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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분당 대체할 것"…무섭게 떠오르는 구성역 일대

뉴스 김리영
입력 2018.09.13 04:00

[발품 리포트] GTX 날개 단 용인 구성역 주변…베드타운 벗어날까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과 마북동 일대. /네이버 항공뷰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으로 향했다. 지하철 2호선과 분당선을 갈아타고 마북동 구성역까지 이동하는 동안 지하철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낮 시간대였지만, 지하철 안에는 승객이 가득 차 있었다. 출발 후 1시간이 걸려 구성역에 도착했다. 구성역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용인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경기 남부 주택 시장 중 분당과 함께 급등한 지역이 바로 구성역 일대다. 행정구역상 용인 기흥구에 속하는 이 지역은 서울과 가깝지만, 이웃 동네인 용인 수지나 분당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주택 시장의 변방’이었다. 수지구나 분당에 비해 교통이 불편하고 생활편의 시설도 부족했다. 경부고속도로 중심으로 동서로 나뉘어 생활권이 분리됐다는 것도 약점이었다. 하지만 구성역 일대는 최근 6개월 사이 아파트 가격이 많게는 1억원에서 2억원 정도 급등한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분당선 구성역. /김리영 기자


■ 구성역 일대 아파트 가격, 반년새 1억~2억원 급등하기도

구성역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최근 서울 직장인 수요자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 기흥구 마북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요즘은 삼성역 주변 회사에 다니는 서울 거주 직장인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이 지역이 판교, 분당보다 집값이 저렴한데 출퇴근은 편리해질 것으로 보고 집을 찾는 수요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성역 일대 아파트값 변화. /국토교통부


구성역은 경부고속도로 중심으로 동쪽에는 마북동, 서쪽에는 보정동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서 집값이 가장 빠르게 오르는 지역은 마북동 일대다. 이 곳의 대장주로 불리는 ‘삼거마을 삼성래미안1차’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6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최근 6개월 만에 2억원 가량 오른 것이다. 구성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연원마을 ‘자이아파트’ 전용면적 84㎡ 역시 지난 1월 4억원(5층)에 거래됐는데 올 7월 5억5000만원(4층)에 팔려 1억5000만원 올랐다.

용인 마북동에 들어선 아파트. /김리영 기자


보정동 일대 아파트도 강세다. 이 지역 아파트는 주로 대형이어서 그동안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대형 아파트 값도 오르고 있다. ‘대림e편한세상1차’ 아파트는 전용면적 147㎡가 2016년 4억8000만원에 팔리던 것이 현재 6억4800만원까지 올랐다. 구성역 인근 B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GTX 노선 착공 시기가 다가오고 첨단산업단지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시장이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대형 아파트가 소형에 비해 평당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구성역에서 2㎞ 이상 떨어져 ‘역세권’이라고 보기 힘든 지역도 지난달부터 가격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구성역 동쪽의 교동마을 구성자이3차(2010년 입주)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올 2월 3억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8월 말 4억원 선까지 실거래 가격이 올랐다. 분양권도 강세다. 기흥구 신갈동에 2019년 4월 입주를 앞둔 ‘롯데캐슬 레이시티(1597가구)’ 주상복합 아파트는 올 상반기 3억6000만원 선에 거래되다가 지난 8월에는 4억원에 실거래됐다.

■ “GTX-A 뚫리면 강남까지 15분”…삼성역까지 2개 역으로 단축

경부고속도로 옆 신수로. 서쪽으로 보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김리영 기자


구성역 일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GTX–A 노선 사업은 계획상으로 올 연말 착공한다. 용인 기흥구는 서울 강남이 가깝고, 분당선(2011년 개통)도 이미 운행 중이지만 신분당선이 닿는 지역에 비해 서울 접근성은 크게 떨어진다. 노선 자체가 구불구불한 탓이다. 분당선은 구성역에서 선릉역까지 정거장이 20개나 되고 45분 정도 걸린다.

GTX-A 노선 사업 개요. /조선DB


하지만 GTX A노선이 개통하면 구성역에서 삼성역까지 2정거장이면 닿을 수 있고, 시간도 강남권은 10분 대, 강북권도 2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구성역 일대는 동탄과 마찬가지로 GTX A노선 개통의 최대 수혜지역 중 한 곳이지만, 이상하리만큼 시장 반응이 적었다”며 “사업이 좀 더 구체화하면 서울과 분당의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힘든 직장인 실수요자들이 제법 많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 첨단 테크노밸리 갖춘 ‘용인 플랫폼시티’

구성역 일대에 조성할 초대형 첨단 산업단지도 주택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용인시는 GTX-A 노선 개통에 맞춰 보정·마북·신갈동 일대 390㎡에 판교테크노밸리 5배 규모 경제도시인 ‘용인플랫폼시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용인 플랫폼시티 개발 예상 구역. /용인시


이 사업은 분당선 구성역과 GTX용인역 역사를 통합하는 ‘복합환승센터’를 짓고 역사 주변 남은 터에는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 등 첨단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경부고속도로로 단절된 보정동과 마북동의 교통·통행 불편 해소를 위해 종횡 도로망도 확충한다.

판교 테크노밸리처럼 자급 자족이 가능한 도시로 계획됐다는 점은 이곳 주민들에게 희소식이다. 아파트 밖에 없고 서울 주요 업무시설이 먼 탓에 베드타운 중에서도 열악한 주거지로 꼽혔기 때문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그동안 아파트만 수두룩했던 용인시에 일자리와 상업시설을 갖춘 테크노밸리를 조성해 자족 도시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 우후죽순 늘어나는 테크노밸리…차별성 갖춰야 할 것

이 지역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변수는 많다. 우선 GTX-A 노선이 2021년 개통 예정이지만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GTX-A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사업시행자를 선정하긴 했지만 파주~삼성역 구간 착공시기가 아직 불분명해 전체 노선의 개통 시기는 불명확하다. 정부가 사업 초기 발표한 시점보다 2~3년씩 늦어지는 것이 예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GTX 사업 일정도 계획보다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용인플랫폼시티 사업도 현재 구상만 나온 초기 단계여서 변수가 많다. 현재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에 이미 제2 판교테크노밸리가 예정돼 있고 용인 지식산업센터 등 테크노밸리가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용인시 관계자는 “초반에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롤모델로 추진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자족 기능을 최대화하고 용인시의 지역 여건을 고려한 산업단지를 유치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구성역 일대 주택 시장에 최근 실수요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GTX 사업과 산업단지 계획이 좀 더 진행되면 구성역 일대 주택 시장 입지도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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