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약 8만 4000 가구의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공급되는 아파트는 강남, 판교대장지구, 북위례 등 교통과 인프라가 풍부한 알짜 도시에 집중됐다. 정부가 9·13대책에서 아파트 청약 시 추첨제 물량의 75%를 무주택자들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무주택 주택 수요자들이 분양 시장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아파트 분양 가격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어, 분양 일정이 대폭 연기되고 있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한 결과 서울 강남권의 경우 분양에 당첨만 되면 시세보다 약 5억원 가량 낮은 가격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쏟아진다는 말이다. 청약시장에선 대출 규제도 엄격하다.
하지만,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정부가 가격을 통제해도, 소형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겨 무주택자라도 서민층이나 일반 중산층은 청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부모부터 물려 받을 재산이 있는 젊은층이나, 집을 갖지 않은 고소득 자영업자 등 현금이 풍부한 ‘무주택 부유층’들이 올 연말 강남 주택시장에서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 강남 로또 아파트 쏟아져, ‘무주택 부유층’ 최대 수혜
부동산114가 9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10~12월 서울 지역에는 2만3398가구가 선보일 예정으로 이중 강남구(4206가구)와 서초구(4484가구), 송파구(1945가구) 등 강남 3구가 총 1만635가구로 총 물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이다. 가장 이르게 분양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는 서초구 ‘래미안리더스원(우성1차 주택재건축)’과 반포구 ‘디에이치반포(삼호가든맨션3차 재건축)’다.
업계에서는 ‘래미안리더스원’과 ‘디에이치반포’의 분양가격을 3.3㎡ 당 4500만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기지역에 공급되는 신규 단지의 분양가는 앞서 1년 이내 분양된 단지의 분양가 110%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넘어설 경우 분양보증이 거절된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통제로 예상 시점에 해당 가격으로 분양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래미안리더스원을 시공하는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직 조합에선 10월 분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HUG와 조율이 끝나지 않아 11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포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작년 8월 잠원동에서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 아파트가 3.3㎡ 당 425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해 약 45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래미안리더스원의 분양가에 따라 뒤이은 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그랑자이’ 아파트와 서초구 무지개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그랑자이’도 정부의 분양가 통제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로 분양 일정이 연기됐다. 개포주공4단지 조합원은 “조합 내부 총회 등 일정을 거친 뒤 2019년 4월쯤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 ‘강북 로또’ 분양 지역 등극한 동대문구…시세보다 최대 2억원 저렴
한편 강북은 뉴타운 등 재개발 단지들이 분양 시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투기지역에 포함될만큼 집값이 오른 동대문구는 강북 로또 사업지로 꼽힌다.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 4구역을 재개발한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와 용두동 동부청과시장을 재개발한 ‘동대문수자인’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동대문구 지역의 중개업소에선 이들 단지의 분양 가격이 3.3㎡ 당 약2500만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청량리역 일대 신축 입주 아파트의 해당평수 호가는 11억5000만원을 웃돌고 있어 위 재개발 단지들이 예상분양가인 평당 2500만원 수준에 공급된다면 시세보다 약 2억원 저렴한 편이다.
그밖에도 동대문구 뉴타운 지역은 용두동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용두5구역주택재개발)’, 제기동 ‘제기4구역힐스테이트(제기4구역주택재개발)’ 이 연내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다. 동대문구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 ‘현대힐스테이트 녹번역’,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 동작구 사당3구역 재개발 ‘푸르지오’ 등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무주택자에 희망…판교 미니신도시 ‘대장지구’, 하남 ‘북위례신도시’
경기도에서는 경기도 하남시 ‘북위례’와 성남시 ‘판교대장지구’가 알짜 분양 물량으로 꼽힌다. 북위례와 판교대장지구는 투기과열지구에 해당되며 85㎡이상의 대형주택 위주로 구성된 단지가 많다. 이럴 경우 50%는 추첨제로 모집하는데 무주택자를 우선으로 뽑기 때문에 바뀐 제도를 적용하면 무주택자의 당첨 기회가 크게 높아진다. 게다가 북위례의 경우 공공택지로 분양가 상한제까지 함께 적용돼 비슷한 입지를 갖춘 아파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아파트가 공급될 전망이다.
분양 일정은 이 지역도 다소 불투명하다. 판교대장지구의 경우 10월 시작할 예정이었던 ‘힐스테이트 판교엘포레’는 11월 말로 분양일정이 늦어졌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브랜드 건설사가 줄줄이 분양을 계획하고 있지만 정확한 분양 일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판교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힐스테이트 판교엘포레는 128~162㎡의 중대형 위주로 구성돼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업계에서는 지난 6월 정자동에 분양한 ‘분당더샵파크리버’의 분양가가 3.3㎡ 당 평균 2612만원에 결정된 것을 고려해 판교대장지구 분양가는 3.3㎡당 2500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 같다”고 했다. 주변 단지와의 시세차는 약 1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하남시에선 학암동 ‘힐스테이트(위례신도시 A3-4a블록)’와 ‘위례포레자이(A3-1블록)’를 비롯해 ‘위례신도시리슈빌(A1-6블록)’, ‘위례신도시우미린1,2차(위례신도시 A3-4b블록)’ 등이 분양 대기 중이다. 한편 의정부 민락지구와 가까운 용현동에서는 용현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탑석센트럴자이 아파트가 11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용현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의정부경전철 및 7호선 연장역(탑석역)을 도보(300m)로 이용할 수 있다.
박원갑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새로운 제도가 적용되면 1주택자부터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는 이상 신규분양을 통한 투자목적의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기 까다로워졌다”며 “제도가 시행되기 전 물량을 노리거나 자금 조달 및 거주 계획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