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는 여기저기 많이 손댄다고 꼭 좋은 건 아닙니다. 도배, 마루, 필름, 조명, 커튼 등 5가지만 바꿔도 집안이 확 달라집니다. 물론 센스있는 집을 혼자 만들기란 쉽지 않죠. 땅집고가 인테리어 솔루션 기업 아파트멘터리의 스마트 인테리어 솔루션인 ‘FIVE(파이브)’의 도움을 받아 멋지게 변신한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파이브로 뚝딱!] ③ 공포의 체리색 몰딩, 왜 한국을 지배했을까?
2000년대 대한민국 아파트를 장악했던 인테리어 요소가 있다. 바로 ‘체리색 몰딩’이다. 한국인이라면 체리색 몰딩으로 마감한 집에 살아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몰딩이란 공간을 이루는 면끼리 만나는 이음매 부분을 감추기 위해 사용하는 띠모양의 마감재를 뜻한다. 지금은 아파트를 지을 때부터 깔끔한 올 화이트나 연한 우드톤으로 집 전체를 마감하는 것이 트렌드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아직도 체리색으로 몰딩한 집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아파트 시장에 체리색 몰딩이 등장했던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아파트 고급화에서 원인을 찾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아파트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짓는 즉시 팔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업체간 아파트 분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른바 고급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래미안’, ‘힐스테이트’, ‘자이’ 등 브랜드 아파트가 속속 등장했고 업체들은 인테리어 고급화 전략에 매달렸다.
당시 시공사들은 한국인 감성에 맞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마감재가 체리색이라고 판단했다.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는 “진한 나무 컬러가 마치 한옥을 닮아 안정적인 분위기를 준다는 평가가 많았다”면서 “결국 체리색 몰딩이 브랜드 아파트에 쓰이는 고급 인테리어 요소라는 인식이 박히면서 너도 나도 체리색 몰딩을 들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동안 고급스럽다고 생각했던 체리색 몰딩은 이제는 촌스러움의 대명사처럼 됐다. 집안을 잠식한 체리색을 참기 힘들어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어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미니멀리즘에 기반한 무채색 위주의 북유럽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체리색 몰딩은 기피 대상 1호가 됐다. 하지만 체리색 몰딩이 외면받는 더욱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마감재 색깔이 강렬하면 집이 좁아보이고 가구를 고를 때도 색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탓이다.
그렇다면 ‘공포의 체리색 몰딩’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집을 다 뜯어 고칠 필요는 없다. 브랜드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튼튼한 내장재로 마감해 집안 전체 틀은 유지하되 표면 마감재만 바꿔주는 간단한 작업만 거치면 된다. 표면 마감재 중에는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든 ‘인테리어 필름’이 대표적이다. 몰딩에 원하는 색상의 필름만 붙이면 체리색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이 필름 시공에 도배·마루·조명·커튼 등 5개 요소만 바꿔도 집안 인상이 확 달라진다. 여기에 개인 취향을 반영한 폴딩 도어, 중문(中門) 등 옵션을 추가하면 새로 지은 것처럼 깔끔한 나만의 집이 완성된다.
체리색 몰딩이 주는 빈티지하고 고풍스런 느낌을 여전히 좋아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 SNS(소셜미디어)에서 ‘난 체리랑 살거야’, ‘다시 체리의 시대가 온다’, ‘체리가 유행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등 체리색 몰딩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보이는 댓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인테리어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윤 대표는 “남의 시선을 신경쓰기 보다는 내 취향을 반영해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분명한 건 20년 가까이 유행한 체리색 몰딩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했다.