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명 입찰자 치열한 경쟁 벌인 끝에 1억4000만원에 낙찰
분묘기지권 성립가능성 크지만 땅 쓰임새 많아 가치 높아
최근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남의 묘지가 들어선 땅을 사겠다고 50명 가까운 입찰자가 몰려 결국 감정가의 26배에 팔린 사례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물건은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도석리에 있는 임야. 원래 이모씨 소유였는데 토지 면적이 4364㎡(1320평)이나 된다.
문제는 이 땅에 토지 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묘지가 있다는 것. 언뜻 보기엔 쓸모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이 땅은 48명의 입찰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감정가의 26배인 1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비록 자기 소유 땅이라고 해도 남의 묘지가 있다면 이를 함부로 옮길 수 없다. 도의상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남의 땅에 있는 묘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분묘기지권이란 남의 땅에 묘지를 쓰더라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정당하게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이렇게 되면 묘지를 옮기거나 개장하려고 할 경우 묘지 설치자나 승계인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묘지를 옮겨줄 이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묘지 소유자가 해당 땅주인에게 분묘 이장 비용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분묘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경우(시효 취득),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설치한 분묘가 있을 때 별도 특약 없이 토지만을 타인에게 처분한 경우 등이다.
그러나 분묘기지권 시효 취득의 경우 토지 소유자들의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막는다는 이유로 2001년 개정된 장사법(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한됐다. 2001년 1월13일 이후 설치된 분묘의 경우 소유자 승낙 없이 무단 설치한 분묘라면 연고자가 아무리 오랫동안 소유자의 이의 제기가 없었다고 해도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낙찰된 전남 화순군 토지는 법적으로 분묘기지권이 성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은 쓰임새가 많아 가치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땅은 임야이지만 면적이 크고 보전관리지역이면서 준보전산지여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남쪽으로는 진입로도 있어 향후 건축하고 형질변경할 때에도 무리가 없다. 주택단지나 펜션, 캠핑장 등으로 쓰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실제 이전 소유자도 이 땅에 전원주택단지를 지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장기적으로 이 땅은 발전 가능성도 높다. 광주광역시 인근에 위치한 화순, 담양, 나주 지역 토지는 몇 년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광주가 포화되면 결국 이들 지역부터 개발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매에 나온 분묘는 토지 하단 끝에 몰려 있어 당장 활용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며 “주변 임야 시세가 최소 평당 2만~3만원, 최고 7만~8만원까지 형성된 것에 비하면 감정가격이 낮아 분묘기지권이 성립해도 투자할만한 가치가 충분했다”고 했다.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이 땅을 산 낙찰자도 장기적으로 분묘 문제 해결에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하지만 분묘가 있어도 땅의 활용 가치가 더 높다면 과감하게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