 외형의 예배당을 세워본다면 각국 사람들이 방문하는 랜드마크 건축물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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