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아파트 순 증가분 1만4491가구…10년來 최저
주택수 가장 많이 줄어든 송파구 상승률 서울내 최고
서울 주택 시장의 미래를 예측할 때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바로 ‘공급량’이다. 신혼 부부의 결혼, 노후 주택 교체수요, 직장 이동 등으로 서울의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집값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최근 주택 공급량이 예년을 상회하고 있어 공급 여건이 안정적인 편”이라고 했다. 그런데 서울 집값은 계속 상승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에 대한 해답이 될 만한 자료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시했다. 그는 도시계획학 박사 출신으로 주택 시장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서울의 멸실(滅失) 주택과 신규 공급 주택을 합산한 주택 순증(純增) 물량이 10년 래(來) 최저 수준”이라고 했다. 강력한 규제 속에서도 작년과 올해 집값이 급등한 배경에는 결국 ‘공급 부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서울 주택 순수 증가물량은 10년 내 최저
‘주택 순증 물량’이란 새로 공급하는 주택 수와 함께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사라지는 주택, 즉 멸실 주택 수를 함께 고려한 ‘순수 공급 증가분’을 의미한다. 새로 입주하는 주택 수에서 멸실 주택 수를 빼면 순증 주택을 계산할 수 있다.
김현아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계산한 서울 주택 순증분은 지난해 2만1424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6만8782가구가 새로 완공돼 입주했지만, 원래 있던 집 4만7358가구가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2017년 주택 순증 물량은 최근 10년 동안 2009년(1만7440가구) 다음으로 가장 적다. 지난해 순증 물량은 2016년(4만6370가구)이나 이전 5년 평균(4만6456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2017년 아파트 순증분은 1만4491가구로 지난 10년간 최저 수준이었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이른바 ‘강남4구’는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된 탓에 새로 공급한 주택보다 멸실 주택이 더 많아 아파트가 ‘순감(純減)’했다. 입주 주택이 1만5093가구, 멸실 주택이 1만7647가구로 나타났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7179가구가 없어진 것이다.
서울 25개구(區) 가운데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송파구였다. 8490가구가 멸실되고 6204가구가 준공돼 총 2286가구가 줄었다. 강남 4구에 속하는 강동구가 2606가구, 강남구는 809가구가 각각 순감했다.
2017년 순감 물량이 가장 많았던 송파구 집값 상승률은 평균 10.3%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강남와 강동구도 각각 7.7%, 7.1%였다. 반면 강남 4구 가운데 유일하게 주택 수가 순증한 서초구(590가구)는 5.7%로 강남 4구에서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강북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마포구도 107가구가 순감했고,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서대문구(-403가구)와 동대문구(-1117가구), 노원구(-435가구) 등도 지난해 주택이 줄었다.
■올해도 재건축 이주 줄줄이…“수요 억제 정책은 한계”
올해 멸실 주택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이주(移住)가 예정된 주택은 3만1485가구로 지난해(2만8383가구)보다 11% 더 많다. 이주는 주택 거주자가 기존 살던 집을 비우고 다른 집을 찾아 시장에 나오는 상태여서 사실상 멸실과 다름없다.
강남구의 경우 개포주공1단지(4806가구)가 지난 5월부터 이주하면서 이미 작년 이주 물량(3519가구)을 돌파했다. 연말까지 7024가구가 이주할 전망이다. 서초구도 작년 3배 수준인 7524가구가 올해 이주한다. 송파구(3061가구), 동대문구(4090가구), 강북구(1114가구) 등도 올해 이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1700~2700가구씩 늘어난다.
김현아 의원은 “정부가 반쪽짜리 통계를 앞세워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은 접어둔 채 수요만 억누르는 정책을 펴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수요에 맞는 공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는 “김 의원실이 집계한 방식은 서울 주택 순증 물량이 다가구 구분거처를 반영하지 않은(다가구주택을 동단위로 계산) 반면, 멸실 물량의 경우 다가구 구분거처를 반영(다가구주택을 호단위로 계산)해 서울의 순증 물량을 과소 추정한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이렇게 다가구 구분거처를 반영해 순 공급물량을 계산할 경우 2016년의 서울 순 공급 물량이 5만2000가구로 약 10% 정도 늘어난다. 국토부는 같은 방식으로 수정한 2017년 물량 통계를 올해 말 작성ㆍ공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