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옆 서초대로 삼거리.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각종 건설 장비와 인부들이 동원돼 터널 공사에 한창이었다. 삼거리와 터널을 잇는 도로는 이미 완성돼 간이 펜스로 막아놨고 멀리 산자락 아래에는 터널 입구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반대편 터널 입구인 방배동 내방역사거리 쪽도 상황은 비슷했다. 포클레인이 굉음을 내며 연신 흙을 파내고 있었다. 내방역사거리로 연결되는 도로와 터널을 잇는 공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2015년 10월 착공한 서리풀터널 개통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 주민들과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초구 최대 숙원 사업이던 터널이 뚫리면 서초동과 방배동은 수십년 동안 돌아가야 했던 길이 20분쯤 단축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리풀터널은 공사 진행률이 86%에 달한다.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내년 1월 말 개통한다.
서초구 내방역사거리에서 서초역사거리를 잇는 서초대로는 서리풀공원에 막혀 있다. 끊어진 서초대로를 잇는 공사 구간은 총 길이 1.28㎞, 이 중 터널이 355m다. 총 공사비는 1648억원이 투입된다.
터널이 조금씩 제모습을 드러내면서 주변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뜨겁다. 방배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터널 착공 2년쯤 지난 지난해 주변 아파트값이 2억원 가까이 올랐다”면서 “개통이 가까워지면서 1년만에 다시 2억원 더 올랐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방배동 브라운스톤방배 아파트 전용 84㎡는 터널 착공 전인 2015년 7억9750만원에 거래됐다가 지난해 9억6800만원에 팔렸다. 올 2월에는 다시 12억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착공 전과 비교하면 4억원 이상, 1년 전과 비교해도 2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서초동도 집값이 들썩인다. 서초동 서초한빛삼성 아파트 전용 99㎡ 역시 올 들어 2억원가량 뛰었다. 지난해까지 8억~9억원 후반대에 거래되던 아파트가 지난 6월 11억7500만원에 매매됐다.
주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 앞 마제스타시티가 대표적. 이 건물엔 올림푸스·락앤락·미샤 등 기업과 롯데마트 서초점·유니클로 등 유명 리테일 브랜드가 각각 들어와 있다.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리풀터널이 뚫리면 방배동 수요까지 대거 흡수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상가 입점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내년 1월 터널이 개통되면 7호선 내방역에서 2호선 강남역까지 차로 10~15분이면 닿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차로 방배동에서 서초동으로 이동하는데 최대 20분 정도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대로 뿐만 아니라 방배로나 방배역 방면 우회도로 정체도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방배동에 사는 주민 최모(45)씨는 “이젠 터널이 뚫리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그동안 가까운 거리를 돌아가야 해서 불편함이 컸는데 터널이 개통하면 강남으로 출퇴근하거나 쇼핑·외식 즐기기에도 편리할 것 같다”고 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서리풀터널이 뚫리면 서초동과 방배동 주거 여건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며 “터널이 뚫리고 그 위에 있는 옛 국군정보사령부 부지 개발이 본격화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 여력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