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전북 전주지법 경매 법정에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경매 투자자들 사이에서 찬밥 취급을 받는 보호수(保護樹) 딸린 임야에 무려 51명이 입찰한 것.
대상 물건은 전북 진안군 마령면 계서리에 있는 1만126㎡(약 3063평)의 토지(임야)였다. 이 땅의 매각물건명세서 비고란에는 보호수의 존재가 적시돼 있다. 내용은 이렇다. “‘보호수(돌배나무, 수령777년이라는 설명서가 부착되어 있고 보호수 여부는 감정이 필요해 보임)’ 표시가 붙어있고 매각에서 제외”라는 문구가 있다. 낙찰자가 함부로 손댈 수 없는 보호수가 있다면 땅의 이용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이 땅에는 분묘(墳墓)가 여럿 있고 타인 소유 건물도 있어 법정지상권 성립도 우려돼 낙찰받기 쉽지 않은 땅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땅은 치열한 입찰 경합 끝에 감정가(2126만원)의 213%인 4529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일반적으로는 이전 토지 소유자가 심은 나무는 토지의 일부로 낙찰자의 소유가 된다. 예를 들어 과수원을 낙찰받았다면 과실수도 낙찰자의 소유가 된다.
하지만 몇 가지 예외가 있다. 첫째, 수목법에 따라 산림청에 나무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경우(입목 등기) 나무의 소유권이 토지와 분리되기 때문에 토지 낙찰자가 나무를 소유할 수 없다.
둘째는 명인방법(明認方法)이다. 땅 위의 물건이 토지와 분리돼 타인에게 속해 있다는 사실을 제 3자가 명백히 인식할 수 있도록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토지 임차인이 나무를 심어 관리하면서 나무 소유자의 이름을 써두거나 표찰을 세워두면 된다. 단, 제3자가 무단으로 나무를 심으면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세번째는 나무가 산림보호법에 따라 시·도지사 또는 지방산림청장이 지정한 보호수에 해당하는 경우다. 보호수는 오래됐거나 크기가 크거나 희귀한 나무 등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경우에 지정될 수 있고, 2016년 말 기준 국내 1만3801그루가 지정돼 있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진안군 임야는 보호수 지정 여부가 불분명하지만 토지 소유자가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커 매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확인 결과 공식 등재돼 관리하는 보호수는 아니지만 동네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향후 보호수로 등록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이 높은 경쟁률로 낙찰된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땅의 크기와 위치, 모양을 보면 전원주택지 등으로 개발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목은 임야이지만 면적이 크고 계획관리지역에 속해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 진입로가 잘 갖춰져 있고 저수지도 바로 옆이다. 멀지 않은 곳에 섬진강도 흐르고 있어 전원주택지로 최상의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감정가격인 3.3㎡(1평)당 7000원에 이 정도 입지 조건의 임야를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