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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새 반값된 뉴욕 아파트…전세계 부동산 이상 기류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8.09.14 04:00

주요도시 집값 하락 조짐…글로벌 곳곳 '거품 주의보'

미국 뉴욕 노스 무어 스트리트에 있는 신축 아파트. 침실 5개와 테라스, 높은 천장을 갖춘 펜트하우스(penthouse)가 2014년 4000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4년 넘도록 매수자를 찾지 못해 3번이나 호가(呼價)를 낮췄다. 집주인이 내놓은 최종 호가는 2250만달러. 결국 새주인을 찾았지만 최근 등록한 부동산 권리증에 적힌 최종 거래 가격은 4년 전 호가의 절반인 2000만 달러였다.

미국 뉴욕의 고가 펜트하우스. /스트리블링


미국 전역에서 거래량과 가격 등 주택 시장의 주요 지표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 최고급 주택 가격이 급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뿐 아니다. 전 세계 주요 도시 집값이 하락 조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호황을 이어오던 글로벌 주택 시장이 대세 하락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미국 뉴욕, 고가 주택 거래량 급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의 부동산 중개법인 스트리블링은 최근 발간한 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뉴욕의 500만 달러 이상 아파트 거래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 594건에서 올 상반기 406건으로 1년만에 31%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의 500만 달러 이상 아파트 거래 건수와 평균 가격. /스트리블링


고가의 콘도미니엄 거래가 500건에서 303건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미국 주택 시장에서 콘도미니엄은 개별 호실을 각각 소유자에게 분배하는 공동주택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아파트다.

미국 고가 주택 가격은 2014~2015년 2년간 급등세를 보였지만 이후 가격이 정체 상태다. 스트리블링에 따르면 뉴욕에서 거래된 500만 달러 이상 주택의 평균 주택 가격은 2014년 1025만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올해는 992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고가 주택을 중개하는 한 부동산 중개인은 “올 들어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지난 2년간 10~20%씩 가격이 떨어진 아파트가 많다”고 했다.

■ “상승세 꺾여…터닝포인트 온 것”

고가 주택 뿐만이 아니다. 미국 주택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로 급락한 이후 반등해 오랫동안 호황 누렸다. 하지만 이제는 가격이 오를만큼 올라 다시 하락기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전반적인 주택 가격 변동률을 보여주는 연방주택기업감독청(Federal Housing Finance Agency)의 주택 가격 성장률 곡선은 올 들어 하향세로 돌아섰다.

미국 주택 가격 변동률 추이. /FHFA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7월 신규 주택판매량도 두 달 연속 감소해 9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다. 미국의 재고 주택 거래량은 올 4~6월 3개월 연속 하락했고, 주택 재고 소진 기간(주택 재고를 월간 매매 거래량으로 나눈 값)도 수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집값 버블 붕괴를 예언했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아직 결론을 내릴 시점은 아니지만 지금이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터닝포인트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세계 곳곳 ‘거품 우려’…英 이코노미스트 “급등은 곧 끝나”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도 미국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22개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6.2%에서 올해 4.2%로 줄었다. 6개 도시는 연간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세계 주요 22개 도시의 집값 변동률과 소득 대비 고평가비율. /이코노미스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2개 도시는 집값이 평균 22% 하락했다가 반등해 평균 56% 상승했다. 22개 도시 중 14개 도시의 주택 가격은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런 가격은 실질적인 내재 가치를 넘어선 이른바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집값 상승률이 ‘임대료 변동률’이나 ‘중위 소득 변동률’과 비교해 더 높다면 거품이라고 규정했다. 주택가격이 그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내는 임대료나 그들이 지불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크게 올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호주 밴쿠버 집값 상승률은 실질가치(임대료·소득) 상승률 대비 65% 더 높았다. 런던은 59%, 암스테르담과 코펜하겐, 시드니는 50%나 더 빠르게 상승했다. 이 기간 일본 도쿄,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싱가포르 등 4개 도시를 제외한 18개 도시의 집값은 실질 가치 대비 과도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세계적인 대도시 인구 집중 현상과 각국 정부의 확대 재정정책이 대도시 집값 상승을 불러왔다"며 "인구 집중 속도가 느려지고 정부가 긴축 재정과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 집값 급등은 곧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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