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에 짓고 있는 ‘e편한세상 추동공원’ 아파트. 2016년 6월 분양해 내년 3월 입주하는 1561가구 대단지다. 이 아파트 북쪽으로는 여의도 공원 5배가 넘는 ‘추동근린공원’이 둘러싸고 있다. 공원에는 올 여름부터 물놀이장을 비롯해 운동시설, 놀이터, 전망대, 야외학습장 등 다양한 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단지 내에서 이 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조성될 예정이다. ‘공원을 품은 아파트’인 셈이다.
추동공원은 123만㎡ 전체가 공원 부지였던 땅이다. 민간 소유이긴해도 마음대로 개발이 불가능했다. 의정부시가 이 땅을 공원 부지로 지정한 건 1950년대.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땅을 수용할 돈이 없었던 탓에 60년 가까이 공원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공원 지정이 해제될 판이었다. 2020년 7월 이후 20년 이상 공원으로 지정된 사유지 중 지방자치단체가 사들이지 않은 땅은 공원 지정이 무효가 되는 ‘일몰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공원은 ‘도시공원 민간 특례 사업’이 시행되면서 개발할 길이 열렸다. 민간 사업자가 공원을 개발해 지자체에 기부하고, 전체 부지의 30%에는 아파트나 상가를 지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지자체는 돈을 들이지 않고 공원을 개발할 수 있고, 건설사는 주택 규제로 아파트 지을 땅이 부족한 상황에서 도심 알짜 땅에 아파트 사업권을 따낼 수 있어 서로서로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말했다.
■ 수도권 24개 공원부지에 아파트 건설 추진
공원 일몰제는 ‘정부가 개인 땅을 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간 내버려두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시행됐다. 일몰제 시행까지 2년도 남지 않았지만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땅은 전국적으로 397㎢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2.9㎢)의 137배 규모다.
문제는 대다수 지자체가 복지 예산 증대로 재정 여유가 없어 공원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것. 국토교통부 역시 지자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예산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돈을 들이지 않고 원래 용도대로 공원을 개발할 수 있는 민간 개발 특례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개발정보업체 지존에 따르면 경기도에서만 현재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는 의정부, 수원, 용인, 동두천 등 11곳이며 해당공원은 24곳이다. 사업 면적(공원 지정면적 기준)을 합하면 여의도 면적(8.4㎢)의 68%에 해당하는 5.72㎢에 달한다. 가평군은 전국 최초로 보납도시자연공원(15만 6800㎡)을 비롯한 모두 5곳의 공원에서 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수주 부진, 택지 개발 축소 등으로 일감 찾기에 고심하는 건설사들 이 사업에 소곡 뛰어들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는 지난달 중앙근린공원을 대상으로 민간특례 사업자 제안서를 접수했는데 한국자산신탁 등 14개 업체가 몰렸다.
■공원 속 아파트여서 알짜…빠듯한 일정이 관건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으로 짓는 아파트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내 집 마련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도시공원은 도시계획시설로 도심에 지정되는만큼 입지와 교통이 좋다. 아파트가 공원과 붙은만큼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수도권에 공급한 의정부 직동공원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와 ‘e편한세상 추동공원’ 등은 모두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분양됐다. ‘e편한세상 추동공원’ 전용 84 ㎡ 분양권은 이달 초 최고 3억9165만원에 매매됐는데 분양가보다 6000만원 정도 높은 금액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아파트 선택에서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민간 사업자가 개발하면서 공원 내 시설도 지자체가 조성하는 공원과 차별화하는 경우가 많아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몰제 시행까지 시간이 없어 실제 개발될 공원이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도시공원 민간특례 적용을 위한 도시공원위원회 자문·심사와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 절차를 감안할 때 금년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야 차질 없이 사업추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