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의 빌딩] ‘합지형 재건축’으로 1년새 20억 차익 올린 싸이
가수 싸이(40·본명 박재상)는 공전의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월드 스타가 됐죠. 2012년 발표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현재 31억회 재생됐는데, 우리나라 동영상 중 재생 횟수로는 단연 1위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5위에 해당합니다. 조회수 10억회와 20억회를 각각 최초로 돌파한 동영상이기도 했습니다.
한 때 외국인들이 한국하면 강남스타일을 떠올릴 만큼 그의 영향력은 엄청났습니다. 이후에도 ‘젠틀맨’, ‘대디’, ‘뉴페이스’ 등 음원을 발표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싸이하면 ‘축제의 제왕’, ‘퍼포먼스의 제왕’이란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붙을 정도로 흥이 많은 ‘레전드’ 연예인이기도 합니다.
싸이는 부동산 투자에서도 ‘강남스타일’이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건물주들은 부동산 투자에서 건물 두 채를 합쳐 하나로 신축하는 일명 ‘물타기’라는 방법을 종종 사용합니다. 연예인 가운데 배우 김정은씨와 송승헌씨가 이 방법으로 투자 수익을 올리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강남구 신사동에서 건물 두 채를 매입해 물타기 방법을 사용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싸이는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을지병원사거리 뒤쪽 폭 10m 도로(논현로151길)에 접한 대지면적 246.7㎡, 연면적 638.51㎡,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건물을 50억원에 매입했습니다. 매입 당시 건물주는 건물에서 병원을 직접 운영하고 있었고, 2001년 준공했는데 관리가 잘 돼 내외관은 깔끔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처음엔 리모델링만 하고 사용할 걸로 예상했죠. 그런데 싸이는 올 5월까지 건물 주변에 펜스만 쳐놓았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선 그가 이 건물을 어떻게 사용할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죠.
이후 싸이는 올해 4월 같은 신사동에 있는 대지면적 142.3㎡, 연면적 216.68㎡, 지하 1층~지상3층짜리 건물을 26억7500만원에 매입했습니다. 지난해 샀던 건물과 붙어있었는데, 폭 4m 이면도로(도산대로23길)에 접한 다가구주택이었습니다. 이 건물을 사면서 싸이가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는 게 기정사실화됐죠.
싸이가 구입한 2채의 건물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명도가 쉬웠다는 점입니다. 먼저 매입한 건물은 건물주가 직접 쓰고 있었고, 이듬해 산 건물은 다가구주택이어서 각각 명도가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염두에 두고 건물을 매입한다면 임차인을 내보내기가 쉬운지, 어려운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명도가 어려워지면 건축을 미루거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대출을 끼고 건물을 샀다면 이자비용에 그동안 받지 못하는 임대료까지 기회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셈이죠.
특히 싸이는 2015년 한남동 빌딩을 매입하고 이미 입점해 있던 카페 임차인들과 명도 소송이 붙어 고생했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현재 두 건물은 모두 철거한 상태입니다. 싸이가 신축을 위해 택한 방식은 ‘합지형 재건축’인데요, 일명 물타기라고 불립니다. 폭이 넓은 도로와 좁은 도로에 각각 접한 두 건물을 하나로 합쳐 출입구를 폭 넓은 도로 쪽으로 내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합쳐진 건물은 대로변에 접해 유동인구가 늘어나게 됩니다. 뒤에 숨어 있던 건물에 햇빛을 쬐어 주는 셈이죠.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주차 공간을 고려해야 합니다.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연면적 134㎡당 1대씩 주차 공간이 필요합니다. 면적에 따라 지상에 주차장 공간을 확보하거나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고 차량 통행이 가능한 출입구를 지상에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싸이의 경우 물타기를 통해 양면 도로에 접한 건물이 되면서 유동인구가 적고 도로가 좁은 뒷쪽에 주차장을 내면 큰 도로에 접한 전면부는 100% 활용이 가능해지죠. 대로변 전면부 1층을 모두 쓸 수 있으니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합지형 재건축은 토지 가치도 극대화합니다. 이면도로 건물을 저렴하게 매입해 신축하면 대로변 건물과 같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건물의 현재 시세는 3.3㎡당 85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맞은편 제2종 일반주거지역 건물이 지난해 12월 3.3㎡당 7700만원에 거래됐는데 싸이의 건물은 모두 용적률이 더 높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있기 때문이죠. 두 건물의 면적을 고려하면 100억원 이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타기 방법으로 약 1년만에 20억원 이상 시세 차익을 발생시킨 것입니다.
현재 싸이는 YG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소속사가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업계에선 그가 이 건물을 직영 소속사 건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