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제조업 무너진 울산·창원·군산, 집값·땅값도 무너졌다

뉴스 이상빈 기자
입력 2018.08.07 06:00
경남 거제시의 한 빌라 밀집지역에 밤인데도 대부분 불이 꺼져 있다. /조선DB


“한밤중에도 불이 켜지지 않는 집들이 수두룩해요. 지역 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인데 어떻게 집값, 땅값 오른다는 소릴하겠습니까.”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제조업 기반 도시의 부동산 시장도 줄줄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이 지역 경제를 먹여살렸던 울산, 경남 창원, 전북 군산 등이 대표적이다. 일자리 감소와 인구 유출로 수요가 줄어들자 부동산 자산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올 상반기 땅값 변동률 하위 3곳의 지난 1년간 변동률 추이. /땅집고


실제 올 상반기 땅값과 집값 변동률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전국 땅값은 평균 2.05%로 10년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그러나 울산 동구, 전북 군산시, 경북 포항시, 충남 서천시, 경남 거제시 등 땅값 변동률 하위 5곳은 예외없이 지역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진 곳들이다. 울산 동구와 군산은 올 상반기 전국에서 유일하게 땅값이 떨어졌다.

울산 동구는 땅값이 올 상반기 1.23% 떨어져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울산 동구에는 국내 대표 조선기업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본사가 있다. 하지만 지난 3~4년간 계속된 조선업 불황 여파로 해양플랜트 수주 물량이 ‘0’에 가까워지면서 현대중공업은 인력을 5분의 1 로 감축했다. 구조조정엔 협력업체 인원도 포함했다.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조선업을 담당하는 해양사업부 문을 닫는다.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인구도 줄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3년 17만8468명이던 울산 동구 인구는 매년 하락세를 거듭해 지난해엔 16만9605명으로 1만명 가까이 줄었다.

현대미포조선 본사가 있는 방어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조선소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상가와 원룸 급매 물건이 수두룩하게 쌓여있다”며 “월세를 아무리 낮춰준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울산 동구 일대 주요 아파트 가격 변동 추이. /땅집고


방어동 시외버스정류장 인근 ‘대왕암엘크루’(723가구)는 최근 전용 81㎡가 시세보다 5000만~7000만원 낮은 2억원에 팔렸다. 1897가구 대단지인 화정동 ‘엠코타운이스턴베이’ 전용 84㎡는 지난해 4억원에도 계약됐지만 올해는 3억4000만~3억5000만원대에서 거래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울산 동구 아파트값은 지난 3년간 6.3% 떨어졌다.

전북 군산시도 최악이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휴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올 5월 GM군산공장 폐쇄로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부도나면서 군산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이 군산국가산업단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나 됐다.

올 상반기 땅값은 전국 평균 2.05% 올라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군산에선 지난 1년간 5000여 명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렇다보니 군산지역의 올 상반기 땅값은 0.58% 떨어졌다. 오식도동의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역 내 중소 공장들이 도산하고 근로자들이 떠나면서 원룸 공실률이 50%를 넘었다. 월세도 4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반토막났다”고 했다.

경북 포항 북구와 충남 서천군, 경남 거제시도 땅값 변동률이 각각 0.35%, 0.42%, 0.47%로 올라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천군은 인근 군산시 경기 침체 여파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인구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면서 “거제시는 조선소 구조조정에 따른 인구 유출과 원룸,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상승으로 지가상승률이 0에 수렴했다”고 했다.

국내 대표 제조업 벨트의 부진은 집값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15년 12월~2018년 6월 말까지 경남 창원 성산구 아파트값이 15.6% 떨어져 전국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경남 거제시가 14.8%, 경북 포항 북구가 11.5% 떨어져 아파트 값 하락률 ‘톱3’를 산업도시들이 차지했다. 경북 구미(-11.4%), 울산 북구(-7.2%), 경남 통영(-5.6%)도 하락폭이 컸다.

일감이 없어 작년 2월부터 사실상 폐업에 들어간 경남 사천의 SPP 조선소 내부. /조선DB


문제는 앞으로다. 울산, 창원, 군산 등 제조업 대표 도시들은 인구가 늘어날 요인이 마땅치 않은데다 주택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호황기에 인구가 늘던 군산과 포항 북구, 거제는 2016~2017년 인구 감소가 시작됐고, 충남 서천시는 지난 10년간 인구가 25% 가까이 줄었다.

주택 재고도 많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정한 미분양관리지역에는 경북 포항, 경남 통영, 거제, 창원 등 제조업 도시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일자리가 없어지고 집값과 땅값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며 “많은 제조업 도시들은 주택 재고와 신규 입주 물량도 적지 않아 수요는 물론 공급 측면에서도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화제의 뉴스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된 롯데타워...연말 인증샷 대전 시작됐다
'매매가 100억, 월세 1000만원' 개포동 71평 펜트하우스의 속살
"인덕원동탄선만 뚫리면 날개단다"…평촌 밑에서 꿈틀 꿈틀 미니 신도시
"직원은 첫째 고객이자 소중한 자산…단, 나갈 직원은 붙잡지 마라"
"2000억원 토지 누락하고 방치"...압구정 3구역 조합장 해임추진 총회 연다

오늘의 땅집GO

"인동선만 뚫리면 날개단다" 평촌 밑 꿈틀꿈틀 미니 신도시
'매매가 100억, 월세 1000만원' 개포동 71평 펜트하우스의 속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