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리포트] 1990년대부터 대규모 아파트단지 들어서
교통 불편해 의정부역 일대에 밀려…미분양 속출하기도
전철·고속도로 생기며 최근 주택시장 핵심지로 떠올라
“서울에 살면 잘 모르겠지만 경기도에서는 서울 가는 교통편 하나가 동네 집값을 들었다 놨다합니다. 민락지구에도 서울 가는 고속도로, 전철이 없었으면 아직도 미분양이 쌓여 있을 겁니다.”
지난 17일 경기도 의정부 민락2지구에서 만난 A부동산공인중개업소 직원 김모(49)씨는 “최근 2~3년 민락지구 집값이 부쩍 오르면서 이 동네가 의정부 부촌(富村)이 됐다”고 했다.
최근 서울에서 외곽으로 향하는 교통망이 대거 확충되면서 경기도 주택시장이 지역별로 희비(喜悲)가 엇갈리고 있다. 경기 동북부 핵심지역인 의정부가 대표적. 의정부는 인구 44만명으로 적지 않다. 서울에 직장을 둔 출퇴근 인구도 많은 편이다. 전통적으로 의정부의 핵심 주거지는 서울로 가는 1호선 전철역이 있는 의정부역 일대였다. 반면 1990년대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민락지구는 새 아파트가 대규모로 공급됐지만 미분양이 쌓이고 지역 주민들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의정부 주택시장 중심이 민락지구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민락지구는 1·2지구로 나뉜다. 2지구가 들어서기 전까지 ‘민락1지구’라는 명칭은 없었고, 민락동으로만 불렸다. 민락2지구(약 1만 6000가구)가 2006년 이후 조성되면서 1990년대 초반 들어선 아파트에는 민락1지구라는 이름이 붙었다. 민락2지구는 2016년부터 입주해 올 4월 분양이 모두 완료됐다.
1990년대 조성된 민락 1지구는 이미 노후해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단지가 다음달 분양을 앞둔 용현동 ‘용현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탑석센트럴자이’(2573가구)다. 같은 이름을 쓰는 택지지구이지만 한쪽에선 새 아파트가 입주하고, 한쪽에선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양상이다.
■의정부 주택 시장 판도 바꾼 ‘7호선 연장’노선
민락지구는 최근 3~4년 의정부에서 가장 비싼 동네가 됐다. 현재 민락2지구에 포함된 낙양동 일대 아파트 매매가격은 3.3㎡(1평)당 1112만원으로 의정부에서 최고 수준이다. 민락1·2지구를 포함하는 민락동(904만원)이 두번째다. 과거 의정부의 핵심 주거지인 의정부역 일대 의정부동(799만원)이나 호원동(878만원)보다 높다.
2013년까지만 해도 의정부동은 평당 680만원, 민락동은 660만원으로 민락동이 의정부역 일대보다 시세가 뒤쳐졌거나 비슷했다. 하지만 7호선 연장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교통 개발 호재가 터지면서 2015년 이후부터 판도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의정부 주택 시장 판도를 바꾼 것은 서울과 이어지는 교통 호재다. 우선 지난해 6월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개통했다. 이 고속도로는 ‘제2경부 고속도로’라고도 불리고 ‘세종~포천 고속도로’라고도 불린다. 이 고속도로의 진출입로가 의정부 동쪽 민락지구와 붙어있다. 과거 서울 도심으로 들어가려면 상습 정체인 동부간선도로를 이용해야 했지만, 현재 민락지구에선 대부분 구리~포천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두번째로 서울 강남권과 한번에 연결되는 지하철 7호선 연장선 노선이 민락지구 일대를 지나도록 확정된 것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7호선 연장사업 기본계획을 승인하면서 의정부 경전철 종점인 탑석역을 7호선 환승역으로 확정했다. 7호선 도봉산역에서 양주시 고읍동까지 15.31km 구간에 대해 올해부터 사업을 시작해 2024년까지 개통할 예정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같은 전철이라도 서울 강북으로 가는 1호선보다 강남권으로 가는 7호선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지하철역은 무산됐지만…새 아파트 프리미엄 누리는 민락2지구
지하철 7호선 노선은 기본계획승인까지 났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민락1지구에선 7호선 탑석역(예정)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지만, 민락2지구에선 버스를 타고 이동해 환승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민락2지구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고,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7호선 연장 노선 확정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민락2지구에 사는 주민 김모씨는 “신곡·장암지구와 민락지구에 23만명이 살고 있고, 민락2지구 옆 고산지구에도 택지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데 전철 노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너무 불편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이미 국토부의 기본계획승인까지 난 상황에서 노선을 변경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철역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락 2지구 아파트값은 계속 오름세다. 의정부에 새 아파트 수요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민락2지구 C 부동산중개업소는 “상업시설과 인프라는 민락2지구에 가장 많이 몰려있고 의정부 일대 전체 아파트의 80%가 입주 10년 이상이어서 새 아파트에 대한 주민들의 목마름이 크다”고 했다.
민락지구에선 2지구의 ‘호반베르디움1차’가 대장주로 꼽힌다. 이 아파트는 올 9월 전용 84㎡가 4억3000만원에 거래돼 3년 전 분양가격(3억720만원)과 비교하면 약 1억2000만원 상승했다. 2억7500만원에 분양했던 ‘금강펜테리움’ 전용 84㎡ 역시 올 9월 현재 4억1000만원(20층)에 거래되고 있다. 모두 입주 후 최고가다.
민락 인근 택지지구에 새롭게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격도 민락2지구 시세를 따라 오르고 있다. 3년 전 분양 당시만 해도 민락2지구 아파트는 84㎡의 경우 분양가가 2억원대 중반에서 3억원대 초반 사이에 형성됐지만 지난 6월 분양을 마친 고산지구 ‘의정부민락고산대방노블랜드(2020년 11월 입주 예정)’아파트의 경우 분양권 가격이 3억8000만원대다.
새 아파트 분양도 시작됐다. 용현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탑석센트럴자이(2021년 9월 입주예정)’는 2573가구로 의정부시에서 가장 큰 단지다. GS건설 정명기 분양소장은 “7호선 전철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의정부 일대에 새 아파트 수요도 많아 분양이 순조로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교통망이 좋은 서울 외곽 도시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어차피 경기도 외곽 도시는 실수요자 중심 시장이어서 규제 영향은 덜 받을 것”이라며 “오히려 교통 여건이나 지역 개발 호재가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