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수성 불패?' 6년째 타오르는 대구 아파트 시장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8.08.31 06:00

지난 22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 재건축 아파트인 ‘e편한세상 남산’ 공사 현장 펜스 너머로 타워크레인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이 아파트는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경쟁률 1위’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19가구 모집에 6만6000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346대 1에 달했다.

대구 중구 남산동 '남산 e편한세상(앞쪽)'과 '남산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뒤쪽)'가 나란히 공사 중인 모습./한상혁 기자


이 아파트 공사 현장 바로 길 건너로 마주보는 곳에 ‘남산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 공사 현장이 있었다. 이 역시 재건축 아파트로, 이달 초 청약을 접수했다. 357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10만 명(경쟁률 284대 1)이 신청했다. 이 아파트 단지는 올해 전국 분양 아파트 중 ‘청약자 수 1위’를 기록했다.

먼저 분양한 ‘e편한’ 아파트의 전매 제한은 이달 20일 풀렸다. 분양권이 벌써 1억2000만~1억5000만원씩 웃돈이 붙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두 단지 바로 앞에 있는 대구 남산동 ‘남산롯데’ 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은 “당첨된 사람 입장에선 6개월만에 1억원 넘는 이득을 봤는데 이걸 보고 바로 옆 단지에 청약을 안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구 아파트 시장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분양하는 단지들은 전국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되고, 2013년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은 아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방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인 가운데 대구 주택 시장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 대구 수성구, 최근 5년 집값 상승률 전국 1위

땅집고 취재팀이 찾아간 대구 수성구 수성동 2·3가 주민센터 앞. 이 일대는 ‘수성3가 롯데캐슬’(2008년 입주·802가구)와 ‘코오롱 하늘채’(2009년·439가구) 등 대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모여있는 곳이다. 두 아파트의 가격은 전용 127㎡(옛 48평) 기준 11억~12억원 정도로 서울 외곽의 웬만한 아파트보다 비싸다. 이곳은 학군이 우수하고, 학원가가 발달해 ‘대구의 대치동’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이날 늦은 오후 각 아파트 단지 입구에선 학원 이름이 큼직하게 적힌 원 통학 차량들이 수시로 오가며 학생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2013년 1월 이후 2018년 7월 현재까지 전국 집값 상승률 순위. 사진은 대구 수성구 수성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자료=국민은행


대구에서 집값 상승을 이끄는 지역이 바로 수성구다. 대구 수성구는 2013년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집값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기간 수성구 집값은 40.3% 올랐다. 전국 2위인 서울 강남구(30.6%)를 훌쩍 뛰어 넘는다. 전국 집값 상승률 3, 4, 6위도 대구가 차지했다.

대구 집값은 서울 집값이 오르기 전인 2012년부터 먼저 오르기 시작했고 2013~2014년에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누적된 공급 부족과 지역 소득 향상·새 아파트 선호 현상 등이 겹쳐진 결과다. 그러다 2016년 한해 잠시 주춤하나 싶더니 작년부터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수성구 S 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래는 대구 자체적인 수요가 많았는데, 작년부터는 서울 등에서 온 원정 투자자들의 갭(gap) 투자까지 가세해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8·2대책 등 강한 규제가 시행되는데다 투자 금액이 커서 대구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았고, 집값이 상승하기 시작한 후에는 이곳의 전문직 등 돈 많은 투자자도 가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도별 대구 아파트 평균 가격 추이./자료=부동산114


■ 대구 중구, 수성구 잇는 ‘상승 진원지’로

원도심인 대구 중구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또 다른 대구 집값 상승 동력이 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대구 중구 아파트 3.3㎡당 가격은 945만원에서 1088만원으로 올라 15% 상승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성구가 1112만원에서 1275만원으로 14%였다. 두 지역 모두 같은 기간 대구 평균 집값 상승률(7%)을 두 배 이상 웃돈다.

대구 중심 상업·업무 지역인 중구 달성로·중앙로 일대의 모습./한상혁 기자


중구는 대구 시청과 중앙로·달구벌로 등 대구 중심 상권에, 지하철 1·2·3호선 등 핵심 교통 노선이 지나는 대구의 중심지다. 1970~80년대 지어진 주택들이 노후화하고 수성구·달서구 등 신도심이 개발되면서 주거지로서는 인기가 떨어지고 있었지만, 최근 중구 남산동·대신동을 중심으로 한 노후 주택들의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주거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 청약 규제도 비껴가며…‘수성 불패’ 이어지나

대구 집값이 폭등한 또다른 이유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 뿐 아니라 부산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부산의 경우 해운대구 등 7개구가 청약 조정 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대구는 수성구만 조정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을 뿐이다.

청약조정 대상지역에서는 2주택 이상 보유자 1순위 청약 제한과 소유권 등기 때까지 전매 제한 등 청약 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이 적용된다. 현재 중구를 비롯한 대구의 나머지 지역에는 전매 제한 6개월 외에 별 규제가 없어 웃돈을 노린 투자자들의 청약이 활발했다.

올해 대구에서 분양한 주요 단지들의 청약 경쟁률./자료=부동산114


국토교통부는 27일 서울 종로·중·동대문·동작구 등을 투기지역으로, 경기 광명·하남시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추가 규제를 발표했지만, 대구는 이번에도 추가 규제 지역 지정을 피해갔다. 다만 국토부는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조정지역으로 그대로 유지하고, 중·남구를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지정해 과열 우려가 커질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수성구 S 부동산 관계자는 “대구 시장의 과열은 차익을 노린 ‘묻지마 청약’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청약 규제를 중심으로 한 조정지역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며 “추가 규제가 없는만큼 한동안 청약 시장 과열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대구는 교육과 각종 편의 시설이 갖춰진 수성구를 중심으로 ‘강남 불패’와 같은 ‘수성 불패’라는 주거 프리미엄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주택 경기 호황이 길어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대구 주택시장은 서울 강남권과는 달리 ‘리스크’가 제법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 시장이 지속적인 호황을 유지하려면 지역의 인구가 늘고 실물 경제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하지만 대구는 외부 투자 수요 유입은 있지만 인구와 경제 성장 동력이 부족해 가격이 하락할 때는 제법 큰 폭으로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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